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표가 쓴 각본에 우병우도 한 자리?
  • 박혁진 기자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7.25 10:31
  • 호수 139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병우 민정수석, 구속된 홍만표와 도나도나 사건 변론…당시 수사검사는 청와대行

시사저널이 지난 5월30일자 1390호를 통해 보도했던 홍만표 변호사의 양돈업체 ‘도나도나’ 내사 무마 의혹이 다시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홍 변호사와 함께 변론을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우병우 수석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몰래 변론했다는 의혹도 그중 하나다. 언론에서는 홍 변호사와 알고 있던 법조 브로커들이 우 수석과도 여러 차례 만났고, 이를 통해 우 수석이 정 전 대표를 몰래 변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미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홍만표 변호사와의 관계 또한 부각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우 수석은 정 전 대표에 대한 몰래 변론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도나도나 사건을 홍 변호사와 함께 변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 전 대표와 연관된 해명의 신빙성 역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도나도나 사건을 특별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홍 변호사가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변호했고, 그와 가까웠던 거물급 변호인들이 줄줄이 이 사건을 변호했기 때문이다. 우 수석도 그중 한 사람이다. 우 수석은 도나도나 사건을 변론하면서 4500만원을 수임료로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2013년 도나도나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가 현재 우 수석의 바로 밑에서 일하고 있는 윤장석 민정비서관이라는 점도 야당에서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홍만표 변호사(사진왼쪽)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우 수석 바로 밑 민정비서관이 사건 수사검사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최아무개씨가 대표로 있는 ‘도나도나’라는 양돈업체는 2009년부터 회원들로부터 계좌당 500만~600만원을 받아 돼지를 분양했고 해당 투자자들에게 매달 수익금을 돌려줬다. 하지만 이 같은 위탁사육 사업을 하다가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금 일부를 돌려주지 못해 피해자들을 양산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도나도나는 “500만원을 투자하면 어미 돼지 한 마리를 분양받을 수 있다. 매월 투자금의 4%를 수익금으로 돌려받는다. 14개월 뒤엔 원금은 물론 새끼 돼지 20마리도 덤으로 받는다. 30~60% 수익을 내는 셈이다”라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투자자 1만여 명이 이 업체에 2400억원을 맡겼다. 하지만 이 업체는 투자금으로 앞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주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또 축사 돼지 대부분이 저축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었고 돼지 숫자도 광고의 절반에 불과했다. 결국 이 업체는 2013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았고, 최아무개씨 및 임직원 13명이 기소됐다. 1심 재판에선 유사수신행위 및 돼지 분양 사기와 관련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대신 횡령 혐의만 인정, 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했고 현재 재판은 대법원 판단만을 남겨놓고 있다. 


사실 이 사건은 여러 차례 피해자들의 고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2012년 서울 서부지검에선 이 사건에 내사번호를 부여하고 일부 피해자들을 소환하는 등 사실상 수사 수준의 내사까지 벌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식 수사로 전환되진 않았다. 같은 해 도나도나의 지분 25%를 가지고 있던 이아무개씨가 최 대표를 서울 방배경찰서에 고소해 이를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했으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당시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이유는 ‘불법유사수신행위로 판단되나 피해사례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당시 검찰뿐만 아니라 충주경찰서를 비롯한 일선 경찰서에도 최소 10건이 넘는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 경찰이 수사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검찰에서 직접 수사했다. 역시 기소까지 간 적은 없었다. 


그러나 피해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피해자들이 사건을 직접 대검찰청에 제보했고,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직접 수사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시 사건을 중앙지검에서 수사해 결국 기소했다. 사건 피해자들은 시사저널에 “검찰이 보다 빨리 사건을 수사했으면 피해자가 더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사건이 계속 무마되거나 불기소되면서 오히려 투자자들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1월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현기환 정무수석(오른쪽)과 이야기하는 우병우 민정수석. 우 수석의 뒤로 진경준 검사장의 모습이 보인다.


 


