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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기숙사 현장 소장 왜 자살했을까

국내 굴지의 건설사 현장 소장…공사 기간 6개월 이상 지체돼

배동주 시사저널e.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4(Thu) 08:30:46 | 13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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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8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소재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 공사현장. 덥고 눅눅한 바람이 살에 엉기는 날씨에도 공사장은 분주했다. 2월에서 8월말로 한 차례 연기한 완공 예정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시공업체 대림산업은 기숙사 청소 인력을 30명에서 50명으로 늘렸다. 야간 추가 작업도 예정돼 있었다. 학생들이 9월 입주하는 터라 8월까진 공사를 마쳐야 한다. 공사가 더 늘어지면 내년 초로 입주가 늦어질 수 있어 시공업체로서는 8월까지는 완공을 해야 한다.

 

기숙사 신축현장 책임을 맡은 대림산업 김아무개 소장(53)은 이날 현장 반장들을 한자리에 불렀다. 김 소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서울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건설사 현장 소장에 오른 그는 코앞으로 다가온 완공 예정일을 앞두고 동료들을 격려했다. “오늘도 힘내서 열심히 합시다.” 그리고 그 격려는 곧 유언이 됐다. 7월25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7월18일 오전 11시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 인근 야산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상훈 서대문경찰서 형사과장은 “단순 자살 사건으로 처리하고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했다”며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이화여자대학교 신축 기숙사 공사현장. 7월28일  촬영


완공 지체로 심리적 압박감 느꼈나

 

김 소장이 자살을 택한 이유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완공이 자꾸 지체되면서 김 소장이 공사 책임자로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 소장의 친지는 “평소 그가 기숙사 공사와 관련해 심리적 압박이 극심했다”며 “2월 완공을 맞추지 못한 상황에서 8월 완공도 어려워지자 극단적인 선택을 한 듯하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는 2014년 7월21일 기공식을 갖고 다음 날인 22일 첫 삽을 떴다. 새 기숙사는 3052평 부지에 건물 6개 동으로 지하2층·지상5층짜리 4개 동과 지하4층·지상5층짜리 1개 동, 그리고 지하1층·지상1층 부속동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화여대 신축 기숙사 공사는 그동안 북아현숲 환경파괴 논란으로 여러 차례 중단을 거듭해 왔다. 2014년 11월에는 산림청이 나서서 학교 측에 신축 기숙사 부지가 산지관리법에 어긋난다며 허가를 재검토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기숙사 공사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공사 소음과 비산 먼지로 살 수가 없다며 매일같이 공사장 앞으로 찾아와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현장 인근에서 임대업을 하는 주민들은 상권 파괴로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며 기숙사 신축계획 철회 시위를 벌였다. 공사 지연은 당연했다. 배기응 이대 기숙사 현장 총무는 “공사 민원이 잦은 탓에 공사차량 운행도 교내로 우회해야 했다”며 “이동거리가 늘어나면서 장비 회전율은 떨어졌고 교내 캠퍼스 운행로 경사가 심해 공사차량의 적재용량도 현저히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대형 대림산업 현장 반장은 “나무를 솎아 산지를 정돈하고 언덕을 고르는 작업에만 다른 현장과 비교해 3개월 넘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신축 기숙사 공사는 90% 정도 완료된 상태다. 대림산업은 8월말까지는 어떻게든 완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완공 예정일을 예측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2년여 걸린 공사 결과가 90%라는 말은 완공까지 2개월 넘게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대 신축 기숙사 현장은 공사 지연이 불 보듯 뻔해 회사 내 누구도 가고 싶어 하지 않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소장은 책임감 있는 사람인 데다 남에게 듣기 싫은 소리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며 “완공일은 다가오는데 공사 진행은 더뎌 속앓이가 심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년 우울증이 극단적 선택 불렀나

 

시공사에 공사 지연은 발주처에 지체상여금을 지불해야 함과 동시에 벌점이 부과되는 큰 문제다. 벌점은 이후 수주 입찰 과정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 공사현장 소장은 “공정 임기가 다가오면 현장 소장은 이중 갑질을 당한다”며 “완공 시점을 맞추려면 인력 충원을 감행해야 하는데 본사에서는 인건비 절감을 요구하고 발주처는 계약에 명시된 시기를 지키라며 압박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공 기한이 늘어져 당초 계약과 다른 상황이 발생해 공사 지체에 따라 부과되는 지체상여금 비용 부담이 시공사에 생겼을 것”이라며 “8월말 완공이 이뤄지지 않으면 건물을 6개월 동안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발주처인 대학 측 압박도 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과 9월 학기를 시작하는 대학 학기제의 특성상 2월말과 8월말 기숙사에 학생이 들어오지 못하면 곧장 6개월간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된다. 지난 2월 이화여대가 신축 중인 기숙사 일부에 대한 임시 사용 승인을 받고 450명 학생을 우선 수용한 이유도 건물을 놀리지 않기 위함이다.

 

류창수 이화여대 재무처 시설부처장은 “대림산업이 인원이나 자원을 투입하지 않아 공사를 지연한 것도 아니므로 지체상여금을 요구하진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학생들이 이사를 들어올 시간을 감안해 완공 마지노선을 8월25일로 정했다”며 “그 안에 공사는 충분히 끝낼 수 있는 상황이라 완공일과 관련해 현장 직원에게 압력을 행사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김 소장과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공사를 처음부터 함께해 온 한 동료도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었다. 그는 “산을 깎고 나무를 자르고 지반을 평평하게 다지는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곳이라 공사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현장 어디든 민원에 의한 시공 지연은 발생한다”며 “김 소장이 그런 문제로 쉬이 삶을 놓았을 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사 기한 압박 때문이 아니라 중년 우울증이 김 소장을 극단적 선택으로 이끈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김 소장 유족은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갑작스러운 비보에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으니 상황이 안정되면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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