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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무대가 연습장소로 전락한 버스킹 현주소

홍대 버스킹 문화, 귀를 찢는 소음과 어색한 춤, 똑같은 노래들로 점점 외면

이경준 대중음악 평론가 (음악웹진 ‘이명’ 편집장)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7.31(Sun) 10:00:44 |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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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킹(busking·거리공연)이 화두다. 흐름이고 현상이다. 사람들이 주로 발걸음을 멈추는 곳은 서울 홍대 인근이다. 30대 아저씨가 큰 목청으로 1990년대 가요를 부르고, 10대 청소년들이 힙합 리듬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춘다. 다닥다닥 붙은 사람들이 각기 자신만의 노래와 퍼포먼스에 심취해 있다. 걷고 싶은 거리, 홍대 놀이터에 집중된 버스커(busker·거리공연가)들은 주말이면 그 수가 더욱 많아진다. 길을 지나기 어려울 정도다.

 

 

7월20일 홍대 앞 놀이터와 거리에서 버스킹 공연이 벌어지고 있다. 버스킹은 좁은 장소에 여러 버스킹 그룹이 함께 공연을 하다 보니 앰프의 성능과 볼륨의 크기 등으로 다툼이 있을 수 있어 적정한 선에서 양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정 기준 통과자만 거리무대에 서게 해야

 

버스킹은 최근 생겨난 문화는 아니다. 인디 뮤지션들은 원래부터 자연스럽게 버스킹을 해왔다. 이들은 홍대 골목을 비롯한 이런저런 장소에서 곡을 연주했고, 팬들과 소통했다. 홍대에 있는 레코드숍과 술집을 부지런히 오갈 때 여러 번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한 가지 분명했던 건, 그땐 ‘버스킹’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버스킹이란 용어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벚꽃엔딩》의 주인공 ‘버스커버스커’가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3》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이후 사람들이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자신의 음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낯익은 단어가 되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공연의 ‘문턱’을 낮췄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사방이 탁 트인 거리가 무대다. 무심코 길을 걷다 잠시 발을 멈춘 이들에겐 재미있는 경험이다. 색다른 체험이다. 선뜻 공연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기 힘든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큰 용기를 내지 않아도 된다. 곳곳에서 공연을 볼 수 있으니까. 그중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주체는 당연히 공연자 자신이다. 별다른 비용이나 큰 장비 없이도 손쉽게 갈고닦은 솜씨를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으니 이만한 기회도 찾기 힘들다. 마이크와 스피커만 있으면 된다. 그래서 홍대 앞은 오늘도 버스커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하지만 최근 이런 버스킹 문화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필자 역시도 솔직히 이런 심정이다. 이득보다 폐해가 더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주목받고 싶다는 욕망에 귀를 찢어놓을 듯한 소음이 뒤엉킨 버스킹 현장은 낭만의 현장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실제로, 길거리 공연이 한창일 때 홍대 거리를 지나며 일행과 대화를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정작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예술’이라는 포장 아래 숨은 길거리 공연의 현주소다. 중학교 학예회에서나 볼 법한 어색한 군무를 추며 억지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이나, 5m 간격으로 똑같은 노래가 흘러나오는 광경은 그 자체로 씁쓸한 희극이다. 마치 학원에서 배운 프로그램처럼 동일한 레퍼토리, 동일한 퍼포먼스가 재생산된다.

 

필자는 꽤 자주 버스킹 거리를 걷는다. 일 때문에 지나기도 하고, 우연히 스쳐갈 때도 있다. 공연을 죽 지켜봐왔던 필자는 그때마다 오늘은 뭔가 달라지길 기도한다. ‘이게 사실 기도까지 할 일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운명은 늘 기대를 처절히 배신한다. 이쪽에선 누군가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부르며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저쪽에선 다른 이가 제이슨 므라즈의 《I’m Yours》를 가지고 노래방에서나 할 법한 가창연습을 하고 있다. 그 근처에선 또 다른 사람이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I’m Yours》는 의지와 무관하게 여러 번 들을 수 있는 곡이 되었다.

 

놀랍게도 자작곡을 부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기준을 낮춰 생각해봐도, 다른 가수의 곡을 뽑아온 이들 중에서도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할 만한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정(自淨)이 쉽지 않다면 해결책은 수질 개선 작업뿐이다. 이를테면, 음악평론가나 전문가의 사전심사를 통해 일정 기준을 통과한 팀들만 버스킹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일면 가혹한 것 같으나, 이미 영국을 포함한 몇몇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그렇다고 시상식이나 경연 프로그램 때처럼 곡의 품질을 까다롭게 점검하자는 건 아니다. 자작곡이 한두 곡이라도 있는 팀에게 우선권을 주자는 이야기다. 그렇게 하게 되면, 현재의 ‘먼저 자리 잡는 사람이 임자’식 엉망진창에서 벗어나 팀들에게 더 공정한 기회배분을 할 수 있다. 아울러 공연자 간 거리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 도미노 블록처럼 위태롭고 빽빽하게 밀집된 버스킹 공연에선 구조상 그 누구도 자신의 음악을 어필할 수 없다. 이래선 공멸(共滅)뿐이다.

 

 

버스킹 소음으로 인근 주민과 상인들 피해

 

물론 누구나 자신의 의사나 신념·감정을 표현하고 남에게 알릴 권리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예술에 있어 표현의 자유만큼 우선시되어야 하는 가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즐거움만큼 타인의 행복도 소중하다는 걸 함께 인지할 때 예술은 예술일 수 있다. 90데시벨을 넘나드는 소음은 주변 상인이나 주민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 음정과 박자조차 맞추지 못하는 보컬, 코드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기타 연주는 저 친구들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이런 경우에도 음악가의 ‘표현의 자유’가 행인의 ‘듣고 싶지 않은 자유’ 위에 군림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자유롭다. 단, 그 자유는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허용된다.” 19세기 존 스튜어트 밀이 했던 말은 여전히 곱씹어보고 되돌아봐야 하는 지침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술은 자유롭다. 거리는 언제라도 ‘에고 트립(ego trip, 자유분방함)’의 장(場)이 될 수 있다. 버스커들은 무엇이라도 표현할 수 있다. 단, 그 모든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한다. 연습은 방음 잘된 독립된 공간에서 하고, 거리공연은 연습을 통해 준비가 다 되었을 때 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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