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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禹 수석 사퇴 빠를수록 좋다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press.com | 승인 2016.08.01(Mon) 08:00:44 | 13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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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1일  밤 10시15분 무렵의 일입니다. 야근 모드이던 편집국이 갑자기 시끄러워졌습니다. 조해수 기자가 동영상 같은 걸 틀고 있었습니다. 

 

“뭔데?” / 뉴스타파가 뭘 터뜨렸다는 겁니다. / 이른바 ‘이건희 동영상’이었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른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우병우 게이트’입니다.

 

이건희 동영상 건(件)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민간인입니다. 공공영역의 문제점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뜻입니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이 글을 쓰는 7월22일 현재 아직 사퇴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주말에 그만둬서 이 잡지가 시중에 배포되는 7월25일 무렵엔 구문(舊聞)이 돼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병우 민정수석


 

 

결론부터 말하면 우병우 수석은 사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우 수석으로서는 의혹만 제기된 상태니 억울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오죽했으면 7월20일 그로서는 이례적으로 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격정적으로 결백을 호소했을까요.

 

현실에선 다소 빛이 바래지만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것도 있습니다. 하물며 그는 기소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는 물러나는 게 좋습니다. 그의 주장대로 결백하다면 검찰수사를 받으면 됩니다. 그러나 현직 민정수석의 신분으로는 곤란합니다. 그것도 ‘역대급 실세’ 소리를 듣는 민정수석입니다.

 

모양새는 이미 우 수석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7월18일 조선일보 보도가 나오자 전 언론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고질적 병폐인 편가르기도 이번에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우병우 건이 각 매체의 취재력을 과시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 탓입니다.

 

7월21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우 수석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가뜩이나 4·13 총선에서 패배해 레임덕에 허덕이는 말기 정권입니다. 비리 의혹은 우 수석 본인에 그치지 않고 부인, 처제 등 주변 인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사돈의 팔촌까지 언급될 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영(令)이 안 선다는 것입니다. 민정수석은 대한민국의 사정(司正)업무를 관할하는 요직입니다. 이런 자리인 민정수석이 각종 의혹의 당사자인 상태에서 어떻게 사정을 지휘할 수 있겠습니까. 그가 버티면 버틸수록 친정인 검찰에도 부담이 됩니다. 최근 잇따른 검찰의 비리에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경 수사권 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여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직제상 민정수석 위로는 대통령실장과 대통령 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 수석은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있어봤자 대통령에게 누(累)가 될 뿐입니다. 정 억울하다면 민간인의 신분으로 돌아가서 수사를 받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최상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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