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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친박 강경파의 덮어씌우기 충격적이었다”

당권 도전 선언한 ‘비박계’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

이승욱 기자 ㅣ gun@sisapress.com | 승인 2016.07.06(Wed) 09:26:20 | 13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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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의 인터뷰 중 그는 시종일관 격정적이었다.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부끄럽다” “안타깝다”였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지켜보는 국민과 당원에게 죄스럽고, 당내 친박(親박근혜) 강경파의 패권주의에 대해 손 놓고 마냥 지켜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암담하다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비박(非박근혜) 대표 주자인 김용태 의원(3선·서울 양천구 을)이 오는 8월9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고 최근 선언했다. 지난 5월말께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는 “여러 생각 중이다. 정리되면 말씀 드리겠다”며 고사한 적이 있다. 당시는 그가 혁신위원장에 선임됐지만 당내 친박 강경파의 반발로 물러났던 때다. 

 

한 달여 장고(長考) 끝에 그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새로운 도전장을 써냈다. 6월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자신이 당권 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인터뷰 시간의 반가량을 할애할 정도였다. 

 

 

당권 도전 결심의 계기는 무엇이었나. 

 

4·13 총선 결과는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다. 결과가 충격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질 줄 몰랐던 나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선거 판세를 냉정하게 읽는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민심이 무너진 것을 몰랐다는 게 암담했다. 그때부터 자숙 모드로 들어갔다. 그런데 선거 참패로 당도 나름대로 바뀌어갈 줄 알았는데, 오히려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이 극악하게 나서더라. 언론에서 처음 하는 얘긴데, (친박 강경파의) 덮어씌우기는 충격적이었다. (선거 패배의) 모든 게 유승민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책임이라는 것이다. 

 

명백한 사실을 두고 백주대낮에 뻔뻔하게 책임을 돌리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 이걸 바로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새누리당이 기록적인 참패를 했다면 바로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사태를 호도해서 완전히 면죄부를 받는 걸 넘어서고 있다.

 

 

“총선 책임자들이 뻔뻔하게 사태 호도해”

 

지난 5월 혁신위원장에 내정됐다가 물러나야 했다. 

 

정말 당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총선 참패의) 진상 규명이 피해갈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피해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혁신위원장직이 날아갔다. 새누리당 내에선 특정 계파 중에서도 강경파가 있다. 그분들 몇 명이 모여서 성명 내고 회의를 하고 소리를 막 지른다. 그러니 당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어도 (나머지 의원들이) 얘기를 안 한다. (친박이라는) 큰 계파가 존재하고 그 맨 앞에 친위 강경파가 곳곳에서, 사안마다 당의 공식 기구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내린 결정에 대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나선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못하고, 누군가 얘기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이게 정당인가. 이건 완전히 사당(私黨)이다. 이 당이 공당임을 선언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당 대표 선거에) 나서게 됐다. 

 

총선 책임을 가리기 위해 규명해야 할 것은 뭔가.

 

(총선 패배 책임자들은) 정말 비겁한 사람들이다. 이번 총선을 가장 망친 사람들이 누구냐. 이건 너무나 명확하고 당연하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는데 막장 공천의 모든 계획은 공천 과정이 아니라 이미 작년 11월말에 다 작전이 짜여 있었다고 한다. (친박 강경파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들은 다 자르고 간다라고 계획을 세웠던 거다. 나는 그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선거는 이겨야 하는데, 이건 만고의 진리다. 그러니 막장 공천 의사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선거 패배 책임을 져야 하는 거다.

 

지난해 11월말 계획이 마련됐다는 근거는?

 

(내가) 여러 사람을 통해 들었다. 거기에는 김용태 이름이, 유승민과 정두언이라는 이름들이, 그리고 유승민과 같이했던 사람들 이름이 이미 11월말부터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사후 복수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총선 패배 책임자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나.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건 패권이다. 친박 패권. 인물로 본다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 덩어리로 돼 있는 패권이 더 무서운 거다. 결국 친박 패권을 해체해야 새누리당 의원들이 다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자존심이 얼마나 상하고 있나.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말 한마디 하는 것을 신경 써야 하는 현실이…. 

 

당 안팎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얼마나 되나. 

 

새누리당 당원들이 완전히 도탄에 빠져 있다. 자포자기와 자괴감, 부끄러움 때문이다. 새누리당 (당원을) 한다는 것이 너무 창피한 거다. 지난 총선 때 막장 공천도 창피하고 혁신 못해서 국민에게 비난 듣는 것도 창피하지만, 정작 내년 대선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년 대선에 대한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그 희망이라는 것이 대선에 대한 전망을 세우는 것이다. 전망을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의 대표 선수들이 재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거나, 뜻은 있지만 제도적인 장치 때문에 나오길 꺼리는 분을 내세워야 한다. 전자(前者)는 오세훈·김문수·김무성이고, 후자는 남경필·원희룡, 그리고 복당한 유승민이다. 또 판이 잘 만들어지면 멋진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데 바로 반기문이다. 물론 외상을 입은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해야 희망의 장을 깔 수가 있다. 그래서 조기 대권 경선 레이스를 내걸었던 거다. 

 

새누리당 위기의 근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당내에 만연해 있는 기득권과 차별, 반칙과 특권이다. 매우 심각하다. 새누리당을 흔히 ‘웰빙당’이라고 하지 않나. 무릇 정당이 존재하려면 권력을 잡기 위해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선거에서 이긴다는 게 뭔가. 쉬운 지역에서야 쉽게 이길 수 있지만 어려운 지역에서도 이겨야 하지 않나. 근데 이 당은 공천만 받고 이기기 쉬운 지역에 있는 사람이 모든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구조다. 어려운 지역에서 어렵게 이긴 사람들이 완전히 푸대접을 받는다. 또 당원과 주민이 하늘이고 천심이다. 국회의원은 공천을 받아도 떨어지면 당을 떠나는 거다. (당원이)당을 지키는 늙은 소나무 같은 존재들이 있다. 예를 들면 중앙위·청년위·여성위, 그리고 당 사무처 직원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국회의원보다도 훨씬 당의 근간이고 뿌리다. 이런 사람들을 새누리당이 어떻게 대접하느냐 하면 동지라고 절대 생각을 안 한다. 그냥 비서 취급한다. 지난 총선 봐라. 새누리당 비례대표 어떻게 공천했나. 지역구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내에 기득권과 차별, 반칙과 특권이 난무하는 것, 이거 안 고치면 새누리당은 계속 웰빙당일 뿐이다.

 

 

“새누리당 혁신 요구 몸으로 느끼고 있어”

 

당권 도전장을 냈지만 당내 역학구도상 현실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아닌가.

 

내가 독하게 (여당 안에서) 야당 노릇을 하는 것을 두고 독불장군이나 돈키호테라고 부른다. 심지어 ‘독고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 이름 앞에 ‘비박 강경파’라고 붙었다. 솔직히 이런 말은 듣기 싫다. 그래도 당 안팎에서 새누리당을 바꿔야 하니 노하우 있는 당신 같은 사람이 나서라는 요구가 있다. 

 

아내에게 그 요구를 몸으로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로 어마어마한 변화에 대한 욕구가 지금 넘실대고 있는 것을 느낀다. 당 안팎에서 새누리당 혁신에 대한 강력한 요구의 파고가 일렁이고 있다. 어느 순간 새누리당을 휩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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