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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리더십] 몽골 후예로 마지막 유목제국 건설

티무르, 중앙아시아 석권하고 실크로드 활성화시켜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14(Thu) 13:56:13 | 13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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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무르 초상화


 

티무르(1336~1405)는 몽골 세력이 쇠퇴하던 14세기 후반 중앙아시아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불패의 군주로, 당대(재위 1370~1405)에 서쪽의 콘스탄티노플 근방에서 동쪽의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지역을 석권한 정복자다. 당시 소아시아를 근거지로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던 오스만제국의 바예지드 1세와 전쟁을 벌여 황제를 포로로 삼는 승리를 거둬 일시적으로 오스만제국을 붕괴시키면서 위험한 고비를 넘긴 비잔틴제국의 수명이 연장되고 오스만의 서유럽 공략이 제한됐던 세계사적 의의가 있다. 피로 점철된 삶을 살다간 정복자였지만 문화와 예술을 장려해 수도 사마르칸트를 이슬람 문물의 중심으로 발전시켰고 동서양 간의 실크로드 무역이 활성화됐다. 20대 시절 치른 전투에서 다리에 화살을 맞아 평생 다리가 불편했던 티무르는 몽골의 후예답게 말 위에서 중앙아시아를 정복하고 초원의 마지막 유목제국을 수립했다.

 

 

‘불패 신화’ ‘잔혹한 살인자’ 상반된 평가

 

오늘날 터키가 있는 아나톨리아, 시리아, 이란 등지에서 명맥을 유지하던 이슬람 아바스 왕조는 1258년 칭기즈칸의 손자인 훌라구가 이끄는 몽골 군대에게 패망했다. 훌라구가 이란을 중심으로 수립한 일한국은 왕위계승을 둘러싼 혼란으로 이민족에 의한 약체 정권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100년 후인 1353년 해체된다. 이러한 혼란의 시기 투르크 출신 오스만이 1299년 오스만제국을 수립하고 급속히 세력을 팽창하면서 비잔틴제국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고, 서유럽도 오스만의 위협권으로 들어갔다. 이 시기인 1336년 티무르는 이슬람화된 몽골 씨족에서 출생했다. 그의 집안은 과거에 명문이었지만 몰락해 평범한 유목민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청년 시절 초원에서 가축을 약탈하면서 두각을 나타내어 수백 명을 이끄는 무력집단의 우두머리로 성장한다.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이 들어선 트란스옥시아나 지방에 근거지를 두고 있던 티무르는 21세가 되던 1357년 투르크 계열 지배층의 분열로 촉발된 혼란의 와중에 정치적 권력을 확보해 1363년 이 지역의 지배자로 부상했다. 당시 실크로드의 중심지로서 중개무역으로 번영하고 있던 비옥한 지역을 확보한 티무르는 정통성을 강화하기 위해 칭기즈칸의 후손을 아내로 맞이하고, 칭기즈칸과 차가타이칸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1370년 티무르 왕조를 수립하고 군주로 즉위한다.

 

티무르는 이후 1405년 중국 원정길에 병사할 때까지 35년간 정복자로서 불패의 신화와 잔혹한 살인자의 상반된 평가를 얻었다. 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은 인도, 동쪽은 중국 국경, 서쪽은 터키 아나톨리아 반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정복하면서 한 번도 패배하지 않은 무적의 장군이었다. 티무르 군대는 몽골의 전통을 계승해 기병이 강했고, 가축과 함께 이동해 병참보급이 필요 없는 기동군단이었다. 또한 이슬람의 강력한 교리로 무장해 정신무장이 높은 수준이었다. 젊은 시절 약탈로 출세의 기반을 마련했던 티무르는 승리한 군사들에게 약탈과 파괴를 통한 금전적 이익이 크도록 배려했다. 높은 기동성, 강한 정신력에 높은 기대수익률로 무장한 티무르 군대는 연전연승 신화를 쌓았다. 또한 티무르는 잔혹한 파괴자로서도 악명을 떨쳤다. 고분고분하지 않은 정복지 주민들을 잔인하게 살육하고 도시를 파괴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1387년 이란 지역의 이스파한을 점령했을 때는 피정복지의 7만 명을 몰살시키고 성벽 밖에 사람 머리로 만든 피라미드 120기를 쌓았다. 1401년에 이라크 바그다드에 입성하고 나선 저항하는 현지인 9만 명을 단숨에 죽여버렸다고 전해진다.

 

티무르가 벌인 전쟁의 백미는 오스만제국 바예지드 1세와의 전면전에서 승리하고 적국 황제를 포로로 잡은 순간이다. 바예지드 1세는 1389년 즉위하고 적극적인 서방 원정을 실시해 세르비아·보스니아 등 발칸반도 전역을 정복했다.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기 위한 사전단계로 보스포루스 해협에 성채를 구축했다. 비잔틴제국의 요청으로 파견된 7차 십자군이 1396년 오스만 군대에게 격퇴되면서 비잔틴은 마지막 희망도 상실한 상태였다. 서방의 동유럽을 정복한 바예지드 1세는 근거지 아나톨리아 반도의 투르크계 제후국에 대한 정복과 병합을 본격화했다. 투르크 제후국들이 티무르와 제휴해 오스만에 대항하면서 두 나라의 전쟁 국면이 조성됐다. 1402년 앙카라에서 벌어진 대규모 전투에서 바예지드 1세는 티무르에 대패하고 포로가 됐다. 티무르는 적국의 군주를 정중하게 대했으나 바예지드 1세는 포로의 신분으로 이듬해 병사했다. 티무르가 오스만제국을 분할해 왕자들에게 나눠주면서 오스만제국은 일시적으로 붕괴됐다. 1405년 티무르가 사망하면서 시작된 정치적 공백기에 1413년 바예지드 1세의 아들 메흐메트 1세가 오스만을 재통일하고 발칸반도를 다시 확보하게 된다.

 

 

‘마지막 원정’ 명나라 정복 나섰으나 병사

 

중앙아시아 패권을 확립한 티무르는 1405년 중국 명나라에 대한 마지막 원정에 나섰다. 티무르가 이끄는 무적의 군대가 명나라까지 정복했으면 세계사가 바뀌었겠지만, 69세의 티무르가 병사하면서 상황은 종료된다. 몽골 칭기즈칸의 후예를 자처하면서 독실한 이슬람 신자로서 피정복민들에게 이슬람 개종을 강요한 잔혹한 정복군주 티무르는 학자와 예술가들을 우대하는 교양 있는 문화군주로서의 면모도 있었다. 정복 활동을 통해 각지에서 데려온 최고의 장인, 예술가들을 투입해 수도 사마르칸트를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들로 뒤덮었고, 이슬람 학자들을 집결시켜 이슬람 세계의 문화적 중심으로 만들었다.

 

중앙아시아 패권과 실크로드 확보에 집념을 쏟았지만 서유럽 정복과 십자군전쟁에는 관심이 없었던 티무르는 본의 아니게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러시아 지역을 지배하던 몽골 계통 킵차크는 티무르와 전쟁을 벌이면서 약화돼 모스크바 공국을 중심으로 러시아 세력이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 또한 서방으로 급팽창하던 오스만제국과 전쟁을 벌여 승리하고 일시적으로 붕괴시키면서 멸망을 목전에 두었던 비잔틴제국은 고비를 넘기고 50년을 더 존속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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