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세수 확보 위한 ‘우회 통로’였다”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8.0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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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 공개…“국민 건강 목적 달성 안 돼”

2500원이었던 담배가 4500원으로 인상된 지 1년7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가 국민건강 정책에 따라 인상한 담뱃값이 결국 세수를 위한 것이었다는 논란이 검증됐다.

정부는 작년 초 담뱃값을 올린 뒤 담배 판매율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어 담뱃값 상승이 금연 효과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담배 판매율은 결국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담뱃값이 오르기 전 대량으로 구매한 담배를 소비하며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일 뿐 담뱃값 인상과 담배 소비 감소는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정부가 주장하는 흡연율 저하 효과는 달성하지 못했다. 담배를 통한 추가 세금만 폭증했을 뿐 국민건강이라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최근 공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2015 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에 따르면 2015년 징수된 담배부담금은 2조4757억원으로 드러났다. 2014년 담배부담금(1조6284억원)에 비해 8473억원이 증가한 수치다. 담배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필요한 재원 확보를 위해 담배 제조자 및 수입 판매자에게 부과하는 담뱃세의 한 항목을 말한다. 정부가 법적으로 관리하는 부담금 중 가장 큰 규모로 국민건강증진지금 대부분이 담배부담금으로 이뤄져 있다. 담배부담금이 늘어난 것은 2014년 정부가 담뱃세를 2000원 올리면서 한 갑에 따른 담배부담금을 354원에서 841원으로 올린 결과다.

그러나 담배부담금을 중심으로 조성된 국민건강증진기금 중 지난해 순수 국가금연지원서비스 사업에 쓰인 액수는 1475억원에 불과했다. 결국 부족한 세수를 담배 소비자의 지갑에서 충당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2015년에 비해 금연정책개발 및 정책지원은 50% 줄어들었고, 학교 흡연예방사업은 25%, 금연치료지원은 36% 줄었다.
 


올해 상반기 담배 세수 사상 최대치 전망


정부는 담뱃값 인상 이후 이 정책이 흡연율 저하에 효과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해 9월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윤호중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담뱃세 인상이 금연목적이라며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 담뱃값 인상이 서민 증세 목적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담뱃세 인상 이후 담배 소비량은 25% 내외 정도 연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 이상도 금연효과로는 대단히 큰 정책”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 지난해 만 19세 이상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39.3%로 전년의 43.1%보다 3.8%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흡연율은 다시 40%로 대로 올라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상반기 담배 세수는 더욱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7월24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보니 올해 상반기 담배 반출량은 17억9000만갑으로 지난해 13억1000만갑에 비해 36.6% 증가했다. 그럼에도 2016년 금연사업 예산은 2015년 1475억원보다 160억원이 줄어든 1315억원이 책정됐다.

담뱃값 인상이 논란이 됐던 당시인 2014년 6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정부가 제시한 4500원은 세수 확보를 위한 최대치’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결국 4500원이라는 담뱃값이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정부의 세수 확보를 위한 우회 통로였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담뱃세 재조정 주장이 여당 내에서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7월27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담뱃세를 인상하는 기본적인 목표는 흡연자의 수를 줄여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만약 정부가 의도한대로 담뱃세 인상이 흡연자의 수를 줄인다고 하면 담뱃세로 생긴 정부의 세입이 줄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증세를 안 하기 어려우니 국민건강을 담보로 담뱃세를 인상한 것이다. 세입의 증대가 목적이었다는 것을 시인해야 한다”며 정부가 ‘꼼수 증세’를 인정하고 담뱃값을 인하할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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