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강국’ 빛낼 태극전사들
  • 송창우 일간스포츠 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6 10:33
  • 호수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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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의 목표는 분명하다. 이들은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열리는 리우올림픽에서도 금메달 10개 이상을 목에 걸어 4회 연속 종합 10위 이내 입상을 달성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다. 한국은 지난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9위(금9·은19·동9)를 차지한 후 줄곧 10위 이내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1988 서울올림픽(4위) 이후 최고 순위인 5위를 차지했다. 명실상부 ‘스포츠 강국’으로 우뚝 선 셈이다.

 

한국은 이번 리우올림픽에 28개 종목 중 24개 종목에 204명이 출전한다. 선수 204명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그럼에도 대한체육회 측은 당초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전통적인 효자 종목인 양궁을 비롯해 사격·태권도·레슬링 등에서 ‘금맥’이 터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선수단 204명 중 유력한 금메달 후보와 스타플레이어들을 소개한다. 물론 선수들이 4년 동안 세계 정상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위해 쏟아낸 땀의 가치는 금메달보다 더 소중하다. 더불어 메달 색깔보다 값진 건 그들이 우리에게 선사할 기쁨과 환희의 순간이다. 

 

 

 1  진종오 

 

 한국 남자 사격 ‘간판스타’ 진종오(37·KT)는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한다. 2004 아테네올림픽 50m 권총에서 간발의 차로 금메달을 놓쳐 은메달을 목에 건 진종오는 이후 승승장구 중이다.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5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2관왕(10m 공기권총·50m 권총)에 올랐다. 한국 권총 선수가 올림픽 개인 종목 2연패를 달성한 건 진종오가 처음이다. 만약 그가 리우에서도 금빛 총성을 울린다면 한국을 넘어 사격 부문 세계 최초 3연패를 달성한다.

 

 

3연패라는 거대한 목표에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진종오는 여유만만하다. 그는 7월19일 2016 리우올림픽 결단식에서 “국민 여러분들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더는 부담 될 것도 없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사격은 당일 컨디션이 중요한 경기다. 많이 훈련한 만큼 좋은 성적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라 힘줘 말했다. 4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진종오는 한국 선수단 남자 주장과 출국 기수에 선정됐다. 

 


 

 

 

 

 2  안창림

 

 “부담이 하나도 없다. 평소 하던 대로 똑같이 하면 금메달을 딸 수 있다.” 한국 남자 유도의 대들보 안창림(22·수원시청)이 결단식에서 밝힌 당찬 포부다. 안창림은 ‘세계 최강’ 한국 유도를 대표하는 금메달 기대주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지난 2013년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일본 유도계의 귀화 권유를 뿌리치고 가슴에 태극 마크를 달았다. 그 뒤 안창림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월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줄곧 73kg급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세기의 ‘라이벌’인 같은 체급의 일본 국가대표 오노 쇼헤이(24)만 넘어선다면 금메달 확보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안창림 역시 “오노를 꼭 이기고 싶다. 무엇보다 일본 선수에게는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한국 유도는 안창림이 나서는 73kg급에서 12년째 금메달이 없다. 이 체급에서는 2004 아테네올림픽에서 이원희(35) 현 유도 국가대표 코치가 금빛 메치기에 성공했다. 한국 유도계의 시선이 안창림의 손끝으로 향하고 있다.  

 

 


 

 

 3  김현우

 

한국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간판 김현우(28·삼성생명)는 ‘투혼의 상징’이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얼굴이 심하게 멍들어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레코로만형 68kg급 금메달을 따내 큰 화제가 됐다. 당시 김현우가 남긴 “나보다 더 땀을 흘린 이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는 ‘명언’은 태릉선수촌 레슬링훈련장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4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변한 건 체급뿐이다. 김현우는 한 체급 올린 75kg급에서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꿈꾼다. 그는 한국 레슬링의 영웅 심권호(44) 현 대한레슬링협회 이사에 이어 두 번째로 올림픽 두 체급 석권을 노리고 있다. 김현우는 결단식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고 자부한다”며 “한 번 걸리면 상대가 빠져나올 수 없도록 ‘늪 레슬링’을 보여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4  기보배

 

2012 런던올림픽 2관왕(개인전·단체전) 기보배(28·광주시청)는 올림픽 역사상 첫 여자 양궁 개인전 2연패를 노리고 있다. 그는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주춤했으나 이듬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어 지난 7월4일 열린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해 리우행을 확정했다. 기보배는 “인천아시안게임을 보며 ‘다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마음을 다잡은 배경을 설명했다.

 

기보배의 목표는 단연 ‘올림픽 2연패’다. 세계양궁연맹 역시 지난 4월 “기보배가 올림픽 최초 개인전 2연패에 도전한다”며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며 “라이벌은 나 자신이다. 좋은 모습으로 국민들의 기대에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랭킹 1위 최미선(20·광주여대), 주장 장혜진(29·LH)과 함께 출전하는 단체전에서도 금빛 과녁을 정조준한다.

 

 


 

 5  석현준

 

한국 축구대표팀 ‘장신 공격수’ 석현준(25·포르투)은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로 리우올림픽에 나선다. 석현준은 우여곡절 끝에 리우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신태용(46)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손흥민(24·토트넘)과 장현수(25·광저우 푸리)를 일찌감치 와일드카드 후보로 낙점했다. 신 감독은 오랜 고민 끝에 남은 한 장을 석현준으로 채웠다. 지난 6월 열린 체코와의 A매치 평가전(2대0 승)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게 주효했다. 석현준은 “최종 엔트리 발표를 얼마 앞두고 감독님이 ‘올림픽 합류를 준비하라’고 연락해주셨다”며 “전화를 끊자마자 ‘아! 대박!’이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밝게 웃었다.

