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혁명 ‘SNS’가 세상을 바꾼다
  • 정락인 객원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5 14:57
  • 호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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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고 억울한 민초들 대변인 역할…민원 해결하고 실종자 찾고 범죄자 검거까지

흔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손가락 혁명’에 비유한다.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바꾼다는 뜻이다.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다. 현재 우리 국민 10명 중 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지금은 손안에서 모든 정보를 얻고, 공유하고, 소통하는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이런 때에 손안의 세상에서 가장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는 게 바로 ‘SNS’다. 실제 SNS가 바꾸는 세상은 놀랍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남매가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SNS 뜨겁게 달군 정선 ‘아기 남매’


최근 며칠 동안 SNS를 뜨겁게 달군 것이 ‘정선 교통사고 아기 남매’의 사연이다. 지난 7월11일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나전리 42번 강변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대형 트럭을 뒤따르던 그랜저 승용차가 반대편 차선에서 넘어온 1.5톤 트럭과 충돌했다.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뒤따르던 1톤 트럭과 코란도 승용차가 잇따라 추돌하면서 대형 사고로 번졌다. 정선소방서가 언론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그랜저 승용차가 휴지조각처럼 구겨져 한눈에 봐도 처참한 모습이다.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상자 중에는 그랜저에 타고 있던 일가족 4명이 포함돼 있었고, 두 번의 연속 사고로 운전자인 남편 남아무개씨(35)는 현장에서, 아내 박아무개씨(30)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곧바로 숨졌다.


승용차에 동승했던 생후 10개월과 30개월 된 두 남매만 겨우 살아남았는데,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 팔다리가 골절된 상태다. 남매는 나이가 너무 어려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을 수 없어 정밀검사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원주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잠을 자다가도 경련과 함께 깨어나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이날 남씨 부부는 둘째 아이의 진료를 받기 위해 소아과가 있는 강릉으로 가던 중 참변을 당했다. 아기들의 부모는 사고 이틀 만인 13일 발인을 했는데, 이날은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3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부부는 결혼기념일에 나란히 같은 자리에 묻힌 것이다.


아기 남매는 졸지에 부모를 잃었다. 아기들은 자기 손으로 기저귀도 갈 수 없는 영아들이다. 향후 치료를 위해서는 간병인이 절실한데 보험사인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약관을 들어 ‘간병비’ 지급을 거부했다. 보험사는 약관에 나와 있는 ‘식물인간 및 사지마비로 인한 100% 장애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지급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아기 아빠의 지인들이 보험사를 지탄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아기 아빠의 친구는 “두 아이는 성인이 아니니 깨어나더라도 혼자 무언가를 할 수가 없다. 아이들에게는 지금 간병인이 시급하다. 현대해상이라는 보험회사는 교통사고로 부모 모두가 사망한 아이들에게 간병비를 받으려면 소송을 제기해 판사의 판결대로 받아가라고 한다. 아이들이 부모 잃은 것도 억울한데, 이런 세상에 홀로 내던져진 게 가슴이 미어진다”라며 보험사의 간병비 지급을 호소했다. 그는 “아직 엄마·아빠를 애타게 찾을 나이인데, 현대해상에서 빠른 손해배상을 해주기를 부탁드린다. 아이들에게 더는 상처를 주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실종됐던 이아무개씨가 발견됐을 당시의 모습. 오른쪽 원 안은 실종자를 찾기 위해 가족들이 공개한 사진


 


실종자 찾아 가족 품으로


지난해 9월 SNS를 기반으로 결성된 ‘SNS시민동맹군’이 나섰다. 이 단체는 ‘힘없는 약자와 억울한 사람들을 위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데, 주로 의문사 추적, 억울한 사건, 실종자 찾기 등에 나서고 있다. 페이스북 그룹 회원만 2만7000여 명에 달하고 지역 지부까지 결성돼 있다. 이 단체는 아기 남매의 사연을 재가공해 회원들을 통해 공유했다. 이 글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하루 만에 30여 만 명이 봤고, 수만 번의 공유가 이뤄졌다. 아기 남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이 공유에 공유를 거듭하며 보험사를 압박했다. 간병비를 지급하라는 빗발치는 여론에 보험사가 움직였다. 현대해상은 자사의 페이스북 등을 통해 “병원 치료비의 경우 병원으로 직접 지급될 예정이며,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아기들에 대한 간병비 역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SNS가 보험사를 압박해 아기 남매의 간병비를 해결해준 셈이 됐다. SNS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다.


간병비 문제가 해결되면서 보험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일시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언론에서도 이런 사실을 앞다퉈 보도하며 보험사가 SNS에 굴복했다고 표현했다. 이번의 경우 언론이 기사를 써서 보험사가 움직인 것이 아니다. SNS를 통해 전파되고 문제가 해결된 후 언론이 그 내용을 받아서 썼다. 한마디로 ‘뒷북’을 친 것이다.


지난 7월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 판’에 구미에서 실종된 동생을 찾는다는 다급한 글이 올라왔다. 실종자 누나인 이아무개씨는 “올해 1월 동생이 식당 임대차계약을 한 후 실종됐다”며 “가족이 애타게 찾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번에도 SNS시민동맹군이 나섰다. 20일 “구미에서 실종된 남동생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포스팅하고 회원들이 공유에 나섰고, SNS에 사연이 퍼지면서 구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였다. 실종자를 알고 있다는 사람들이 시민동맹군에 제보를 했고, 일부는 직접 찾아 나섰다. 그리고 공유한 지 하루 만인 21일 오후 8시30분쯤 해당 실종자를 찾았다. 한때 범죄에 희생됐을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다행히 무사하게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SNS가 바꾸는 세상은 보험사를 움직이고, 실종자를 찾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는 장기 미제(未濟) 사건도 해결한다. 지난해 6월4일 경남 창원에서 아동 성추행이 발생했지만 7개월째 미제로 남아 있었다. 이 사건은 SNS에 공유되면서 이틀 만에 범인이 검거돼 해결됐다. 담당 형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에 많이 공유되고 전파되다 보니 범인의 주변 친구나 지인들도 알게 됐고, 범인의 형이라는 사람이 전화해서 ‘내 동생이 맞다. 지금 같이 있다’고 해서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해 조사했고,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SNS가 국민신문고·수사기관·언론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정선 SNS시민동맹군 대변인은 “강자들에게는 ‘돈’과 ‘권력’이 있지만 약자에게는 이런 것이 없다. 하지만 뜻있는 시민들이 하나둘 뭉치면 엄청난 ‘힘’이 생기는데 그게 바로 ‘시민의 힘’이다. SNS가 만드는 ‘여론’은 엄청난 파급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권력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SNS가 순기능으로 작용할 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견인차가 될 수 있다. 그래야 ‘약자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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