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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Insight] 연애 따로 결혼 따로

변화하는 북한 결혼문화…실속 챙기는 북남북녀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전문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4(Thu) 08:31:48 | 13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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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18일 북한의 강원도 통천군 시중호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갓 결혼한 신혼 부부가 하트 모양 안에 ‘행복’을 써넣고 있다.


 

요즘 북한은 때아닌 결혼 시즌이다. 제철인 봄·가을이 아닌 7월 한여름 결혼식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유는 5월초 열린 조선노동당 7차 대회다. 당대회를 앞두고 젊은 남녀들은 줄줄이 결혼식을 미뤘다. 노력 동원 캠페인인 ‘70일 전투’에 전력투구하겠다면서 연기했던 행사가 최근 들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등 북한의 관영 선전매체들은 당대회 때문에 결혼을 연기한 청춘남녀들의 사연을 미담 사례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분단은 남북한의 혼례문화나 풍습에까지 큰 차이를 만들었다. 북한에선 김일성 일가 우상화와 숭배 의식이 배어들었다. 결혼식 당일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꽃다발을 바치고, 식장에선 “수령님(김일성과 김정일 지칭)과 원수님(김정은)에게 충실한 가정을 꾸리도록 하라”는 당부의 말이 이어진다. 폐쇄적 체제 특성상 해외 신혼여행은 꿈도 꾸기 어렵고, 지역 명소나 유원지를 둘러보는 정도에 그친다.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20대 초중반을 넘긴 뒤 만혼을 장려하는 것도 북한체제의 특징이다. 


북한에서도 근래에는 ‘연애 따로, 결혼 따로’ 풍조가 정착 단계인 것으로 탈북자들은 전하고 있다. 상당히 깊은 수준까지 교제를 하다가도 정작 결혼을 해야 할 단계가 되면 유복한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파트너와 백년가약을 맺는 실속형 신세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당이나 부모가 점지해준 배우자와 결혼한다는 건 시대에 뒤떨어진 옛말이 돼버렸다. 2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닥친 것이다. 《조선영화》 1993년 9월호엔 ‘사랑은 사랑대로, 결혼은 결혼대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현상이 없지 않다…결혼을 이기적 선택의 자유로 생각한다는 건 자신을 불행에도 이끌어 갈 것’이라고 꼬집는 대목이 있다. 당시 상황과 현재를 견줘보면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열대메기’ 신랑·‘손오공’ 신부


혼전관계에 대한 보수적 인식이 북한 젊은 층에서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눈길을 끈다. 대학생층이나 신세대를 중심으로 연애관이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농도 짙은 키스를 하거나 애정표현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만나고 있다고 한다.


일등 신랑감에 대한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엔 권력기관인 중앙당이나 보위부 요원, 달러를 만질 수 있는 외화벌이 요원이나 외교관 등이 앞 순위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엔 ‘열대메기’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는 ‘여자를 렬히 사랑하고 학을 졸업하고 직업도 갖고 있어야 하며 , 노동당증을 고 있어야 하는 데다 술자격증도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각 조건에서 대표적인 한 글자를 따온 것이다.


신부에 대한 선호 조건도 또렷하게 드러난다. 결혼 적령기를 넘긴 여성들 사이에서는 ‘손오공 신부’가 선망의 대상으로 꼽힌다. ‘전화(휴대폰)는 기본이고 자전거가 아닌 토바이를 갖고 있으며, 군복무를 마친 남편감에게 부까지 지원해줄 수 있는 여성’을 일컫는다고 한다. 주민들 사이에 번지는 ‘현대 가재미’란 말을 통해서도 결혼 세태를 엿볼 수 있다. ‘달러를 의미하는 화(現貨)가 많고, 학을 졸업하고 풍이 좋은 여성을 지칭한다. 간 있고 아름다운(·美) 여성’이란 의미도 더해진다. 


아직 일부 특권 계층이긴 하지만 웨딩 촬영이 유행을 타기 시작한 점도 주목된다. 결혼식 장면은 물론 야외에서 신랑·신부의 다정한 포즈를 담아주는 전문점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남한의 문화가 북한 주민들 속에 파고드는 이른바 평양판 한류 바람이 혼례에도 파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변모하는 결혼세태에는 김정은 체제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더욱 거세진 변화의 바람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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