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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와 이진욱 향한 180도 다른 시선, 왜?

‘박유천 사건’으로 돌아본 대중스타들에 대한 무고죄 논란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29(Fri) 08:47:31 |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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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로 피소당한 박유천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로 가닥을 잡았다. 검찰 단계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박유천에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 경찰은 도리어 박유천을 고소한 첫 번째, 두 번째 여성에게 무고죄 혐의를 적용했다. 무고죄란 타인을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신고한 범죄를 말한다. 박유천에게 성폭행당하지도 않았으면서 허위 신고를 했다는 이야기다.

 

경찰은 박유천에게는 성매매 및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박유천을 고소한 네 여성 중 한 명이 박유천에게 금품을 받기로 하고 성관계를 했는데, 박유천이 지불하지 않은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여성은 검찰에서 성매매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높다. 성매매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무고죄를 자백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무고죄가 사건의 핵심이 됐다. 박유천 사건이 이렇게 성폭행 사건에서 무고 사건으로 바뀌면서 무고죄에 대한 관심이 커져간다.

 

 

6월30일 4명의 여성으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배우 겸 가수 박유천이 서울 강남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왼쪽 사진). 6월17일 배우 이진욱이 성폭행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수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연합뉴스


 

 

연예인 무고 잔혹사의 시발, ‘주병진 사건’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주병진은 2000년에 강간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유죄가 나왔지만 주병진은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를 받아냈다. 여학생이라던 피해자는 술집 접대부였고, 맞은 흔적은 지인들에게 자신을 때려달라고 해서 만들었으며, 합의금을 증인들에게 나눠준 정황까지 드러났다. 주병진 측에선 이 사건이 강간치상이 아닌 자해공갈 사건이었다며 그 여성을 무고와 공갈 혐의로 고소했다. 대중의 뇌리에 연예인 대상 성범죄 무고죄를 가장 선명하게 각인시킨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그 후에도 연예인 무고가 종종 화제에 올랐다. 2009년엔 여기자가 송일국에게 폭행을 당해 전치 6개월이 나왔다고 주장하다가 무고죄가 인정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2010년엔 태진아의 아들 이루의 연인이었다는 여성이 등장했다. 그 여성은 이루의 아이를 가졌었으며 폭언·폭력·낙태 강요 등을 태진아 부자로부터 당했다고 주장해 큰 파장을 일으켰으나, 결국 허위주장으로 밝혀졌다. 그 여성이 직접 자신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인정하며 공개사과를 했고,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연예인 대상은 아니지만, 최근 무고 사건이 더욱 기승을 부렸다. 작년에 목사인 아버지가 어머니와 두 아들 등 일가족을 성폭행하고 성매매까지 시켰다는 폭로가 나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세모자 사건’도 결국 무고로 결론이 났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에게 성추행당했다는 폭로가 나와 엄청난 충격을 줬던 사건도 결국 무고로 정리됐다. 처음에 가해자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박 전 대표는 무고를 당한 피해자가 됐고, 국민영웅이었던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그 부인이 무고죄를 교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 됐다.

 

이렇듯 떠들썩한 사건들이 무고로 정리되면서 대중의 뇌리에 무고죄가 깊이 각인되어온 가운데, 최근 미국에서 강정호 선수가 성폭행 논란에 휩싸인 사건에서도 현지 네티즌들이 여성의 주장을 의심한다는 뉴스가 전해졌고, 배우 이민기가 올 초에 성폭행 고소를 당했다가 무혐의로 정리됐다는 소식도 최근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박유천 사건까지 경찰이 무고 쪽으로 정리했다고 하자, 이젠 대중이 연예인 피소 소식을 들어도 일단 무고부터 의심하는 상황이 됐다.

 

그 최대 수혜자가 바로 이진욱이다. 과거 박시후가 성폭행 의혹을 받았을 땐 대중이 사건 초기부터 박시후를 질타했었다(이 사건도 결과는 무혐의로 종료됐다). 반면에 최근 터진 이진욱 사건에선 상대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대중이 이진욱 편을 들었다. 무고죄 학습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대 여성은 대중에게 꽃뱀으로 몰려 비난을 받았다. 만약 그 여성이 실제 성폭행을 당한 게 맞는다면, 대중은 용서받지 못할 2차 가해 행위를 저지른 셈이 될 수도 있다.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무고가 자꾸 나타나는 것은 연예인이 이미지와 대중 정서법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특수 신분이기 때문이다. 주병진은 무고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망가진 이미지를 회복하지 못했다. 때문에 연예인은 상대가 진흙탕 싸움을 걸어오면 일단 합의로 무마하려는 성향을 보인다. 바로 이런 약점 때문에 무고의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무고가 특히 성범죄 부문에서 나타나기 쉬운 것은 성범죄가 매우 은밀한 영역이며, 일단 논란만 돼도 상대에게 주는 타격이 크고, 객관적인 증거가 없어도 피해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고의 먹잇감 되기 쉬운 ‘연예인’과 ‘성범죄’

 

성범죄 무고의 죄질이 특히 안 좋은 것은, 이것이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성범죄 무고 사건을 자주 접한 대중들은 성범죄를 당했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되고, 덮어놓고 꽃뱀이라고 낙인찍을 수도 있다. 또는 성폭행의 정황을 세세하게 밝히라고 추궁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 자체가 2차 가해가 되는 것이고, 정말로 보호받아야 할 진짜 성범죄 피해자가 이런 두려움 탓에 문제를 드러내길 스스로 포기하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도 문제다. 언론은 일단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편부터 드는 경향이 있다. 박유천 사건 때도 많은 매체의 기사와 방송 패널들이 일방적으로 상대 여성의 편을 들며 성폭행을 기정사실화했었다. 사실상 무고에 동참했던 것이다. 언론이 이러는 이유는 당위적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성폭행당한 사람을 지켜줘야 하고, 유흥업소 직원이라도 성범죄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은밀한 성범죄는 진술만으로도 처벌해야 한다는 당위적 인식이 너무나 강해 여성의 편부터 들었다. 박현정 전 대표에 대한 무고 사건 때도 성범죄는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약자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당위적 인식이 너무 강해 사태 초기 언론이 시향 단원들의 말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을 덮어놓고 꽃뱀으로 모는 일부 대중의 태도나,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의 말을 처음부터 사실이라고 간주해주는 일부 언론의 태도 모두 문제가 있다. 성급한 단죄는 언제나 또 하나의 무고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따져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만이 무고의 범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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