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댓글로 본 ‘흑백논쟁’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7.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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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9일 오전7시(한국 시간)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레딧에는 사진 한 장과 함께 짤막한 글이 올라왔다. 7월19일 오전 11시 현재 이 글에는 1442개의 댓글이 달리며 레딧 전체 게시판 중 인기글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글에는 사진이 한 장 담겨 있었다. ‘흑인들의 목숨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서로를 죽이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라는 문구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한 흑인을 찍은 사진이었다. ‘DownvoteDaemon’이란 아이디의 작성자는 사진 아래 이렇게 적었다. “우리 흑인들 중 누군가는 안으로부터 싸우고 있습니다.”
 


이 글은 흑인차별 반대운동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를 관리하던 미국 루이지애나 주 백인 경찰관 5명이 흑인의 보복성 테러에 사살되면서 흑백갈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올라온 것이다. 흑인들 역시 백인 경찰관을 향한 보복성 테러에 비통함을 느끼고 있으며 흑인 사회 내부에서부터 ‘모든 폭력은 멈춰야 한다’ ‘대상과 상관없이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여론이 조성돼 있음을 호소하는 글인 셈이었다.

‘SaucyMustard’란 아이디의 사용자는 레딧에 올라온 이 글에 “흥미로운 건 시카고에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보다 반(反)폭력 운동이 실제로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CNN은 시카고 남부에 위치한 잉글우드처럼 작은 마을에서 열린 반폭력 시위는 보도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여기에 이런 시위가 아예 안 열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는 “뉴스에 보도되지 않는 지역 곳곳에서 반폭력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며 힘을 실어줬다.

루이지애나 사건 이후 미국 내에서는 흑인에 대한 사회적 폭력만이 아닌 ‘모든 폭력은 나쁘다’는 범인종적 반폭력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폭력’과 ‘인종’이 얽히고설킨 이 문제는 미국 사회 내에서 좀 더 복잡한 양상으로 여론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부 미국 여론과 인터넷 온라인커뮤니티 및 SNS 상에서는 마치 ‘BLM 시위 vs. 백인’와 같은 갈등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으며 이 구도는 점차 발전해나가 ‘BLM 시위 vs 반폭력 시위’‘흑인 vs. 백인’과 같은 인종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백인 경찰들의 흑인 과잉진압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된 미국 내 인종갈등은 백인 사회와 흑인 사회 사이에 켜켜이 누적돼온 오래된 앙금과 뒤엉켰다. 인종 갈등의 과열구도로 인해 BLM의 진정한 의미까지 퇴색시키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함께 ‘흑백 내전’ 우려까지 낳고 있다.

레딧의 게시물에 달린 댓글만 봐도 여론이 분분하게 갈리는 것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cubetaing’란 아이디 사용자는 “이 게시물이 인기글로 등록된 건 단지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이 흑인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 공감하기를 누른 사람들 머리엔 다 ‘저거 봐, 저 남자가 우리가 내내 생각하고 있던 걸 말하고 있어. 게다가 그는 흑인이야!’란 생각이 들어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nicknle’이란 아이디 사용자는 이 댓글에 대해 “마치 백인들에게만 폭넓은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처럼 말이지”라며 동조했다.

BLM 시위에 대한 노골적 불쾌감을 드러내는 댓글도 있었다. 아이디 ‘Jesseandtharippers’는 “그들(BLM)은 기본적으로 억울함을 씻고 싶어 한다. 오히려 흑인이 아주 많은 백인들에게 그런 식의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mach-2’란 아이디의 사용자는 “대체 왜 BLM 시위자들은 내가 그들이 시위하는 지 알 수 없도록 얌전히 시위하지 않는 걸까?”라며 마치 BLM이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탓하는 투를 보였다. ‘Iohet’이란 아이디 역시 BLM시위대 옹호자의 글에 “BLM 시위대가 출퇴근 시간에 길을 막고 시위를 하면 사람들은 그들을 거칠게 밀치고 지나갈 거다. 그건 그들이 흑인이어서가 아니라 출퇴근 시간에 망할 놈의 길을 막고 있어서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아이디 ‘ChrisConley1’는 “만약 백인이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면 그는 분명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낙인 찍혔을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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