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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괴물 넷플릭스가 나타났다

봉준호 신작 《옥자》에 5000만 달러 투자 한국시장 ‘콘텐츠 공룡’ 시동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1(Mon) 17:13:22 | 13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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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0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왼쪽)와 테드 사란도스 최고 CCO가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봉준호 감독의 《옥자》 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 《옥자》가 화제다. 한국 배우들과 함께 제이크 질렌할·틸다 스윈튼·폴 다노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하고, 《에이리언4》 《미드나잇 파리》 등에 참여한 유명 촬영감독인 다리우스 콘지가 촬영 부문에 합류하는 그야말로 초특급 프로젝트다. 브래드 피트도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이 엄청난 기획은 미국 OTT 업체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약 570억원)를 투자하면서 현실화됐다. 최근 넷플릭스의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방한하면서 《옥자》의 개봉 방식이 화제가 됐다. 과연 막대한 투자금을 댄 넷플릭스가 이 영화의 개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부분이다. 국내 일부 매체들이 《옥자》가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 단독 상영으로 직행한다고 보도해서 주목받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영화계의 엄청난 사건이다. 극장 산업을 위협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으로선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직행을 국가별로 달리 선택할 것이라고 하고, 한국에선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상영을 병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런 논의의 과정에서 넷플릭스에 관심이 쏠린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에 거액을 투자하고, 《옥자》에 관한 전 세계적 마케팅을 호언장담하며, 그런 블록버스터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자체 상영할 가능성까지 비치는 회사. 그런 현상이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자리 잡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야말로 괴수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지점에 관심이 커지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세계 최대의 유료 OTT 업체다. OTT란 ‘Over The Top’의 약자로 TV 셋톱박스(Top)를 넘어선(Over) 서비스라는 뜻이다. 처음엔 단말기를 통해 소비자가 선택한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의미였지만, 지금은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 한마디로 인터넷 동영상 업체라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이 분야를 개척하는 회사다.

 

 

‘당신보다 당신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다’

 

지난해에 미국 다우지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FANG’이 주목받았다. FANG은 페이스북(Facebook)·아마존(Amazon)·넷플릭스(Netflix)·구글(Google)을 뜻하는 말로, 이 회사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FANG 중에서도 넷플릭스가 134% 주가상승으로 상승률 1위였다. 넷플릭스는 2016년 미국 500대 기업 순위에서도 전년 대비 9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FANG의 약진은 플랫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넷플릭스는 8000만 명 이상의 회원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는 플랫폼으로 세계 콘텐츠 업계에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원래는 DVD 대여 회사였다. 미국 최대의 대여점 체인이었던 블록버스터에서 비디오를 빌렸다가 연체료 폭탄을 맞은 리드 헤이스팅스가 1997년에 연체료 없는 대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넷플릭스의 시초다. 2000년 블록버스터 측에 지분을 매각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2007년에 인터넷 기술 발전에 맞춰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 도입했고, 이것이 대박을 치면서 블록버스터는 파산하고 말았다.

 

1차적으로, 넷플릭스에선 싼 가격에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었다. 약 10달러 정도의 월정액으로 보유 콘텐츠를 무제한 풀었다. 광고도 없앴다. 그러자 코드 커터(Cord Cutter), 즉 케이블TV 회선을 끊고 넷플릭스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갔다. 넷플릭스가 심혈을 기울인 것은 빅데이터를 통한 소비자 취향 분석이었다. 이미 DVD 대여 시절부터 소비자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했었는데, 스트리밍 서비스 이후 이 분석을 더욱 고도화했다. 그것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 영상물을 권했고, 소비자가 이것을 시청할 가능성을 75%까지 끌어올렸다. 각 개인별 분석으로 맞춤 페이지를 구성하기 때문에 넷플릭스엔 메인 화면이 별도로 없다. 8000만 가입자에 8000만 개의 메인 화면이 존재한다. 이런 방식으로 아마존 같은 경쟁자보다 훨씬 적은 콘텐츠를 보유했음에도 업계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넷플릭스는 당신보다 당신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다.’ 이것이 넷플릭스 빅데이터 분석의 자신감이다.

 

 

넷플릭스 홈페이지


 

넷플릭스의 올해 콘텐츠 제작 예산은 6조

 

넷플릭스를 업계의 괴수로 만든 것은 바로 자체 제작 콘텐츠였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업체들은 다른 콘텐츠 업체와 제휴해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에 승부를 걸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2013년에 에미상을 휩쓴 《하우스 오브 카드》였다. 이 작품 역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 취향에 맞춰 감독과 주연을 선택했고, 이들이 에미상에서 감독상과 주연상을 받았다. 그 후 꾸준히 자체 제작물을 선보이며 ‘빈지뷰잉(binge viewing)’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다. 드라마 전편을 한꺼번에 공개해 몰아 보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까지 제작해 극장 개봉과 동시에 인터넷에서도 상영했다. 넷플릭스 콘텐츠를 보려면 넷플릭스에 가입해야 하고, 넷플릭스 가입자들을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가 마케팅되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갔다. 제휴도 추진해서 미국에선 올가을부터 마블·픽사 등을 포함한 디즈니 영화들을 유료 채널 중에서 독점 상영하게 됐다. 그야말로 거대 괴수가 돼가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넷플릭스의 1차 성공 공식이 작동하기 어렵다. 미국에선 ‘싸고 많은’ 게 장점이었지만, 한국에선 싸지도 않고 많지도 않다. 한국은 동영상이나 웹하드 서비스가 넘쳐나고 매우 저렴하다. 불법 다운로드도 만연해 있다. 한국인이 원하는 콘텐츠는 최신 한국 드라마, 예능, 한국영화, 최신 블록버스터 정도인데 넷플릭스가 보유한 콘텐츠들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서 넷플릭스가 선택한 돌파구는 콘텐츠다. 《옥자》는 신호탄이다. 배두나 주연의 미국 드라마 《센스8》과 한국 드라마, 한국 예능 프로그램까지 제작에 나선다. 한국에서도 콘텐츠 공룡이 되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올해 콘텐츠 제작 예산은 50억 달러(약 6조원)다. 한국영화로 치면 건국 이래 최대 프로젝트인 《옥자》의 제작비는 이 중 1%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자본력이다. 이들이 한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자신들 플랫폼에 얹어 세계에 송출한다면 우리 업계는 어떻게 될까? 이미 한류가 중국 자본과 플랫폼에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터에 넷플릭스라는 콘텐츠·플랫폼 괴물까지 대두된 셈이다.

 

물론 비관적인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 시장은 앞에서 언급한 특징들 때문에 쉽게 뺏길 시장이 아니다. 넷플릭스의 사세가 미국 내 후발주자 때문에 급격히 기울 수도 있다. 넷플릭스의 자본과 전 지구적 플랫폼을 우리가 이용하게 될 수도 있다. 싸이가 유튜브를 이용했듯이 말이다. 장차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도전은 닥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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