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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리더십] 오스만의 메메드 2세 비잔틴제국을 멸망시키다

성벽만 의존하던 콘스탄티노플의 허점 노려 대포 기술자 영입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9(Fri) 08:47:39 |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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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메드 2세(1432~1481)는 오스만제국의 7대 술탄으로, 동로마제국의 후예 비잔틴제국을 멸망시키고 발칸반도의 비잔틴 제후국들을 복속시키면서 오스만제국의 전성기를 열었다. 1402년 오스만의 바예지드 1세가 티무르에게 패해 전쟁포로가 되면서 일시적으로 붕괴했던 오스만제국은 혼란과 재편 과정을 거쳐 50년 후인 메메드 2세에 이르러 1453년 콘스탄티노플 공략에 성공하면서 숙적을 제거하고 유럽과 지중해까지 세력을 확장했다.

 

메메드 2세는 1432년 무라드 2세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동유럽 세르비아 출신 노예여서 왕위계승과는 거리가 멀었으나 두 형이 일찍 사망하면서 기회가 생겼다. 1451년 부왕이 세상을 떠나자 20세 약관에 왕좌에 오른 그의 숙원사업은 비잔틴의 수도 콘스탄티노플 공략이었다. 330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지시로 만들어진 콘스탄티노플은 395년 로마제국의 동서 분리, 476년 서로마 멸망 등의 격변을 겪으면서도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기독교 문화권 중심지였다. 15세기에는 수도를 중심으로 발칸반도 남쪽에서 세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위축되었으나 동서 문명과 교역의 집결지로서 명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천혜의 군사적 요충지에 자리 잡은 콘스탄티노플은 5세기 초반부터 천 년 동안 3중으로 축성한 테오도시우스 성벽으로 방어되어 1204년 제4차 십자군전쟁에서 내통자가 성문을 열어서 함락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록상으로 23차례의 외침을 격퇴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메메드 2세 초상화 © EPA 연합


 

 

2200년 역사 콘스탄티노플, 대포에 무너지다

 

그러나 20세 애송이 술탄과 헝가리 출신 대포 기술자 오르반의 만남은 세계사를 바꾸었다. 오르반은 자신이 제작한 대포를 비잔틴제국의 방어무기로 팔려고 했으나 튼튼한 성벽을 신뢰하는 바람에 여의치 않게 되자 오스만으로 건너왔다. 메메드 2세는 콘스탄티노플 성벽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제안에 흥미를 느끼고 제작을 명했다. 시험발사에서 8m가 넘는 길이의 ‘오르반 거포’가 500kg의 돌 포탄을 1.5km 이상 날리는 괴력을 선보이자 메메드 2세는 1453년 4월 신무기인 대포를 앞세워 10만 명의 병력으로 콘스탄티노플 공략에 나섰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수비 병력은 8000명에 불과했으나 철옹성 테오도시우스 성벽에 의지하고 있었다. 이후 전개된 47일간의 전투에서 69문의 오르반 대포는 5000발의 돌 포탄을 날려 보내 성벽을 무너뜨렸고 비잔틴제국은 로마 건국 이후 2200년의 역사를 남기고 패망했다. 정복자로 입성한 메메드 2세는 콘스탄티노플을 이스탄불로 개명하고 오스만제국의 수도로 선포했다. 메메드 2세는 비잔틴제국 정복 후 이슬람 전통에 따라 기독교 정교회에 관용을 베풀어 신앙의 자유를 허락했고, 이 정책은 발칸과 소아시아의 다른 지역에도 적용되었다. 종교적 관용 정책은 후대의 술탄들에게도 계승되어 이스탄불은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로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다.

 

군사적으로 콘스탄티노플 공방전은 대포의 공격으로 성벽이 무너지고 도시가 함락당한 사상 첫 사례로서 창과 칼로 싸우는 중세 기사의 시대가 저물고 총과 대포로 맞붙는 근대 전투의 효시가 되었다. 대포를 앞세운 메메드 2세의 군대는 여세를 몰아 그리스 지역의 비잔틴 잔존 제후국들을 정복하고 발칸으로 세력을 확대해 오늘날 세르비아·보스니아 지역까지 점령했고, 1475년 흑해의 크림반도에 있는 크림 칸국을 공격해서 복속시켰다. 당시 지중해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던 이탈리아의 강력한 해상세력 베네치아와 제노바를 흑해와 지중해 동부에서 몰아내어 흑해, 동지중해에서 발칸과 소아시아에 이르는 오스만제국의 판도를 확립했다. 기독교의 정통을 자처하던 비잔틴을 멸망시킨 이슬람 종주국 군주 메메드 2세의 최종 목표는 십자군운동의 중심인 이탈리아를 정복하고 가톨릭 교황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480년 오스만 군대가 이탈리아에 상륙해 전면전을 준비하던 시점인 1481년 메메드 2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무위에 그친다.

 

 

1435년 오스만투르크의 술탄, 메메드 2세가 비잔틴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할 당시의 상황을 묘사한 이미지. © EBS 캡처


 

 

‘이슬람 종주국’ 오스만의 급부상

 

그의 사후 후계자들의 서유럽 공략이 계속되어 오스만 최전성기로 일컬어지는 술레이만 1세(1494~1566) 시대인 1526년에는 중부 유럽의 헝가리 왕국을 격파하고 오스트리아 빈 근방까지 진출했다. 해상에서는 1538년 그리스 근방의 프레베자에서 베네치아·제노바·에스파냐의 연합함대에게 승리하고 지중해 제해권을 확보한다. 그러나 30여 년 후인 1571년 오스만이 베네치아 영토였던 키프로스 섬을 점령하면서 결성된 서유럽 반(反)오스만 동맹의 베네치아, 에스파냐 연합군과 벌인 레판토 해전에서 오스만 해군이 패배하면서 오스만의 지중해 패권은 동지중해 권역으로 축소된다.

 

메메드 2세가 대포라는 신무기를 활용해 비잔틴을 멸망시키고 발칸과 소아시아를 통합하면서 오스만은 명실상부한 이슬람의 종주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오스만이 등장하면서, 13세기 이후 200여 년 동안 번영기를 누렸던 서유럽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주도했던 지중해 시대가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고, 15세기 후반 신생국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주도하는 대항해 시대가 열리는 배경이 되었다. 종교적으로는 기독교 종주국을 자처했던 비잔틴의 멸망으로 동방정교회의 중심이 모스크바로 이동하게 되었다. 러시아 영주국들은 1237년 몽골에 정복당한 후 킵차크칸국에 200여 년 동안 복속되어 있었다가 14세기 후반 티무르가 킵차크를 공격하고 지배력이 이완되던 시기에 힘을 기르고 독립하기 시작했다. 

 

당시 급성장하던 모스크바 대공국의 이반 3세(1440~1505)는 비잔틴제국 패망을 세력 확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았다. 스스로를 동방정교회 (Orthodox Church)의 보호자로 칭하고 정교회 사제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모스크바를 제2의 로마로 일컬어졌던 콘스탄티노플의 후계도시인 제3의 로마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비잔틴제국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조카딸과 1472년 결혼해 로마제국의 황제 카이사르 (Caesar)의 정통성과 연관 지으면서 러시아 카이사르인 차르(Tsar)로 자처하고 비잔틴제국 황제의 상징 쌍독수리 문장을 공식 문장으로 삼았다. 차르는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로마노프 왕조가 막을 내리기까지 500여 년간 러시아 황제를 통칭하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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