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2롯데월드 불법 시공됐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7.11 10:43
  • 호수 139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6~38층 방화벽 내화충전재 시공한 A씨 폭로 “방화용 실리콘 대신 일반용 실리콘 사용”

국내 재계 5위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점점 심장부를 향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7월7일 전격 구속됐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부자도 3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곧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이다.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해 정·관계 로비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사저널은 문제의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서 방화용 실리콘 대신 가격이 저렴한 일반용 실리콘으로 바꿔치기 됐다는 내부 제보를 받았다. 화재 시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불법 시공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해 6월 롯데그룹이 발칵 뒤집혔다. 시중에 유통되는 PVC 배관의 내화충전재가 함량 미달이라는 실험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형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 파이프라인이 화염이나 유독가스를 확산시키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 139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화재 참사 때도 각 층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불길이 급속히 퍼졌다. 내화충전재는 건물을 관통하는 파이프의 틈새를 메워 화재의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일정 기간 열에 견딜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한 연구기관의 실험 결과, 5개의 내화충전재 중 4개가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에 노출되자 얼마 견디지 못하고 불에 탔다. 그중 하나가 잠실 롯데월드몰(제2롯데월드)에 시공된 것이었다.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번의 시험 중 1번은 통과하지 못했다. 당장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은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서 불량 내화충전재 재시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건설교통부는 제2롯데월드 현장에 시공된 제품을 수거해 실험에 나섰다. 결과는 앞선 시험과는 반대였다. 성능 시험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롯데 측은 “잠실 롯데월드몰에 시공된 내화충전재는 이미 국가공인시험기관인 방재시험연구원 시험에도 합격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며칠 후 기존 내화충전재를 모두 뜯어내고 다른 제품으로 재시공했다. “롯데 측의 해명대로 내화충전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제품을 교체할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것이 시민단체 일각의 의심 어린 시각이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연맹 관계자들이 2015년 8월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현장 앞에서 제2롯데월드 불량 내화충전재 재시공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작년에도 내화충전재 문제로 안전성 도마에 

 

당시 롯데그룹은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에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고객의 안전은 등한시한 채 재산 싸움만 벌이고 있다”는 비난 여론도 끊이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흘렀다. 현재 상황도 1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장남과 차남은 여전히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감한 정보가 수사기관에 흘러들어갔고, 검찰은 현재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7월7일 롯데가(家) 장녀인 신영자 이사장을 구속했다. 신 이사장이 최대주주인 대홍기획 자회사와 거래업체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롯데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주체는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지만 특수1부와 2부, 3부 검사들이 압수수색이나 수사에 참여했다”며 “조만간 신 이사장을 불러 추가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진행해온 롯데그룹의 사업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 완공이 올해 말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검찰 주변에서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일 것이라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이 경우 제2롯데월드 완공이 내년으로 연장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2015년 5월2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방문해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공사 책임자에 문제 제기했지만 묵묵부답”

 

이런 가운데 제2롯데월드의 불법 시공 의혹까지 불거졌다. 제2롯데월드 방화벽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방화용 실리콘 대신 일반용 실리콘을 사용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현행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4조에 따르면, 방화구획에 틈이 생긴 때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내화충전 성능을 인정한 구조로 된 것’을 설치토록 하고 있다. 일반용 실리콘은 내화 기능이 없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유독가스가 발생해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에 관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서 방화벽 아래 바닥의 실리콘 작업을 직접 담당했던 A씨다. 그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의 각 층마다 3개의 방화벽이 설치돼 있다. 화재가 발생하면 이 방화벽이 화재나 유독가스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제2롯데월드의 바닥이 현재 30cm 정도 떠 있다는 점이다. 바닥 아래의 빈 공간을 통해 유해가스가 확산될 수 있는 구조다. 때문에 롯데 측은 방화벽 아래를 벽돌로 올려 공사를 하고, 나머지 빈 공간은 방화용 실리콘으로 막았다. 

 