개인 횡령에만 초점이 맞춰진 수사


하지만 정식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피해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란이 적지 않다. 불법유사수신행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공소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를 누락했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인사는 “누가 봐도 불법유사수신행위가 분명한 이 사건을 검찰이 개인의 횡령 부분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니 법원에서 유사수신행위 부분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던 것 같다”며 “검찰 역시 최 대표에 대한 영장이 한 번 기각되자 별다른 보강수사 없이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나 당시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검찰 관계자들은 홍만표 변호사와 우병우 민정수석이 각각 정식 수사가 이뤄지기 전과 후로 나누어 역할을 맡았다고 보고 있다. 홍 변호사는 이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기 전, 즉 몇 차례 내사가 이뤄지는 단계에서 변호를 맡았다. 뿐만 아니라 ‘최 대표가 홍 변호사의 이름을 팔아서 투자자들을 모집하러 다녔다’는 피해자들의 증언도 적지 않다. 실제로 피해자 중 한 사람은 홍 변호사를 직접 찾아가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홍 변호사가 최 대표의 변호를 맡는 동안 이 사건에 대해 결국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채동욱 전 총장의 지시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홍 변호사는 뒤로 물러나고 거물급 변호사들이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우 수석을 비롯해 김영한 전 민정수석과 법무연수원장직에서 퇴직한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그들이었다. 당시 피해자들은 최 대표 변호인단의 정확한 이름은 알지 못하고 법무법인 바른과 태평양에서 변호에 참여했다고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김 전 수석은 바른 소속이었고, 노 전 지검장은 태평양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개인변호사 자격으로 우병우 민정수석이 참여한 것. 사회적 지탄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마약 사건이나 다단계 사건은 대형로펌이 참여하지 않는 것이 법조계 관례인데, 이 사건에 대형로펌 2곳과 우 수석이 이름을 올린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도나도나 피해자 모임 핵심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홍 변호사의 개인적 인맥으로 당시 변호인단이 꾸려진 것 아니겠냐”며 “변호인단은 무엇보다 불법유사수신행위 부분과 관련해 변호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유사수신행위가 유죄를 받을 경우 여기에 주주로까지 참여한 홍 변호사도 책임을 면치 못하고, 같은 혐의로 처벌을 받은 최 대표도 형량이 가중되기 때문에 방향을 그렇게 잡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야당, ‘도나도나’ 사건은 전관예우 전형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홍 변호사가 사건을 그만두고, 최 대표가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던 우 수석을 직접 찾아갔다고 나와 있다. 피해자들은 이 과정에서 홍 변호사가 다리를 놓지 않았으면 우 수석이 사건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홍 변호사가 당시 이 사건의 수사검사였던 윤장석 부장검사(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에게 접근이 쉽지 않자 평소 윤 검사와 잘 알던 우 수석을 끌어들인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윤 검사가 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을 당한 것이기 때문에 윤 검사가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혐의가 확실했음에도 영장을 재청구 안 하고 그냥 불구속기소한 부분은 이해가 안 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부장검사가 우 수석이 비서관에서 수석으로 승진할 때 후임 자리를 꿰찬 사실은 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6월1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주의회복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당시 수사를 맡은 검사는 윤장석 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검찰 출신 전관예우가 사건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잘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한 도나도나 사건은 검찰수사나 변론을 둘러싼 의혹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서둘러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검찰은 6월21일 홍만표 변호사를 구속기소하면서 “도나도나 사건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 홍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조사 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우병우 민정수석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정식 수임계도 내지 않은 채 변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도나도나 사건을 둘러싼 홍만표 변호사와 우 수석의 연관성을 감안했을 때, 비슷한 시기 벌어졌던 정 전 대표의 원정도박 사건에 대한 우 수석의 몰래 변호 역시 전혀 근거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정운호를 전혀 알지 못하고 따라서 사건을 수임한 적도 없다”면서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전혀 없는 정운호를 ‘몰래 변론’했다고 보도한 것은 명백한 허위 보도”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도나도나’ 사건과 관련해서는 “홍 변호사와 함께 변론했던 단 하나의 사건”이라며 인정한 바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 잇따른 추문…근원지는 내부?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검찰청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를 시작으로 진경준 전 검사장,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지난 2개월 사이 검찰 출신 전·현직 고위급 인사들이 줄줄이 비리 의혹에 휘말리고 있다. 다수의 검찰 고위직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동시에 여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런 추문들이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검찰 내부의 위기감도 팽배한 상황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권력을 제한하기 위한 방법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위기를 검찰 구성원들이 자초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국세청과 더불어 내부 권력투쟁이 가장 심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고검장이나 검사장급 인사 때만 되면 경쟁자를 비방하는 각종 투서들이 난무한다. 과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던 인사와 관련한 비위(非違) 의혹이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에도 검찰 내부 인사가 정보의 근원지로 꼽힌 바 있다. 

 

이번 추문의 경우도 내부 권력투쟁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검찰 내부에 파다한 상황이다. 검찰은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 임명 당시 거론되는 후보자를 중심으로 고위직의 줄서기가 관례처럼 되어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경우 검찰총장 인사 당시 현 총장 쪽에 줄을 서며 경쟁자 측의 미움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원래 진 검사장과 가까웠던 이 인사가 진 검사장이 경쟁자 측을 돕자 여기에 상당한 상실감을 느껴서 평소 잘 알고 지낸 언론사 기자에게 알려줬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우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는 의혹이 평소 우 수석을 잘 알고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넥슨과의 부동산 거래나 의경 복무 중인 아들의 특혜의혹 등은 매우 사적인 내용들이기 때문에 평소 우 수석과 친분이 있던 인사들 아니면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소문의 출처로 PK(부산·경남) 출신이면서 검사장급이었던 인사들을 꼽는다. 현재 3명 정도의 변호사가 검찰 내부에서 거론되고 있는데, 모두 우 수석이 있는 동안 검찰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사람들이다. 법무부와 검찰에서는 우병우 수석이 재직하는 동안 TK(대구·경북) 출신들이 약진한 반면, PK 출신 검사장급 인사들 상당수가 검사복을 벗었다. 대부분 승진에 불만을 품고 검찰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 추문이 있을 때마다 내부의 경쟁자가 정보의 근원지로 지목되는 것은 검찰 안에 권력투쟁이 존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검찰 내 줄서기 문화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이러한 추문은 주요 인사 때마다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