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이 가져온 변심 “4년제 대학 굳이 나올 필요 있나요?”
  • 김회권 기자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7.08 17: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대 청년 중 80%가 넘는 젊은이들이 대학생이 되는 시대입니다. 해마다 60만 명에 달하는 대졸자가 수천만원의 학비를 지출하고 사회로 쏟아져 나오지만, 이들을 받아 줄 신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런 일들 중 반드시 대졸 학력일 필요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학 나오면 모든 게 해결될 것 같았던 과거는 이제 옛말입니다. 3포에서 5포, 이제는 7포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우리 20대들의 삶은 팍팍합니다. 대학을 둘러싼 여러 담론들도 바뀌었을 테지요. 이제는 학교의 주체가 아닌 고객처럼 돼버린 대학생은 마치 졸업장 발부 공장처럼 바뀐 대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4년제 학사 학위 필요하다” 59%

대학을 주제로 한 재미있는 조사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시장조사전문기업인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가 전국 2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대학교육 및 대학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반드시 4년제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20대 응답자 10명 중 6명(59%)이 ‘4년제 학사학위’의 취득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10명 중 무려 4명이 4년제 학사학위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과거 같은 조사(2009년 81.3%→2010년 75%→2011년 75.8%)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4년제 대학 졸업에 대해 젊은 세대의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졸업해도 취업 보장 안 된다” 82.2%

한 번 그 이면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4년제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대학 간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풍토가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안 나온 사람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63.1%, 중복응답),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63.1%)는 이유로 4년제 대학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대학을 안 나오면 차별이 심하다는 응답(2010년 64.8%→2011년 64.4%),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2010년 62.9%→2011년 63.1%)는 응답은 과거와 비교해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4년제 학사학위가 불필요하다는 응답자들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졸업을 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82.2%, 중복응답)이라는 이유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취업난에 지치다보니 대학 간판이 필요없다는 생각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같은 비용으로 더 가치 있는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68.5%), 학사학위 취득이라는 목적 말고는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63%)는 의견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4년제 대학 선택 기준은 인지도” 61.8%

‘이름값’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대학 선택에 있어서 1순위입니다. 4년제 대학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대학의 인지도(61.8%, 중복응답)를 꼽는 젊은 세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향후 대학의 비전(38.2%)과 희망 학과의 유무(32.6%), 등록금 수준(25.6%) 등이 뒤를 따랐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75.8%는 대학을 선택할 때 졸업 후 얼마나 많은 수입을 벌 수 있을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졸업 후 얼마나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인 듯 합니다.
 

 

“선호 학문은 공학” 52.4%

현재 20대 젊은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학문 분야는 공학계열(52.4%, 중복응답)이었습니다. 2011년에 비해 공학계열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커졌습니다. (2011년 40.8%→2016년 52.4%) 2011년에 가장 선호하는 학문은 인문사회계열이었는데 올해 조사에서는 선호도가 크게 감소했습니다. (2011년 50.8%→2016년 41.2%) 취업 시장에서 홀대 받는 인문계, 우대 받는 이공계의 분위기가 여실히 반영된 결과입니다.

10년 후에 가장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학문도 공학계열(72.8%, 중복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2011년 응답60.8%)에 비해 크게 상승했습니다.

 

 

 


 

“대학등록금 지나치게 비싸다” 87.8%

전체 응답자의 87.8%는 우리나라의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생각합니다. 성별(남성 86%, 여성 89.6%) 및 출신 대학교의 지역과 유형에 따른 인식 차이(서울 4년제 88.2%, 지방 4년제 90.4%, 서울 2~3년제 88.9%, 지방 2~3년제 85.5%)는 거의 없었습니다.

앞으로 대학 등록금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있다’는 답변은 17.6%에 불과했습니다. 등록금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대학교육이 등록금만큼 양질의 교육을 제공한다고 보는 시각은 7.6%에 불과했습니다.  

 

 

 


“등록금 ‘부모님’이 도와주신다” 57.4%

대학 등록금 마련 방법을 물었습니다. 부모님께서 마련해주신다(57.4%, 중복응답)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부모님이 마련해신 돈에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보탠다는(43.2%) 대학생들도 상당했습니다. 특히 부모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학생들은 스스로 평가할 때 가계형편이 좋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자가평가 상 90.9%, 중상 85.3%, 중하 55.9%, 하상 30.6%, 하하 16.7%), 등록금 역시 부의 정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될 것 같다” 31%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졸업 후 취업 가능성에 대해 물어보니 부정적입니다. 재학생의 31%만이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될 것 같다고 응답했습니다. 2011년 같은 조사(46.9%)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체감 취업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는 결과입니다. 남학생(33%)보다는 여학생(25.6%)이 취업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내다봤고, 서울 소재 대학보다는 지방 소재 대학의 학생들이 취업 가능성을 낮게 바라보는 경향(서울 4년제 37%, 지방 4년제 26.5%, 서울 2~3년제 42.9%, 지방 2~3년제 30.8%)이 강했습니다.  

 

 

 


“유학 다녀올 필요 있다” 80%

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취업에 가장 필요한 요소는 관련 분야의 경력(63.9%, 중복응답)이었습니다. 자격증(43.2%)이나 학교 성적(41.9%)보다 중요하게 봤습니다. 인턴이나 공모전 등에 집중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진 않을 겁니다.

경쟁이 치열해서일까요. 해외 스펙은 여전히 강조됩니다. 20대 전체 응답자 중 80%가 ‘여유가 된다면 유학을 다녀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해 취업을 하는 것이 유학을 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는 20대는 10명 중 3명(30%)에 불과했습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