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쥐가 먹고 죽은 GMO (옥수수) 한 해 100만 톤 이상 수입한다
  • 노진섭 기자 (no@sisapress.com)
  • 승인 2016.07.19 09:09
  • 호수 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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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자·올리고당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 정부 “유전자는 위산에 녹으므로 건강에 무해” 주장

우리는 매일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먹고 있다. 간장·된장·고추장·식용유·카놀라유·올리고당·과자·빵 등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GM 콩·옥수수가 원료로 쓰인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GMO는 1024만 톤이다. 이 가운데 사료용을 제외한 식용은 220만 톤이다. 산술적으로 1인당 한 해 약 40kg의 GMO를 소비한 셈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약 62kg과 비교해보면 그 양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1996년부터 GMO를 먹기 시작했다. 당시는 세계적인 미국 농약·종자 기업인 몬산토와 노바티스가 GM 콩과 GM 옥수수를 상업화한 때다. 콩과 옥수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농산물이다. 식량 자급률이 낮은 한국은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콩과 옥수수 자급률은 각각 10%와 1% 미만이다. 수입하는 콩의 75%와 옥수수의 50%는 GMO다.


방울토마토, 씨 없는 수박, 통일벼 등은 우성 형질만 골라 재배(육종)한 결과물이다. 이에 비해 GMO는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변형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동물·식물·세균·바이러스 등 모든 생명체에서 필요한 유전자를 뽑아내 변형시켜 다른 생명에 넣는다. 동물의 유전자가 식물에 이전되기도 한다. 유장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원은 “종교적으로는 문제가 될지 몰라도 과학적으로 유전자 자체는 차이가 없어서 생명체끼리 이동해도 무방하다”며 “엄마의 초유에는 부패를 방지하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를 과일에 이전하면 신선도가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식약처 “유전자는 위산에 녹는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를 만들어낸 것이어서 안전성을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 이 같은 우려는 1999년 한국소비자원의 발표로 증폭됐다. 두부 22개 제품 중 18개 제품에서 GM 콩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산 콩을 사용했다고 표시된 제품에서도 GM 콩 성분을 발견했다. 이후 GM 콩은 두부에 사용하지 않지만 간장·고추장·된장 등 장류는 물론 두유·이유식·환자회복식·소시지·햄·맛살 등 가공식품에 원료로 쓰인다. GM 옥수수는 감미료(과당·물엿·올리고당 등)와 빵·과자·음료·빙과·소스·유제품·팝콘·시리얼 등의 원재료다.


시사저널은 일반인들에게 GMO와 관련해 우려하는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대부분 “식품 속 변형된 유전자가 사람의 유전자에 이상을 일으켜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를 걱정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정보포털에는 “GMO를 먹어도 사람의 유전자는 변형되지 않는다. GMO를 포함한 모든 식품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식품 속 유전자는 우리 몸속의 소화 효소 및 강산성인 위액에 의해 분해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GM 유전자가 위산에 녹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다는 설명에 전문가들은 혀를 내두른다.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유전자가 위산에 녹는다는 비(非)과학적인 설명으로 국민을 설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우영 식약처 신소재식품과 연구관은 “일반 옥수수처럼 GM 옥수수 유전자도 소화 과정에서 분해돼 몸으로 흡수된다는 의미이며 구조적으로 이 유전자가 사람의 유전자와 결합할 수 없으므로 사람의 유전자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식약처는 GMO 수입 승인 전에 해당 농산물을 인공 위액에 넣어 안전성을 파악하는 등의 평가를 거친다. 이동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소화라는 게 입속부터 위를 거쳐 소장·대장까지 이르는 과정인데 위산에 유전자가 녹는다는 실험결과로 GMO의 안전성을 설명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더 광범위한 연구를 과학자와 의학자가 장기적으로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해충에 강한 GM 농산물이 있다. 여기에는 해충을 죽이는 단백질(Bt단백질)이 들어 있다. 이 단백질에 대해서도 식약처는 “Bt단백질은 특정 해충만 죽이도록 만들어진 것이며, 사람이 먹으면 강산성인 위액에 의해 분해되므로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2011년 캐나다에서는 반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 대형병원에서 임신부 30명의 혈액에서 GMO에 있는 Bt단백질 독성을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 독성이 태아에게 전달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임학태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교수는 “원핵생물·식물·동물의 유전자 발현 체계는 서로 달라서 어떤 돌연변이가 생길지 모르는 게 두려운 점”이라며 “임신부가 감마선 등에 노출되면 염색체에 변이가 생겨 기형아를 낳을 수 있는 것처럼, 외부의 유전자가 사람에게 들어가면 유전자 배열이 불안정해져 새로운 독이 생길 수 있다. GMO를 먹은 사람이 안전하다고 확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2012년 프랑스 칸대학의 질 에릭 세랄리니 교수는 2년 동안 쥐 200마리에게 GM 옥수수(NK603)를 먹였더니 대부분 암에 걸렸다고 발표했다. 이 GM 옥수수를 먹은 쥐의 최대 80%에서 종양이 생겼다. 정상적인 먹이를 먹은 쥐는 30%만 암에 걸렸다. 또 완전히 성장하기도 전에 쥐의 70%가 죽어서 정상 쥐(20%)보다 조기 사망률이 높았다. 그 외에도 간·신장이 손상됐다. 세랄리니 교수는 “GM 옥수수와 라운드업(몬산토가 개발한 제초제)이 생화학적·물리학적 경로로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냈다. 파장은 상당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번 결과를 검토해 유럽연합(EU)에 사람 및 동물 건강 보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에서 NK603은 수입은 가능하나 재배는 금지된 품목이다. 반론도 나왔다. 앤서니 트레와바스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는 “쥐 200마리는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에 부족한 수”라며 “연구를 지휘한 세랄리니 교수는 GMO를 반대해온 운동가”라고 말했다. 쥐 실험에 사용한 NK603은 몬산토가 제초제에 강하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GM 옥수수로, 한국은 2002년부터 수입해서 먹고 있다.


