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견공문화, 모란시장 ‘개장수’들은 속상하다
  • 이성진 인턴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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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일 오후1시 경기도 성남시 모란시장. 섭씨 33도의 열기를 그대로 내뿜는 뜨거운 아스팔트 길가를 따라 걷다보니 ‘건강원’ ‘흑염소’를 간판으로 내건 가게들이 보였다. 5일장으로 운영되는 모란시장. 이 날은 장이 서는 날이 아니었다. 그래도 모란시장 건강원 상점은 문을 열었다. 

 

그중 한 가게 앞에 낡고 오래돼 보이는 붉은색 우리가 줄지어 설치돼 있었다. 커다란 우리 안에는 각각 흑염소, 닭 그리고 개들이 갇혀 있었다. 더운 날씨 탓인지 활력 없이 축 늘어진 모습이었다.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길가엔 더위를 쫓기 위해 길가에 물을 뿌리거나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긴 듯한 상인들 뿐이었다. 20년 넘게 이곳 모란시장에서 ‘개’ 장사를 해왔다는 A씨는 “과거엔 점심밥 먹을 겨를도 없이 손님이 많았지만, 요즘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안 그래도 장사가 되지 않아 속상한 판에 일부 주민들의 민원에 위생 점검 나온 공무원들을 보면 ‘오늘 장사 다 했구나’ 싶다. 때때로 찾아오는 동물보호단체의 집회도 모란시장에서 영업하는 상인입장에선 안 되는 장사를 더 안 되게 하는 행동일 뿐이다. 상인 A씨는 “며칠 전 시장 입구에서 애견보호단체가 우산을 펴고 집회를 여는 바람에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했다. 

 


여전한 논쟁거리…‘개고기’ 문화

 

한국의 식(食)문화 중 하나인 ‘식용 개고기’를 둘러싼 논쟁은 그 역사도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지난달 이탈리아의 한 의원은 “한국인들이 개고기 식용을 중단하지 않을시 유럽차원에서 평창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영국에선 ‘한국 정부 개고기 거래 금지 촉구’ 청원에 10만 명 이상의 시민이 서명해 의회논의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LA총영사관 앞에선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기까지 했다. 

 

사실 ‘개’ 장수들도 ‘개고기 식용 반대’ 목소리에 지친지 오래였다. 개고기의 식용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도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만 개고기를 판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규탄’의 대상이 돼는 것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모란시장에서 건강원을 운영하는 상인 B씨는 “(개고기를)먹지 말라고 사람들이 안 먹는 것도 아니고, 대책도 없이 무작정 반대부터 외쳐봐야 달라질 것이 없다”고 말한다. B씨는 ‘찾는’ 사람이 있어서 개고기를 팔 뿐이라며 개고기를 먹는 것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개장수에게만 오롯이 돌리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개고기 상인들은 전업하라’는 말은 이해를 못 하겠다”며 반대로 우리가 집회 참여자들에게 전업하라 말하면 그들은 이에 동의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옛날부터 배운 게 이 일이다. 우리도 엄연히 세금을 내고, 정당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건데 왜 우리를 모든 잘못의 근원으로 삼느냐.” 

 

동물보호단체가 개고기 판매를 반대하는 주요 근거는 식용견 산업화에 따른 비도덕성이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의 자연적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장식 축산 환경과 이에 따른 전염병 확산의 위험성’과 ‘도살과정의 야만성’ 등을 문제로 지적한다. 하지만 건강원 상인들은 시대에 따라 자신들도 변화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최근엔 식용견들을 전기충격을 통해 안락사 시킨다. 

 

김용북 모란가축상인회 회장은 도살문제 뿐만 아니라 “오물과 폐수 등 위생문제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식용견을 공급하는 곳이 전국에 만여 곳이 넘는다”며 “이 문제를 모란시장이란 도매업체만 가지고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양해진 먹거리로 개고기 수요 감소 추세

 

개고기 판매량 자체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동물보호단체의 꾸준한 반대 캠페인의 효과도 있지만 사회 내 세대교체로 인해 자연스럽게 개고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과거와 다르게 다양해진 먹거리도 매출에 영향을 끼쳤다. 과거엔 개, 소, 닭 음식으로만 건강을 챙겼지만 이젠 다양한 보양식 문화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개고기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개고기’가 식용으로 존재하는 한 이 문제는 이어질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극명하게 갈리는 개고기 식용 찬반문제의 타협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가치충돌의 문제”라며 “양측 모두 서로가 내세우는 주장의 배경을 이해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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