개헌 ‘민심’ 무르익고 있다
  •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6.30 09:49
  • 호수 1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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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권형 대통령제보다 4년 중임 대통령제 선호하고 있어

 

‘개헌론’을 제기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6월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식에서 개원사를 발표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개헌론의 분출로 시작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이 개헌론을 크게 외치고 있다. 대권주자들도 조금씩 다른 내용으로 개헌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연합뉴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250명이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국민들의 생각이다. 대통령이 발의하든, 국회가 발의하든 주권자인 국민들의 투표에서 찬성이 높게 나와야 하고, 또 논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국민적 호응이 높아야 한다. 

 

 

국민의 46~74% 개헌에 ‘우호적’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개헌을 하고자 한다면 우후죽순 다양한 개헌론을 주장하며 본인들의 존재감만 높일 것이 아니라, 국민적 요구의 의미를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헌론이 허공에 날리는 꽹과리 소리처럼 불발탄으로 끝나지 않고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우리 국민의 개헌 찬성 의견은 높은 편이다. 개헌 논의의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개헌과 관련한 여러 조사에서 개헌에 공감하거나 찬성하는 응답이 공감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응답보다 월등히 높게 나오고 있다. 그래프에서 확인되듯 개헌에 우호적인 여론이 적게는 46%에서 많게는 74.2%까지 나오고 있다. 

 

그리고 개헌에 긍정적인 여론은 이전보다 높아지는 추세다. 2014년 10월 한국갤럽의 조사에선 ‘개헌 필요’ 의견이 42%였는데 이번엔 46%로 높아졌다. ‘개헌 불필요’ 의견은 46%에서 34%로 줄어들었다. 또 2014년 10월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찬성이 63%였는데 이번에는 69.8%로 더 높아졌고, 반대는 21.5%에서 12.5%로 낮아졌다. 2년 새 개헌에 우호적 기류가 더 확산된 것이다.

 

 

 


 

다만 현행 헌법체제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기는 하나 그 이면엔 정치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고 있음도 살펴야 한다. 지금 정치권에 대한 실망이 매우 크기 때문에 헌법을 개정하게 되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높은 개헌 여론을 근거로 개헌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는데, 정치권이 불신받고 있는 데 대한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러면 어떤 내용의 개헌을 원하고 있는가. 헌법이 통치구조만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 기본권의 내용을 담고 있고 사실 통치구조는 이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당연히 국민 기본권 규정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고 또 그것이 헌법의 본질이기도 하다. 서구 선진국의 헌법 조문 머리 부분에 천부인권을 선언하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하지만 지금 제기되는 개헌론들은 기본권 규정에 별 관심을 쏟고 있지는 않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 파생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와 관련해서 개헌론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구조 개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의 시스템인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포함해 대안으로 얘기되는 것은 4년 중임 대통령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이 중에서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온다. 개헌론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노무현 정부 초반부터 4년 중임제에 대한 우호적 기류가 높았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있고, 대통령제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익숙한 제도가 됐기 때문이다. 또 미국처럼 대통령의 국정에 대해 국민들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또 일을 잘하면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게 맞다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사실 개헌에 목소리를 높이는 주요 정치인들의 관심은 이원집정부제에 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치와 외치를 구분해 총리와 대통령에게 각각 분담시키는 방안이다. 유럽 몇몇 국가들에서 볼 수 있지만 우리 국민들에게는 생경한 제도다. 그래서 아직 충분한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내치와 외치를 구분한다는 것이 국민들에게 설득될지, 또 국회의원들의 권한만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과제다. 

 

 

정치권 실망이 개헌 심리로 이어져

 

특이한 점은 사실상 같은 제도인데 이원집정부제로 물을 때와 분권형 대통령제로 물을 때 선호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용어가 다소 어려운 이원집정부제보다는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의미 전달이 즉각적인 분권형 대통령제로 물을 때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조사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표현을 사용할 때 10%P 정도 이원집정부제 표현보다 높게 나오기도 한다. 현재 분권형 대통령제의 경우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비해 밀리고 있지만, 이후 국민들에게 제도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다면 보다 개선될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실제 현행 대통령 중심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중 택일하도록 물은 조사에서는 20%의 격차로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선호를 나타내기도 했다.

 

내각제는 한때 주목받기도 했지만,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대안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전이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대통령을 직접 뽑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쉽게 수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개헌과 관련한 여론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대권주자들의 입장에 따라 유권자들의 마음도 변한다는 특성을 지닌다. 지지하는 후보가 개헌을 반대하거나 개헌 시기를 뒤로 미루는 경우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개헌의 불확실성은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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