GMO 연구자들은 20년 동안 쥐가 50~60세대를 거쳤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항변한다. 또 미국 인구 3억 명이 20년 동안 GMO를 먹어왔지만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보고는 없다는 점도 GMO 안전성의 근거로 제시한다. 유장렬 명예연구원은 “GMO의 안전성은 의심할 바 없다는 게 GMO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일치된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GMO 반대론자는 신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윤철한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팀장은 “사람에게서 한 세대도 지나지 않은 GMO를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대를 이어 악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GMO 기술보다 안전성을 먼저 확보하는 게 순서”라고 주장했다.

 

 

2년 동안 GM 옥수수를 먹고 복부 부위에 암이 생긴 실험용 쥐를 연구원이 들어 보이고 있다.


 


농민 “농가 소득보다 생태계 안전이 더 중요”


현재까지 개발한 GMO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제초제에 죽지 않는 것과 해충에 강한 작물이다. 농산물을 재배할 때 잡초를 없애기 위해 제초제를 뿌린다.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초제 성분은 글리포세이트이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발암물질이다. 몬산토는 1974년 이 물질로 제초제(제품명 라운드업)를 개발했는데 잡초뿐만 아니라 농작물까지 죽이는 이른바 ‘식물 전멸제’로 악명이 높다. 몬산토는 이 농약에 죽지 않는 GM 콩 종자(라운드업레디)를 개발했다. 라운드업을 뿌리면 모든 잡초는 죽고 GM 콩만 살아남는다. 몬산토는 농약을 덜 사용하므로 GMO가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양평에서 17년째 유기농을 하는 농민 서규섭씨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얘기다. 농약에는 알코올 성분이 있어서 피부에 닿으면 시원한 느낌이 난다. 더운 여름에 마스크나 복장을 갖추고 농약을 주는 농민은 거의 없다. 당장 병이 생기지는 않아도 수십 년 동안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또 농약 내성을 가진 잡초가 생기고 더 강한 제초제를 써야 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농업은 경제논리로 보면 안 된다. 사람에게 안전한 농법이 생태계에도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제초제에 죽지 않는 ‘슈퍼 잡초’ 38종이 나타났다. 몬산토의 주장과 반대로 더 강한 농약을 사용하게 된 셈이다. 미국 유기농센터는 1996~2008년 슈퍼 잡초로 GMO 경작지의 농약 사용량이 1억kg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옥수수는 조명나방이나 뿌리벌레 등의 해충에 약하다. 이런 해충에 강한 GM 옥수수가 나온 후 살충제 사용이 감소했다. 그러나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버그가 등장하면 더 독한 살충제가 필요하게 된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2007년 GMO 유전자 이동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생태계에서 종(種)의 다양성이 GMO 유전자의 이동 때문에 위협받을 수 있고, 생물 다양성을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GMO 연구자들은 미국에서 20년 동안 GMO가 주변 작물을 파괴한 사례는 없고, 설사 GMO가 농지에 떨어져도 다른 농작물과의 경쟁에서 도태돼 살아남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3년 미국 오리건주에서 한 사건이 터졌다. 한 농부가 밀을 없애려고 제초제를 뿌렸지만 일부 죽지 않는 밀이 발견됐다. GM 밀이었다. 10년 전 몬산토가 제초제에 강한 GM 밀을 개발하면서 시험 재배를 했지만 상업성이 없어 포기했다. 시험 재배하던 GM 밀을 없앴지만 일부가 살아남은 것이다. 유기농가에서 GM 밀이 발견되자 유기농 인증은 취소됐다. 미국 환경단체(음식과 물 감시)는 GMO가 다른 경작지로 침투해 일어난 경제적 손실을 분석했다. 17개 주의 유기농 농부 268명 중 80%는 유기농 경작지에 GMO가 들어와서 유기농을 망칠 것을 우려했다. 이 오염을 막기 위해 재배지 간 거리를 두거나 파종 시기를 늦춰 수확에 손실이 생긴다. 이 환경단체는 농민 1인당 경제적 손실이 연간 6500~8500달러(700만~900만원)라고 집계했다.