 

석현준이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소속팀 훈련 합류도 포기했다. 석현준은 지난 7월6일부터 파주 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수원 삼성 훈련장 등지에서 몸을 만들었다. 목표는 단연 ‘금메달’이다. 석현준은 “유로 2016에서 축구 변방 웨일스와 아이슬란드도 좋은 성적을 거뒀다”며 “목표는 승리 그리고 금메달뿐”이라고 힘차게 말했다.

 

 


 

 6  이용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간절하게 임해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 싶다.” 유연성(30·수원시청)과 함께 배드민턴 남자 복식 금메달을 노리는 ‘꽃미남 스타’ 이용대(28·삼성전기)의 각오다. 이용대는 리우에서 8년 만에 금빛 스매시를 재연할 준비를 마쳤다. 그는 지난 2008 베이징올림픽 혼합 복식에서 이효정(35) 현 국가대표팀 코치와 금메달을 일궈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카메라를 향해 선보였던 ‘윙크 세리머니’는 지금도 올림픽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용대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노렸다. 그는 정재성과 짝을 이뤄 남자 복식에 도전했다. 하지만 동메달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당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의 유일한 메달이었다. 이용대는 유연성이라는 든든한 파트너와 함께 남자 복식 금메달에 재도전한다. 이용대·유연성 조는 지난 2014년 8월부터 이 부문 세계랭킹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배드민턴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복식조만 넘어선다면 금메달 획득은 무난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7  이대훈

 

남자 태권도 68kg급 ‘얼짱 스타’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은 리우에서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에 도전한다. 이대훈은 지난 런던올림픽 58kg급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쳐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자신의 본래 체급보다 한 단계 아래인 58kg급에 도전한 게 발목을 잡았다.

 

이대훈은 지난 4년간 더욱 단단해졌다. 세계 태권도 수준이 평준화되는 상황에서도 최강자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68kg에서 줄곧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고 있다. 이대훈은 결단식에서 “하루하루 열심히 운동을 했다”며 “욕심을 버리고 차분히 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늘 관심을 가져주고 응원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선수촌에서) 훈련하면서 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며 금메달로 보답할 것을 다짐했다. 

 

 

 

 8  박인비

 

‘골프 여제’ 박인비(28·KB금융그룹)는 장고(長考) 끝에 리우행을 결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에서 첫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 3위 박인비는 7월11일 소속사를 통해 “올림픽 출전은 나의 오랜 꿈이자 목표였다”며 “출전 의지는 늘 확고했으나 부상 때문에 오랜 시간 깊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박인비는 왼손 엄지손가락과 허리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1월7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 US오픈까지 불참하며 재활에 집중했다. 박인비는 지난 2014년 10월 결혼한 ‘새댁’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카 바이러스 우려로 인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할 것이라고 점쳤다.

 

하지만 박인비는 용기 있는 결단으로 올림픽 출전을 확정했다. 박세리(39·하나금융그룹) 여자 골프대표팀 코치는 “박인비가 출전한다는 것만으로도 팀원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반색했다. 박인비는 “올림픽 개막 전까지 컨디션을 끌어올려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9  손연재

 

리듬체조는 동유럽과 러시아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종목이다. 이에 한때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가 메달을 따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2·연세대)가 있어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손연재는 지난 런던올림픽 개인 종합에서 111.475점을 기록하며 5위를 달성했다. 곤봉에서 수구를 떨어뜨리는 실수만 없었다면 더 높은 성적도 기대할 수 있었다.

 

손연재는 리우올림픽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난 7월8일 열린 리듬체조 월드컵 개인 종합에서 4위를 기록했다. 1~3위는 모두 러시아 선수가 싹쓸이했다. 이로써 손연재는 올 시즌 치른 6번의 월드컵 중 총 4번 4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메달권에 들기에는 다소 부족한 기록이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도 있다. 러시아가 조직적인 도핑 위반 사태로 전 종목 올림픽 출전 금지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불참할 경우 손연재를 비롯해 간나 리자트디노바(23·우크라이나)와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3·벨라루스) 등이 금메달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한다. 손연재의 메달 가능성이 ‘제로’가 아닌 이유다. 

 

 


 

 10  오영란

 

‘엄마의 힘’으로 무장한 한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은 8년 만에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단은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아쉽게 4위에 그쳤다. 총 12개 국가가 출전하는 리우올림픽에서 한국은 내로라하는 강호인 러시아·프랑스 등과 한 조에 속해 있다. 메달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임영철(56) 여자 핸드볼대표팀 감독은 ‘맏언니’ 오영란(44·인천시청)의 힘을 믿고 있다. 오영란은 핸드볼대표팀 내에서는 물론 리우에 나서는 한국 선수단 204명 중에서도 최연장자다. 그는 1993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뒤 1996 애틀란타올림픽을 시작으로 네 차례나 올림픽 무대를 밟아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일궜다. 5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오영란은 “나이가 많아 마지막 올림픽이 될 것 같다. 언니로서 선수들을 잘 이끌고 열심히 하겠다. 아직 금메달이 없는데 이번에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두 딸에게 부끄러운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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