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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위고도, 에밀 졸라도 그랬다. 작가는 진보적이야 한다”

인터뷰 / 비통한 대한민국 교육현실에 펜 든 소설가 조정래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7.14(Thu) 15: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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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생인 조정래 작가는 올해로 73세다. 1970년 소설 《누명》으로 등단한 그가 작가의 길을 걸어온 지도 46년째다. “이미 다음 작품을 포함해 향후 10년간 집필 계획을 세워뒀다”는 그는 “늙을 시간이 없는데 세월이 가서 늙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83세쯤 되면 아마 더 이상 글을 못 쓰지 않을까 싶어서. 이때까지만 계획을 세워놨다. 앞으론 인간의 존재, 영혼, 죽음 등을 포괄하는 주제의식으로 집필할 계획이다.”
 

조정래 작가



《풀꽃도 꽃이다》는 《정글만리》 이후 3년 만의 신작이다. 《정글만리》 탈고 당시부터 다음 작품은 교육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오래 준비한 작품인데 쓰는 동안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들었다. 

 


40~50대였을 때는 매일매일 하루 평균 35매씩 썼다. (조 작가는 머릿속으로 문장을 수차례 썼다 지웠다 하며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까지 완성한 뒤 200자 원고지 위에 단숨에 써내려가며 작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글만리》 때는 하루 분량을 30매로 줄였다. 이번엔 그때보다 더 늙었으니까 더 줄여서 하루 20매씩만 쓰자고 결심하고 시작했다. 그런데 작년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3개월이란 시간을 그냥 까먹어버렸다. 이 시간 동안의 분량을 복구하려다 보니 하루에 35매씩 썼다. 잘 써지는 날은 45매까지 쓰기도 했다. 결국 3개월 만에 탈고했다. 


이번 집필 과정에서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체력소모가 컸다. 글 쓰는 틈틈이 국민체조를 8~9번씩 해서 굳어진 몸을 풀어줬다. 소설 분량 중간쯤 넘어가니까 예전에 《아리랑》을 쓸 때 탈이 났던 무릎 마비 증상이 도졌다. 틈틈이 무릎을 주무르느라 또 시간이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교육이란 문제를 어떻게 균형감 있게 전달할 것인가’하는 것이었다. 글을 읽는 학부모들이 거부감 없이 뭔가를 느낄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었다. 구성의 문제에서 정말 힘들었다. 잘못하면 학부모 전체에 희망을 주는 게 아니라 상처를 주게 될까봐 신중하려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아이 중에 “나는 자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 말로는 공부 머리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부모는 자기 자식은 다 공부를 최고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무한 경쟁이란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했다. 문제는 자기보다 공부머리가 뛰어난 아이들도 자기만큼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내가 아무리 한다고 해도 그 아이들을 이기긴 힘들다는 말이었다. 그건 그 아이가 부모에게 남기는 일종의 유서 같은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질문이다. ‘교육’은 왜 중요한가.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그럴 거다. 우리 영혼과 지식의 99%는 고등학교 때까지의 교육이 만들어낸 것이다. 그 때의 교육이 심어놓은 뿌리가 오늘의 나를 이루고 있다. 교육의 중요함은 책의 중요함을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이 중요하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덕목이다. 교육은 곧 가치관의 형성이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은 어떤가. 인성 교육이 없다. 급진적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의 가치를 외면했다. 인간을 인간화가 아닌 기계화시켰다. 교육은 인간을 만드는 길인데, 우리의 교육은 그 길에서 벗어나 버렸다. 그래서 소설을 썼다.



교육 현실을 개선시킬 해법이 있나.


내 소설을 읽으면 그에 대한 작가의 해법이 있다. 논술과 토론 위주의 창의력 교육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역사 시간에 역사적 사건을 달달 외우게 하는 대신,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일제시대에 80만 명뿐이었던 일본인이 400만명 가까이 되는 한국인을 죽였다. 이런 역사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또 국어선생님이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의 한국은 어떤 세상일까’라고 묻고는 그 자리에서 즉시 논술을 쓰거나 답하게 하는 것이다. 숙제로 내주면 분명 학원에 들고 갈 것 아닌가. 


