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나면 테이블 밑으로 숨어라? NO! 건물 밖으로 나가라!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7.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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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실에 안 맞는 정부의 지진 대비 매뉴얼

 

서울 능동 광진구시민안전체험관을 찾은 장호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대피 체험을 하고 있다.


7월5일 오후 8시33분, 울산광역시 동쪽 52㎞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은 대한민국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다. 일단 지진이 발생하자 울산은 물론 부산과 경남지역에서도 건물과 도로에서 흔들림을 느낀 사람들이 속출했다. 울산에서 200km 떨어진 충정 지역에서도 여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이어졌을 정도였다. 이번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이래로 5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이었다.

우리는 지진에 둔감한 사람들이었다. 지진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이웃나라 일본은 지진 대피 요령을 숙지하는 게 일상화돼 있다. 반면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져있다보니 이번처럼 한반도 가까운 지점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재난안전본부가 제공하는 지진 대피 요령을 살펴보니 아래와 같다.

지진이 발생하면 방재담당자나 어른들의 지시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한다. 주변장소에서 안전한 곳(책상이나 탁자 밑)으로 대피하고, 지진이 끝날 때까지 라디오나 TV방송을 주시한다.

특히 실내에서 지진을 느끼면 서둘러 밖으로 나가지 말고 일단 문을 열어 탈출구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이후 큰 진동이 멈추면 공원․공터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한다.

하지만 이런 가이드라인이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 가이드라인은 저층․목조 건물이 많은 일본에 최적화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일반 건물에 내진 설계가 돼있을 뿐 아니라 목조 주택이 많아 건물이 무너지더라도 신체(특히 머리)만 보호하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 우리 건축물은 대부분 콘크리트로 지어졌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탁자 밑으로 숨었다가 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목조 건물보다 콘크리트 건물이 많고 내진설계가 일본만큼 강하게 돼있지 않은 고층 건물이 많다보니 우리 실정과 맞지 않은 대피 매뉴얼을 그대로 따랐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1988년 내진 설계가 의무화되기 이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도 많기 때문에 상당수 건물이 지진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있다.

한국에서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일단 탁자 밑에 숨는 것보다는 최대한 신속하게 건물 바깥으로 피하는 게 좋다고 지진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높은 건물 주변보다는 공원 같은 넓은 공간이 안전하다. 낙석이나 산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산 주변도 피해야 한다.

지진대피소로 지정된 인근 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 등으로 대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초·중·고등학교 건물, 체육관과 강당 등의 부속건물이 지진대피소로 지정된 경우가 많다.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게 여의치 않다면? 그럴 때는 화장실로 대피하는 게 차선책이다. 화장실에는 물이 있기 때문에 건물이 무너져 고립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지진으로 깜짝 놀란 국민이 많겠지만 한반도 내륙에서 규모 5.0이 훌쩍 넘는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진에도 ‘지진 이력’이 있다. 지금까지 5.5를 넘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은 곳에 어느 날 갑자기 규모 7이상의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확률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윤성효 교수는 “지구상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장소는 없다”며 ”언제나 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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