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의 거짓말 릴레이, 결과는 어떨까
  • 안성모 기자 (asm@sisapress.com)
  • 승인 2016.07.18 10:31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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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바꾸기 달인’ 진경준 검사장,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긴급체포

“왜 이렇게 여러 번 거짓말을 했습니까?” 

 

7월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아침부터 대기 중이던 취재진에 둘러싸였다. 쏟아지는 질문에 진 검사장은 “그동안 저의 과오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진실을 밝히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밝힌 후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진 검사장은 이날 저녁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현직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 것부터 이례적인데,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체포까지 되는 ‘망신’을 당한 것이다. 이는 진 검사장이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말 바꾸기의 달인’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거짓말 릴레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7월14일 진경준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주식 매입 자금 ‘내 돈→처가 돈→빌린 돈’ 

 


보통 피의자가 받고 있는 혐의가 상당하다고 인정되거나 증거인멸 혹은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한다. 피의자는 일단 조사를 받은 후 집으로 돌아간다. 이후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체포영장이 집행된다.


긴급체포는 영장을 받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 실시한다. 48시간 이내에 정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귀가를 시키지 않고 붙잡아둘 필요가 있을 때 쓰는 수단이다. 진 검사장에 대한 긴급체포도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진 검사장은 2005년 4억2500만원을 투자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산 뒤 2015년 126억원에 팔아 120억원대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가히 ‘투자의 대가’라 불릴 만한 수익률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식 대박’의 이면은 추악했다.


우선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는지가 도마에 올랐다.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와의 관계가 주목을 받았다. 진 검사장과 김 대표는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대학 때부터 친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


 


진 검사장은 올해 3월 이 사건이 불거지자 “내 돈으로 주식을 샀기에 문제가 없다”며 “단지 친구의 권유를 받아 비상장 주식을 샀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로 판명이 났다. 진 검사장은 4월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 때는 “처가에서 빌린 돈으로 샀다”고 말을 바꿨다. 주식 매입 자금의 출처가 오락가락한 것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자금을 추적한 결과, 넥슨 측이 진 검사장 계좌로 주식 대금 4억25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진 검사장은 “넥슨에서 돈을 빌린 뒤 넉 달 후에 갚았다”고 해명했다. 이 또한 거짓 변명에 불과했다.


진 검사장은 특임검사팀이 꾸려져 소환을 앞둔 시점에 또 한 번 말 바꾸기에 나섰다. 주식 매입 자금을 김정주 대표 측으로부터 무상으로 받았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이다. 돈을 빌린 뒤 갚은 것처럼 꾸몄다가 결국 그런 사실이 없다고 실토한 셈이다.


진 검사장이 자수서를 제출한 배경을 두고도 이런저런 말들이 오간다. 공소시효가 지난 일부 사실만 시인해 다른 혐의를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사실상 공짜로 넘겨받은 혐의는 이미 공소시효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뇌물수수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다르다. 진 검사장이 2006년 넥슨 주식을 10억원에 팔고 넥슨재팬 주식을 사들인 것과 2008년 넥슨 법인의 리스 차량을 처남 명의로 제공받은 것도 하나의 뇌물 혐의(包括一罪·포괄일죄)로 묶을 수 있어 공소시효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뇌물의 대가성과 관련해서도 ‘보험용 대가성’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잘나가던 검사에서 양치기 소년이 된 진 검사장의 거짓말 릴레이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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