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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의 음식인류학] “오래 살려면 동양 전통음식을 먹어라”

건강식으로 떠오른 아시아 식단, 각종 성인병 유발하는 서구식의 대안으로 떠올라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5(Fri) 10:59:06 | 139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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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굶고 있다.” 무슨 얘기인지 어리둥절해질지 몰라도, 이것은 꽤 오랫동안 주장돼 오고 있고 현재도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되고 있는 부분이다. 예를 들면 2013년 8월, 요즘 뜨고 있는 화두인 ‘가상현실’을 이용한 보도물 ‘로스앤젤레스에서의 굶주림(Hunger in Los Angeles)’이 발표됐는데,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 언론학부 선임연구원인 노니 델라 페냐가 제작한 이 영상 보고서는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줄 선 사람들, 그중에서 영양실조로 쓰러져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남성의 모습 등을 보여줘 보는 사람을 충격으로 몰아넣는다. 미국 내에 만연한 기아와 영양실조에 대한 뼈아픈 지적 중 하나다.

 


전통 음식 노하우, 서구에선 대부분 파괴 

 

사실 이런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미 반세기 전인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일이다. 1968년부터 1977년까지 미국 의회 상원에 ‘영양과 인간의 요구에 대한 미국 상원 특선위원회’라는 위원회가 특별히 설치되었다. 사우스다코타 출신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이 그 의장을 맡았기 때문에 일명 ‘맥거번 위원회’라고도 불리는 이 위원회는 미국 내에 기아와 영양실조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고조됨에 따라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임무를 띤 것이었다. 

 

1978년 이 위원회는 미국인의 건강을 위해 새로운 영양지침서를 발표한다. 미국식 음식문화가 심장병·암·마비·고혈압·비만·당뇨병·동맥경화 등의 질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발표된 영양지침의 주요 내용은 “지방·콜레스테롤·정제설탕을 더 적게 섭취하고 과일·채소·통곡식 등을 통해 탄수화물과 섬유질을 더 많이 섭취하라”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또한 “동물성 단백질 비중이 높은 전형적 미국식 식단보다는 식물성 식품을 위주로 한 아시아식 식사를 일상으로 하는 사람의 경우 암을 비롯한 성인병 발생률이 현저하게 적었다”고 보고했다. 

 

맥거번 보고서는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1997년 마다비 박사 등은 《음식 항산화물질》이라는 책에서 ‘아시아의 음식, 특히 식물성 음식에는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세포의 손상을 막아주고 손상된 세포를 복구해 준다’고 설명했다. 2000년 조엘 퍼먼 박사는 《살기 위해 먹는다》는 책에서 아시아의 식단이 좋은 이유를 생리학적·식품화학적으로 분석한다. 아시아의 식단은 다양한 식물성 식품을 다량 섭취하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식물성 식품에는 ‘식물성 보호물질(phyto-protectants)’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인체 세포의 손상을 막는다는 것이다. 

 

음식에 관한 상식은 세계적으로 새롭게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를 중시하는 근대적 서구적 식생활보다는 식물성 재료를 다양하게 섭취하는 아시아적 식생활이 건강에 좋으며, 특히 환경오염과 스트레스 등으로 체내 독성 농도가 높아지기 쉬운 현대인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식사법이라는 점이 확인되어 왔다. 과학이 발달한 서구에서 형성되어 온 음식문화는 왜 결과적으로 아시아의 음식에 뒤처지는 현상이 생겼을까?

 

이것은 사실 아시아와 서구라는 공간적 차이의 문제라기보다는 전통과 근대라는 시간적 차이의 문제다. 18세기 산업혁명의 본격적 시작과 함께 서구사회는 이념적으로는 근대주의가 형성되었다. 이는 전통을 부정하고, 과학적으로 계량할 수 있는 것만 신뢰해, 음식에 대해서도 새로운 생각과 실천을 만들어 왔다. 물론 이것은 아시아에도 전파되었지만,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전통적인 부분이 많이 남아 있었다. 맥거번 보고서와 이후의 연구들이 주목한 부분은 ‘아시아의 전통 음식’이었다.

 

인류는 인간으로 진화하기 이전부터 자신의 생명을 받쳐주기 위해 필요한 음식을 환경으로부터 구하는 노하우를 알고 있었다. 이것은 유전자 정보에, 그리고 선대 사람들이 후손에게 남기는 가르침에 담겨져 왔다. 그 지역 생태계 특성에 맞추어 지역별로 형성되어 전승되어 온 이런 정보는 각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력을 키워주는 음식에 대한 오랜 경험과 깨달음을 담은 것이다.

 

일부 연구들에 따르면, 이런 정보의 빅데이터들은 유럽과 북미에서 가장 많이 파괴되고 새로운 내용으로 대치된 반면, 동아시아에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역사학자 중 하나인 아놀드 토인비의 ‘도전과 응전’ 개념으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에 위치한 동아시아는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대륙의 거의 전역에서 불어오는 오염되고 모래먼지가 실린 바람이 불어가는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 살아남은 생명체의 DNA와 기억 속에는 오염을 이기고 살아나갈 수 있는 지혜가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어 있지 않았을까?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중요한 요인

 

음식과 관련해 그 지혜의 요체는 무엇일까? 지난 회에 잠깐 언급되었던 ‘발효음식’도 중요한 지혜 아이템 중 하나다. 동아시아에서는 음식의 발효문화가 풍부하게 발달되어 있다. 미생물이라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공존하는 존재를 이용해 음식 속의 유해성분을 해소하고 유익성분을 강화하는 지혜다. 최근 서구의 연구들이 밝혀낸, 신선한 식물성 식재료를 다량 섭취해야 한다는 점도 동아시아에서 오래 실천되어 온 지혜 중 하나다. 

 

여기에 최근 밝혀진 또 하나의 요인이 있다. 동아시아, 특히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음식을 먹을 때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과학적인 관행인지, 최근 뇌과학 연구성과들이 입증한다. 사람이 ‘감사’의 마음을 가질 때 우리 몸의 면역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독기능과 소화기능도 강화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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