 


“GMO 재배는 몬산토의 노예가 되는 길”


이른바 ‘GMO 오염’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는 GMO를 시험 재배하고 있지만 몇 군데서 어떻게 하는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윤철한 팀장은 “국내에서도 트럭으로 운반하던 GMO 종자가 바람에 달려 일반 농지로 떨어져 자라기도 하는데 국내 29곳에서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농촌진흥청이 GM 벼를 시험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관리가 허술해지면 GM 벼가 다른 농지로 번질 것은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1997년 미국에서 유기농으로 카놀라(유채)를 재배하는 농장에 GM 카놀라 종자가 태풍을 타고 날아와 자랐다. GM 카놀라의 특허를 보유한 몬산토는 그 농장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벌였다. 재판부는 몬산토의 손을 들어줬다. GMO 재배의 또 다른 문제는 한 나라의 식량 주권과 연관된 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몬산토는 GMO 종자를 농가에 싸게 판매한다. 대신 계약서를 요구한다. 임학태 교수는 “계약서에는 몬산토의 종자와 제초제만 사용할 것, 어떠한 소송도 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 있다”며 “우리가 GM 벼를 개발하고 있지만 특허권자인 몬산토의 허락 없이는 파종도 못한다. GMO 재배는 곧 몬산토의 노예가 되는 길”이라고 경고했다. GMO 상업화 20년 동안 EU(유럽연합)가 민감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럽식품안전청은 GMO가 안전하다고 했지만 EU 국가 상당수는 GMO 수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은 GMO 수입량을 매년 늘리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규정에 맞춰 GMO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 나름대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GMO는 누가 수입하고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까?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2015년 식약처에 GMO 수입업체 등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청구했지만 식약처는 거부했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는 소송을 냈고, 그해 8월 1심에서 재판부는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는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고 이는 업체의 정당한 이익을 해하지 않는다”며 “소비자가 가지고 있는 GMO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정부가 적극적인 안전성 검증과 투명한 정보 제공으로 해결해야지, 정보 자체를 비공개함으로써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식약처는 올 4월 항소했지만 5월 기각 판결을 받았고 곧장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식약처 측은 “위해 식품이라면 정보를 공개해야 하지만 GMO는 위해 식품이 아니다”며 “안전성도 검토했고 GMO 수입업체도 법을 준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소비자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한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상고 이유를 설명했다.

 

 

‘세계 몬산토 반대의 날’인 2013년 5월24일 서울 종로구 몬산토코리아 본사 앞에서 GMO 반대자들이 시위하고 있다.


 

몬산토는 어떤 기업인가?

 

1901년 미국에서 사카린 생산 업체로 설립됐다. 1920년대 산업용 화학물질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1945년부터는 농업용 화학물질을 개발했다. 이때 개발한 물질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한 고엽제의 주원료다. 1972년 사카린 생산을 중단하고 1976년부터 제초제 ‘라운드업’을 생산했다. 1994년 우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소의 유전자를 변형했다. 1996년 제초제에 강한 유전자변형 콩과 면화 종자를 만들었다. 2014년 160억 달러(약 18조원)의 매출을 발표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콩의 93%, 옥수수의 80%가 몬산토의 종자이며 미국 농지의 40%에 몬산토 종자가 뿌려지고 있다. 몬산토 이사진은 주로 미국환경보호청(EPA), 미국농업연구청(USDA), 대통령 자문위원회, 국제무역위원회, 대학, 과학단체 출신으로, 정·관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식품업체, GMO 쓰고도 국산처럼 소비자 현혹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가 2015년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9%는 식품에 GMO 표기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법상 GMO를 식품에 표기하도록 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식약처에 따르면, GMO 등을 원재료로 제조·가공한 식품이나 식품첨가물 등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 또는 단백질 성분이 없으면 GMO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GMO를 가공하면 유전자나 단백질 확인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GMO로 만든 가공식품에 GMO 표기는 없다.


