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국내서도 특허침해로 피소 위기
  • 민보름 시사비즈 기자 (dahl@sisabiz.com)
  • 승인 2016.07.08 14:55
  • 호수 1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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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청구서’ 서비스, 국내 한 스타트업의 모바일 지로납부 방식과 같아

제주시 첨단로에 위치한 카카오 본사


 

포털·인터넷 정보업체 카카오가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연이어 특허침해로 고소당할 처지에 놓였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함께 미국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에서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특허침해 혐의로 다국적 특허괴물 ‘유니록(Uniloc)’에 의해 피소당했다. 유니록은 5월30일과 6월14일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를 상대로 특허권 7건에 대한 침해 소송을 냈다. 네이버에도 6월14일 동일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카카오가 이번에는 국내에서도 특허침해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침해 의혹을 받고 있는 특허는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 지로 고지와 납부 서비스(MBPP)이다. 해당 기술 특허권을 보유한 배재광 한국핀테크연구회장은 “곧 특허침해 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 회장은 같은 혐의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카카오나 한국전력 같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특허를 침해한다면, 더 이상 한국에서 혁신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 “아직 소송 전이라 구체적 내용 몰라”

 

배 회장은 2010년 7월 ‘이동통신 단말기를 이용한 지로요금 결제 방법 및 장치(제10-0973713호)’를 특허 등록했다. 기존 전자고지 납부(EBPP) 방식은 전자우편으로 지로를 받고 금융기관 시스템에서 납부하는 것으로 사용하기에 번거로웠다. 배 회장이 개발한 MBPP 방식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한 가지 앱(App)에서 공공요금을 모바일 푸시알림으로 확인하고 바로 납부할 수 있다. 배 회장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는 스타트업 ‘인스타페이(InstaPay)’는 이 특허를 활용해 국내 지로납부 시장에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그는 이미 2013년 한국전력에 MBPP 서비스를 제안했다. 

 

카카오는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페이 청구서’로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 세금 납부와 가스요금 납부 서비스도 시작했다. 배재광 회장은 “카카오와 인스타페이의 서비스가 사실상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침해 의혹은 3월1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핀테크연구회 행사에서 처음 제기됐다. 행사 당시 배 회장은 “카카오가 모바일 지로납부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한국전력에 동일한 서비스를 제안했다”면서 “관련 특허는 인스타페이가 보유하고 있어 인스타페이만 서비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찬식 카카오 핀테크팀 부장은 이 자리에서 내용을 듣고 “(카카오는) 한국전력 측이 먼저 요청해 서비스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날 발표에 나선 노제원 금융결제원 팀장에게 “공공기관의 요청으로 해당 서비스를 하는 것도 특허침해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노 팀장은 발표 중 “2012년 금융결제원도 같은 서비스를 하려고 내부에서 논의한 적이 있는데, 특허법인 3곳에 문의한 결과 특허침해 소지가 있어 논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배 회장은 “그날 행사 이후 카카오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면서 “(카카오는) 전기요금과 서울시 서비스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아직 소송이 제기되지 않은 상태라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겠다”며 “현재로서는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15일 (사)한국핀테크연구회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공동주최로 열린 ‘ICT 산업과 핀테크 적용사례와 글로벌 경쟁력’ 컨퍼런스에 배재광 한국핀테크연구회장(왼쪽 두 번째)이 참석했다.

 

 

 

 

특허 보호 의식 미흡한 국내 IT업체, 연쇄 소송 위기 맞을 수도

 

국내 IT업계는 전반적으로 특허 보호 의식이 미흡한 것으로 유명하다. 유망 스타트업이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사업을 제안했다가 기술을 탈취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국내에선 피해 기업 대부분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 소송비용에 비해 얻는 보상이 적은 탓이다. 

 

통상적으로 특허침해 소송비용은 수억원을 넘기 일쑤다.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면 소송 기간만 2~3년 걸린다. 설령 승소한다 해도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1억원을 넘지 않는다. 특허청이 지난해 9월 이헌재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중소기업이 특허침해 소송에서 대기업에 승소한 사례는 없다. 김승완 변리사는 “국내 판사들이 기술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보니 보수적으로 판결한다”며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승소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은 다르다. 재판부가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있어 배상 금액도 크다. 다국적 특허 괴물 ‘유니록(Uniloc)’은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소송을 걸어 3억8880만 달러를 받아냈다. 국내 IT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특허 괴물’의 잇따른 소송 탓에 진출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는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메신저 등 인터넷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특허 괴물들은 카카오를 노리고 있다. 배재광 한국핀테크연구회장은 “최근 몇몇 해외 특허 괴물들이 해당 특허를 팔라고 제안하기도 했다”면서 “그렇지만 한국을 생각하는 마음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모바일이 IT업계의 대세가 되면서 국경도 사라지고 있다. 원래 특허각국주의 상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사업하지 않을 경우 특허 괴물이 외국 법원에서 소송을 걸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제는 미국에 있는 사용자들도 국내 업체가 개발한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 받아 쓸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최근 국내 법원에서 외국에 서버가 있는 서비스에 대해서도 특허침해 혐의를 인정한 판례가 있다”면서 “미국 같은 경우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판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서비스 제공자가 적극적으로 모바일 앱을 배포했을 경우 침해행위에 기여한 ‘기여침해’가 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이번에 카카오와 네이버를 상대로 한 유니록의 소송을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김승완 변리사는 “상대가 아이디어를 먼저 등록하면 특허를 침해하게 되기 때문에, 발상이 늦으면 국내 기업이 대비하더라도 해외에서 계속 소송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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