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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 늪’에 빠진 김정은 정권의 ‘핵 도발 제스처’

북한, 핵실험 징후 드러내며 한반도 긴장감 높여

정영태 동양대 교수 미래군사과학연구소 소장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8(Thu) 09:41:24 |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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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차례의 핵실험으로 북한 당국은 스스로를 “공고하고 안정된 사회제도를 가진 불패의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가장 책임적이고 가장 믿음직한 핵 대국”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들은 “핵 타격 능력이 크고 강할수록 침략과 핵전쟁을 억제하는 힘은 그만큼 더 커진다”면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핵무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들어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이 파악됨으로써 우리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North)’가 2〜4차 핵실험이 이뤄진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입구에서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알림으로써 이것이 5차 핵실험 준비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현 상황에서 국방부나 통일부가 “북한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같은 맥락에서 단기간 내에 북한이 곧 5차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도 할 수 있다. 지난 7월10일을 전후로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관측기기 설치 등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이전에도 북한이 이런 움직임을 보인 후 2〜3주 사이에 핵실험을 단행한 바 있어 7월27일 정전협정체결일(북한 전승기념일) 이전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38노스가 7월11일(현지 시각) 공개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사진 왼쪽). 38노스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핵실험장에서 분주함 보이는 북한의 속내

 

그러나 최근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의 활발한 움직임이 북한 당국의 대남을 비롯한 대외적 위협을 가중하기 위한 기만전술의 일환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36년 만에 개최된 노동당 7차 당대회를 앞두고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핵실험 준비 정황을 드러내 핵실험에 대한 우려가 대외적으로 고조되었으나 결국 핵실험은 없었다.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수개월이 지난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실험 움직임 관련 의심스러운 활동이 포착되었으나 이 또한 기우로 끝났다. 북한 당국은 대외적 위협 인식을 가중하기 위해 이 같은 심리전적 기만전술을 펼치는 데 능하다. 그들은 ‘38노스’와 같은 매체를 그들의 기만전술을 위해 적극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38노스’와 같은 매체가 풍계리 주변 움직임을 중계하듯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 역시 북한 당국의 핵실험 제스처와 비슷한 유형의 심리전적 행태라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북한 당국은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 문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먼저 사드 배치 결정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총참모부 포병국 중대의 경고(2016년 7월11일) 형식으로 “사드 배치 장소가 확정되는 시각부터 물리적 대응조치가 실행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서 바로 그들의 물리적 대응 조치 강행 의지를 확인이라도 하듯 북한은 지난 7월19일 새벽 5시45분부터 6시40분까지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총 3발을 발사하는 군사적 도발의 무모함을 보였다. 이 미사일들은 남한의 전역을 사거리(500~600km)에 둔 스커드와 노동미사일이었다. 북한군은 ‘친절하게도’ 그들이 쏘아올린 미사일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기지들을 타격할 임무를 맡고 있는 ‘조선인민군 전략군 화성포병부대들’이 “미제의 핵전쟁 장비들이 투입되는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항구·비행장들을 선제타격하기 위해 사거리를 제한하고 진행했다”고 밝혀주었다. 북한군은 그것도 보통 미사일이 아닌 “목표 지역 내 설정된 고도에서 탄도 로켓에 장착한 핵탄두 폭발 조종 장치(기폭장치)”의 폭발시험을 한 미사일이었다고 자랑스럽게 보도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북한은 우리에게 마치 그들의 핵미사일 공격을 현실화했다고 하는 위협인식을 심는 데 초점을 맞춘 심리전적 전술을 펼친 것으로 이해된다. 이를 통해 북한 당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실현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두려움을 배가해 사드 배치를 결정한 한·미 당국에 대한 불만을 고조시켜 남남갈등뿐만 아니라 반미의식의 확산을 도모한 것으로 이해된다.

 

 

‘핵실험 제스처’는 대북 제재 강화로 이어질 것

 

그렇지만, 북한의 이 같은 무력도발이 과연 김정은 정권을 더욱 공고하고 안정되게 유지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북한의 핵실험을 포함한 무력도발이 오히려 김정은 정권의 목을 죄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과 같은 군사적 도발에 집착하면 할수록 ‘핵미사일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어 김정은 정권이 위기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 무력화를 과시하기 위해서 그들이 쏘아 올린 3발의 미사일은 오히려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더욱 높여, 이와 관련한 반미의식 및 남남갈등의 심화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더욱 강화시켜줄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이 또 한 차례의 핵실험을 단행하게 된다면, 미국이나 한국과의 대화 분위기가 도출되기보다는 대북 제재가 그들의 표현처럼 ‘질량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이미 북한의 4차례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가 유례없이 강한 대북 제재 결의안인 2270호를 채택하도록 했다.

 

이에 더해 김정은의 무모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매우 심대하고 과격한 형태로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가 지난 7월6일 내놓은 ‘북한 인권 보고서’가 그것이다. 여기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제재 대상으로 올려놓았다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생존 차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것은 미국이 김정은의 비타협적인 태도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북한이 더욱 강력한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게 된다면, 자연히 김정은 정권의 목을 조이는 직·간접적인 제재는 더욱 심화될 것이어서 김정은 정권은 보다 깊은 ‘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늪에 빠진 사람의 살길은 스스로 발버둥치기보다 바깥의 조력을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한다. 김정은 정권의 살길 역시 초강대국인 미국과 정면으로 ‘맞장 뜨는’ 것처럼 객기를 부리기보다는 비핵화라는 진정성으로 미국과 한국의 조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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