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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미국 대선 UPDATE] 표를 위해 월스트리트를 적으로 삼은 트럼프

김회권 기자 ㅣ khg@sisapress.com | 승인 2016.07.23(Sat) 14: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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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니콜스 미국은행협회(ABA) 회장의 인터뷰는 매서웠다.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가 엄청난 고집쟁이라고 말했다. 

니콜스 회장은 미디어리서치회사인 모닝컨설트와 인터뷰하면서 트럼프를 ‘과거의 정책에 기대 금융산업을 망가뜨리려는 후보’라고 말했다. 

"미국 금융 산업은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에 연료를 대는 곳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금융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 그런데 도대체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왜 GSA를 되살리려고 하는가. 대공황 시대에나 유효했던 규제를 가지고 금융 산업의 능력을 억제하겠다는 말이다. (지금은 없어진) GSA가 존재했다고 해도 2008년에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나 주택시장 붕괴를 막지 못했을 거다. 그 점은 금융당국도 동의하고 있다."

그의 인터뷰를 들으면 트럼프가 GSA를 되살리겠다고 말했고, 월가에서는 그런 GSA를 부활시키려는 트럼프를 경악하며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럼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GSA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이 난리일까. 
 

 

뉴욕 증권거래소 앞에 걸려 있는 초대형 미국 성조기의 모습

 


GSA는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GSA)을 말한다. 법을 만든 두 의원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이 법은 대공황 시기에 도입됐다.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개혁 과제를 정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GSA의 시행이었다. 1929년 벌어진 주가 대폭락, 그리고 이어진 경제대공황의 이유 중 하나로 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규제의 부재가 지적됐기 때문이다. 그중 핵심은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겸업 금지, 그리고 완전분리였다. 이 법이 만들어지면서 기존 은행들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중 양자택일해야 했다. 이때부터 고위험의 공격적인 투자(우리가 아는 파생상품 같은)는 투자은행만 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그렇게 과거 대공황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받았던 금융 산업의 고수익 도박이 다시 되살아난 건 20세기 말 무렵이다. 월가(街)의 엄청난 로비가 성공했다. 상업은행들은 고수익을 원했고 그래서 GSA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매번 좌절했던 월가의 노력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1999년에서야 결실을 거두었다. 당시 의회의 다수당은 공화당이었다. 미국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자는 명분이 먹혔고 결국 GSA는 사라졌다. 

그러자 월가는 예금으로 파생상품 잔치를 벌였다. GSA의 부활 후유증은 정확히 8년 뒤 나타났다. 엄청나게 복잡하게 설계된 파생상품들은 2007년부터 서서히 미국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키기 시작했다. 전 세계를 공포스럽게 만들었던 금융위기는 그렇게 월가의 파생상품 거래에서 시작됐다. 글로벌 위기의 원인이었던 은행들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들은 뼈저리게 각성하는 대신 오히려 더욱 더 열심히 파생상품을 굴리고 있다. 전보다 더 몸집을 키우고 더 복잡하며 위험한 파생상품을 설계해 투자하고 있는 중이다. 손실을 보더라도 정부가 구제해주는 경험을 이미 겪었다. '대마불사'는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도 통했다.  

 

 


다시 처음으로 들어가서 니콜스 ABA회장이 트럼프를 공격한 이유는 공화당 전당대회 때문이다. 7월19일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가 확정됐다. 여기까지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전당대회에서 확장된 '2016 공화당 정강'의 내용이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글래스-스티걸법을 부활시켜 은행의 위험한 투자 활동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을 확정했다. 여기에 니콜스 회장이 반발해 그런 험악한 인터뷰가 나왔다.

 


미국의 정당 중 특히 공화당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곳이다. 그럼에도 월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일단 규제 없이 내버려둘 경우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건 이미 10년 전 금융위기로 한 번 경험한 일이기도 했다.

좀 더 현실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다. GSA법안은 빌 클린턴 정부 시절 폐지됐다. 그리고 7월25일부터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그의 아내인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다. 남편만큼 월가와 가깝게 지내는 힐러리가 GSA를 담은 최종 공약을 발표할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게다가 월가는 힐러리 선거 자금의 큰 손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노린 점은 힐러리의 주저함이 만드는 빈틈이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리를 두고 힐러리와 치열하게 다투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자들은 트럼프에게도 필요하다. 그들은 월가를 강력하게 규제하기를 원한다. 샌더스 의원 역시 수 차례 토론회를 통해 GSA의 부활을 요구했다. 여론 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박빙을 이루고 있는 트럼프가 샌더스 지지자를 겨냥한 것, 그리고 그들의 표를 가져오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GSA의 부활이다. 월가를 규제하자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요구에 힐러리와 민주당은 어떻게 응답할까. 샌더스의 지지자는 힐러리에게도 없어선 안 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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