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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前 한진해운 회장의 꼼수 또 있다

[단독] 장학재단인 양현재단에 지분 넘겨 세금 피한 채 5% 가까운 의결권 획득 논란

이석 기자 ㅣ ls@sisapress.com | 승인 2016.07.28(Thu) 09:41:41 |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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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은 지난 4월22일 산업은행에 채권단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 불과 2거래일 만에 회사 주가는 30% 가까이 하락했다. 개미투자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주식을 내던졌다. 하지만 오너였던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과 두 딸은 큰 손실을 입지 않았다. 4월20일까지 2주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모두 처분했기 때문이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 회장은 “2014년 5월 한진그룹과 유수홀딩스의 계열분리 신청을 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지분 매각 계획을 보고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6월14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남편 지분 장학재단에 증여…세금 피해 가

 

최은영 회장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미 최 회장은 친족 분리에 따른 지분 정리 기준(3% 이하)을 충족한 상태였다.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의무 처분 대상도 아니어서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금융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고, 5월10일 패스트트랙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최 회장이 주식을 매각하기 직전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과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6월12일 최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최 회장이 한진해운 주식 매각 직전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회계법인 컨설턴트로부터 정부를 입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최 회장이 주식을 팔아 10억원 상당의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혐의가 인정되지만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최 회장도 5월14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남편인 고(故) 조수호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식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 이 대출의 만기가 돌아와 어쩔 수 없이 한진해운 주식을 처분했던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검찰은 6월30일 최 회장을 재소환해 10시간 넘게 강도 높은 보강조사를 벌였다. 주식매각 직전 최 회장과 통화했던 안경태 회장과 산업은행 관계자들도 불러 다시 조사를 시작했다. 검찰 관계자는 “필요한 조사는 모두 마친 상태”라며 “조만간 시민위원회를 열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최은영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최 회장은 2006년 남편인 조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지분을 장학재단에 증여하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최 회장 일가가 조 전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을 지분은 모두 490만여 주(6.87%)였다. 막대한 규모의 증여세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최 회장은 한 해 전 설립된 양현재단을 승계구도에 끼워 넣었다. 양현재단은 해운 관련 연구소나 단체의 학술활동 지원과 해운인재 양성을 위해 2005년 말 설립됐다. 최 회장은 지분을 물려받기 직전 양현재단 이사장에 내정됐다. 이후 최 회장이 증여받기로 한 주식 중 164만여 주(2.25%)를 양현재단에 증여하게 된다. 같은 기간 한진해운 역시 자사주 164만 주를 양현재단에 증여한다. 당시 한진해운 주가가 2만6000원대임을 감안하면 800억원 정도의 자금이 이 재단에 투입된 셈이다. 덕분에 최 회장은 세금 한 푼 안 내고 5%에 가까운 회사 의결권을 행사하게 됐다. 현행법상 장학재단에 재산을 증여하게 되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양현장학재단


 

 

최 전 회장 측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차원” 

 

유수홀딩스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고 조수호 전 회장이 생전에 장학재단 설립을 간절히 원했다”며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과 부(富)의 이전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증여가 이뤄졌다. 한진해운이 자사주를 증여한 것도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자문기관의 검토를 마친 만큼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게 최 회장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달랐다. 최 회장의 유족들이 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재산을 상속받을 경우, 30% 이상의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한다. 조 전 회장 지분이 490만여 주(6.87%)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3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급조된 양현재단을 통해 조 전 회장 지분 일부를 세금 부과 없이 유족들에게 상속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한진해운은 당시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협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스라엘 해운 갑부인 세미 오퍼가 노르웨이 업체인 제버란트레이딩으로부터 8.7%의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M&A설이 시장에 끊임없이 제기됐다. 

 

당시 한진해운은 대한해운과 300억원대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다음 달에는 일본 해운업체인 K-라인에 자사주 214만 주를 처분하면서 매각 금액에 상당하는 K-라인 지분을 취득했다. 사실상 우호지분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자사주(2.25%)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이 지분을 장학재단에 증여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증여된 액수만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게 된다. 최은영 회장이 남편 조 전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한진해운 자사주를 장학재단에 증여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직 한진그룹 임원도 비슷하게 말한다. 그는 “양현재단은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차원도 있지만, 적대적 M&A 위협으로부터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함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해운업체의 경우 외국인이 M&A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권 보호 차원에서라 하더라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장학재단을 이용한 것은 장학재단 고유 업무의 성격에서도 한참 벗어난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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