A씨는 16층부터 38층까지의 실리콘 작업을 담당했다. 처음 몇 개 층은 방화용 실리콘으로 작업을 했다. 공사 관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샘플실이었다. 이 샘플실을 제외한 나머지 층은 모두 일반 실리콘을 사용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그는 “방화용 실리콘은 일반용 실리콘보다 가격이 비싸다. 모두 빨간색 포장으로 돼 있기 때문에 눈에도 쉽게 띈다”며 “포장이 다른 일반용 실리콘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루에 담아 현장으로 이동했지만, 아무런 제재도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한 A씨는 공사 책임자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이 사실이 현장 소장에게 그대로 전달되면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 건물 공사의 시행사는 롯데물산, 시공사는 롯데건설이다. 공사현장에서 이뤄지는 불법 시공에서 A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현행 건축법 제24조의2(건축자재의 제조 및 유통관리)에 따르면, 건축공사장에서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현장은 보수·보강 조치가 될 때까지 공사가 중단된다. 아울러 건축 관계자(설계자·시공자·감리자 등)는 벌금과 함께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정부는 최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3회 법질서·안전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내화구조나 방화벽, 불연재료 등과 관련한 건축법을 위반한 경우, 현행 1000만원 이하 벌금을 1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A씨의 주장대로라면, 제2롯데월드는 16층에서 38층까지 방화문에 방화용 실리콘이 아닌 일반용 실리콘을 사용했다. 현행법대로라면 바닥을 뜯어내고 방화용 실리콘으로 교체하기 전까지는 공사를 중지해야 하는 것이다. 시공사인 롯데건설과 협력업체, 감리사 역시 영업정지 조치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확인이 필요하다고 방재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얼마 전 부산의 한 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위층으로 번져나갔다. 방화벽과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됐지만 소용이 없었다. 4층에서 시작된 불이 39층 옥상까지 번진 시간은 20분에 불과했다. 

 

 

롯데 “최근 전수조사 후 재시공 마쳐"

 

고가사다리차뿐 아니라 소방헬기까지 총동원됐지만 화재 진압이 쉽지 않았다. 건물 높이가 144m에 달하다 보니 고층건물 화재 대비용 소방장비가 먹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불은 7시간 만에 겨우 진화됐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 높이가 123층, 555m에 이른다.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가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방화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여파는 재앙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자가 만난 방재 관계자들은 “현장을 가보지 않아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80% 이상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사망하는 만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롯데 측은 7월11일 시사저널에 “논란이 되고 있는 층의 보수를 모두 마친 상태”라고 해명했다. 롯데물산의 한 관계자는 “올해 6월 실리콘 작업자로부터 문제가 있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시공한 층의 바닥을 모두 뜯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일부 구간에서의 일반 실리콘 사용 가능성을 고려해 전체를 재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당 층의 시공을 담당했던 D사의 입장도 비슷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장 실사 과정에서 일부 구간에 방화용과 일반 실리콘이 병행 시공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작업자가 지시대로 작업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해명했다. 

 

 

제2롯데월드 싱크홀 악몽 재연되나? 


 

7월5일 서울 송파구에 지름 1m 크기의 싱크홀이 또다시 생겨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제2롯데월드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4년 잠실 제2롯데월드 주변에서는 잇달아 싱크홀이 발생했다. 흙으로 채워 메워놓은 자리가 이틀 만에 다시 주저앉으면서 인근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사현장 주변에 있는 석촌호수의 수위도 크게 낮아졌다. 매일 수백 톤의 물을 한강에서 퍼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상 현상의 원인으로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을 지목했다. 롯데건설은 지상 123층 건물의 기초공사를 위해 지하 6층 깊이(37m)까지 땅을 팠다. 이곳으로 석촌호수 물이나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도로나 땅의 일부분이 가라앉는 지반침하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이 발생한 잠실지역 인근은 서울에서도 지반침하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며 “지하수가 빠져나간 자리에 지반침하 현상이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송파구는 즉시 조사에 착수했고, 제2롯데월드와 싱크홀은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계속되는 지반침하 현상은 노후화된 하수관 파손과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다만, 석촌호수 수위 저하 현상은 제2롯데월드 굴착공사가 한 원인이며, 공사가 마무리되면 물빠짐 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공사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음에도 석촌호수의 수위 감소 현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시민단체인 위례시민연대가 최근 공개한 송파구청의 ‘석촌호수 한강수 유입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43만7640톤의 한강물이 석촌호수에 유입됐다. 올해도 5월까지 57만7870톤의 물이 한강에서 들어왔다. 서울시와 송파구의 발표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롯데물산 측은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주변 총 8개의 계측기를 통해 분석한 결과 지하수위는 변동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지하철 9호선 3단계 공사가 2018년 10월까지인 만큼 그쪽으로 물이 빠져나갔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잠실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싱크홀 현상도 재개돼 주목된다. 7월5일 서울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송파구에서 또다시 2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중 한 곳은 제2롯데월드와 1km 정도 떨어져 있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제2롯데월드 시행사인 롯데물산 측은 곧바로 해명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서울의 지질은 화강·편마암 지질로 형성돼 있어 대규모 구멍이 생기는 싱크홀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2014년 발생한 싱크홀 역시 서울시 용역 조사에서 제2롯데월드와 무관하다고 판명이 난 만큼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송파구청과 경찰이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가 제2롯데월드와의 ‘선긋기’에 나선 점에 의문을 표시한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제2롯데월드 주변이 과거 하천 지형으로, 지반침하에 취약하다는 조사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며 “조사결과를 보기도 전에 언론 플레이를 통해 연관성을 부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