교육은 그렇게 시켜야 한다. 서로 토론하고 논술하도록. 그게 창의다. 지금의 주입식 교육으로는 과거 위대한 기업이었던 소니가 한국의 삼성 앞에 무너져 내렸듯이 우리 역시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미국이 강대국인 이유는 그들의 막강한 군사력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은 세계 발명 특허의 75%를 확보한 나라다. 그 원천기술이 국력인 것이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마크 저커버그 같은 사람들이 아무 조건 없이 돈을 내놓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교육이고, 그 원인은 이렇게 상황을 방치한 교육 현장에 있다. 교육 개혁은 여러 가지가 함께 가야한다. 국가, 교육 현장, 부모, 그리고 아이들까지. 결국 사회 개혁을 통한 재출발이 이뤄져야한다. 이 소설을 계기로 사회에 함께 토론하는 장이 만들어진다면 작가로서 굉장히 행복할 것이다.
 

<풀꽃도 꽃이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


소설 속 주인공인 ‘강교민’은 전교생 모의고사 석차를 복도 벽에 붙이는 교장의 행태에 반발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사립 고등학교 15년차 국어교사다. 사교육 시장에서도 러브콜을 보낼 만큼 월등한 수업 실력 때문에 ‘혁신 꼴통’인 그를 교장도 어쩌지 못한다. 성적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이런 교사가 현실에도 존재할까.

 

훌륭한 교사 분들이 한 학교에 3~4명씩은 계시더라. 선생들이 학생 대신 등록금을 내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게 교육자의 사명이고 아름다운 일 아닌가. 그런 선생님이 많을수록 한국 교육에 희망이 커지는 것이다.


요즘엔 교사들이 학부형이 주는 선물도 다 돌려보내고 그러더라.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촌지’란 게 만연했는데, 이만큼 우리 교육 현장이 개선되고 발전된 것이라고 본다.


시대 개혁을 통한 교육 개선이란 말은 다소 비현실적 대안처럼 느껴지는데…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의 상식이다. 하지만 개혁은 마냥 비현실적인 게 아니다. 우리가 선망하는 선진국들은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하던 개혁을 통해 사회제도를 끌고 왔다. 노예제도가 사라지고 민주사회가 된 것은 누군가의 끝없는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비현실적’이라며 회피하는 것은 우리의 무책임 때문 아닌가.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덕목이 ‘개선의 노력’이다.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진보적이고 급진적이기까지 한 것 같다.


작가는 진보적이어야 한다. 비인간을 인간화시키려는 작업을 하는 게 작가들이다. 프랑스 문학가 빅토르 위고가 “모든 예술은 아름답다. 그러나 진보를 위한 예술은 더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았나. 위고나 에밀 졸라와 같은 시대의 대문호들은 당대 그 누구보다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사람들이었다. 반면 정치가는 다르다. 그들은 현실밖에 안 보니까. 가장 늦게 깨닫는다. 



주제를 조금 바꿔서 오늘날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어떻게 보는가.


요즘의 작가들은 훌륭하다. 모국어를 사용해 이토록 문학 수준을 끌어 올렸다는 게 대단하다. 한국인이 모국어를 일상 언어로 사용하기 시작한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해방 이후부터니까. 그때부터 국어가 일상화되기 시작한 거다.


불과 70년 만에 한국 문학계에는 뛰어난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국어 학자였던 최현배 선생은 “모국어 발전에 기여한 특별한 존재, 그들이 소설가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 문학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인정받는 것 역시 기쁜 일이다. 우리 문학이 세계 문학상을 수상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된다는 건 우리 국력이 높아진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언어예술의 정수인 소설이 외국어로 번역돼 감동을 일으키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시도해볼만한 일이다. 내 책 《태백산맥》의 경우 사투리 번역이 안 돼 결국 번역을 포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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