EU·중국·대만 등은 유전자변형 DNA나 단백질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가공식품에 GMO를 표기하도록 한다. 러시아는 아예 GMO 수입을 금하고 있다. GMO 표기를 하지 않던 미국에서도 표기 바람이 불고 있다. 버몬트주는 7월부터 모든 식품에 GMO 표기를 의무화했다. 버몬트주 데이비드 주커먼 상원의원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는 실험용 기니피그와 다르지 않다. GMO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은진 원광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GMO를 재배하는 국가가 처음에는 늘어나더니 7~8년 전부터는 30개국 미만으로 정체된 상태”라며 “GMO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재배하는 국가가 더 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느슨한 GMO 표기 규정의 틈을 타고 식품업체들은 GMO를 원료로 사용한 제품에 ‘국내에서 직접 만든 기름’이라는 문구를 넣고 있다. 마치 국산 농산물을 사용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한 식용유에는 ‘콩 100%로 국내에서 직접 만든 콩기름’이라고 적혀 있지만 성분표를 보면 ‘콩 100%(수입산)’라고 표기돼 있다. GM 콩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소비자는 국내산으로 오인할 수 있다. 국회를 중심을 GMO 표기에 대한 법을 손볼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에 대해 유장렬 명예연구원은 “표시제 등 GMO 수입 장벽을 높여 몬산토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어차피 몬산토는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 차라리 장벽을 낮춰 작은 기업도 GMO 개발과 유통에 뛰어들게 해야 몬산토의 독과점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GMO의 안전성 논란은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농가에 이로운 GMO를 개발했다면 앞으로는 소비자의 시선을 끄는 GMO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거나, 맛이 월등하거나, 비만을 줄여주는 등의 기능성 GMO가 판매되면 GMO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이미 트랜스 지방이 생기지 않는 기름을 만들 수 있는 콩과 튀길 때 독성물질이 잘 생기지 않는 감자가 탄생했다. 공기 중에 놔둬도 색이 변하지 않는 사과도 나왔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기존 연어보다 큰 슈퍼 연어도 판매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김은진 교수는 “안전성도 확인되지 않은 GMO에 농업 전문가들이 매달릴 게 아니라 농민이 농사를 지어 제값을 받고 더 안전한 농산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며 “한 번 GMO에 짓밟히면 식량주권·생태계·건강을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GMO는?

10명 중 1명만 긍정 인식…3명 “정보 부족해” 

 

 

 

시사저널은 일반인 50명(남 33명, 여 17명)에게 GMO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식량 문제 해결 등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10%, 건강 문제 등으로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58%로 나타났다.

 

 

 

남성 가운데 GMO에 대한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의 비율은 9%와 54%로 나타났고, 여성에서는 그 비율이 11%와 64%로 파악됐다. 대체로 GMO에 대해 불안해하며 남성보다 여성이 불안감에 더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박아무개씨(여·51)는 “최근 지인들과 GMO에 대해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대부분 불안하다고 했다. 나는 연구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을 찾을 것으로 생각한다. 기아로 죽기보다는 불안하더라도 살아남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인영씨(여·24)는 “최종 제품에 들어간 GMO의 양을 알 수 없으니 정부의 안전하다는 주장에 의심이 간다. 요즘 추위에 강한 농산물을 재배하려고 심해에 사는 넙치 유전자를 나물에 삽입한다. 이종 간 유전자 이식이 사람에게 괜찮은 것인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번 설문에서 GMO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어떤 판단을 할 수 없다며 대답을 유보한 사람도 32%로 집계됐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도 지난해 국민 600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벌였다. 전체의 대다수(83.5%)는 GMO라는 용어를 들어봤으나, GMO의 생산 과정이나 활용 분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는 대답이 56.9%를 차지했다. 잘 안다는 대답은 2.8%, 약간 안다는 응답이 40.3%였다. 직장인 주영래씨(41)는 “GMO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정부가 정보를 공개해서 국민이 선택하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진섭 기자·구민주·이성진·김헬렌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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