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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사원증 꺼내기가 부담스럽다”

창업자 비리 구설·여성단체 시위·서든어텍2 실패로 ‘사면초가’

원태영 시사저널e 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08(Mon) 08:43:24 | 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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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사원 김소영(27·가명)씨는 얼마 전부터 퇴근하면서 목에 걸던 넥슨 사원증을 가방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김씨는 “한때 사원증을 자랑스럽게 매고 다녔던 적도 있었다”며 “최근 연이어 터진 구설수 탓에 사원증을 매고 밖에 나가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빠졌다. 넥슨은 그동안 게임업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 지난해 매출 1조8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위기는 예상치 않고 곳에서 한꺼번에 터졌다. 창업주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일선에서 물러났다. 넥슨코리아 판교 본사 앞이 여성 단체 시위자로 시끌시끌한가 싶더니 술 취한 운전자가 차로 사옥을 들이받기도 했다. 

'넥슨 신화'로 유명한 김정주 창업주가 최근 진경준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주목된다.


넥슨 신화는 이제 옛날 얘기

최대 야심작은 갖가지 구설수에 올라 실패작으로 전락했다. 넥슨은 지난달 19일 자사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의 여성 성우 한 명을 교체했다. 해당 성우가 ‘남성 혐오 사이트’로 알려진 메갈리아를 후원하기 위해 판매된 티셔츠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게 알려졌다. 남성 이용자를 중심으로 게임 유저들이 SNS를 보고 넥슨에 항의했고, 넥슨은 이에 성우를 교체한 것이다. 그러자 메갈리아를 비롯한 여성단체 회원 100여 명은 7월22일과 25일 넥슨코리아 판교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24일에는 중국 국적 이모씨(33세)가 만취한 상태로, SM3 승용차를 몰고 넥슨코리아 사옥으로 돌진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넥슨 온라인 게임에 빠져 제대로 생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넥슨 관계자는 “연달아 악재가 터져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며 “올 한 해는 넥슨에 최악의 해로 기록될 듯하다”고 말했다.

넥슨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넥슨은 인기 1인칭슈팅(FPS) 게임 ‘서든어택’의 후속작 ‘서든어택2’를 7월 출시했다. 서든어택은 106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 동시접속자 35만 명 기록 등 FPS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게임이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대부분 서든어택2를 꼽았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서든어택2는 출시하자마자 게임성과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유저들은 서든어택2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여성단체들과 일부 언론은 여성 캐릭터의 헐벗은 모습에 대해 강한 질책을 가했다. 넥슨은 결국 여성 캐릭터 삭제라는 초강수까지 두게 된다. 하지만 이미 여론은 등을 돌린 상태였다. 서든어택2의 PC방 점유율은 날이 갈수록 떨어져만 갔다. 이에 넥슨은 지난 7월29일 서든어택2 종료를 선언하게 된다. 출시 23일 만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서든어택2의 실패로 인해, 당장 넥슨의 매출 실적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서든어택2를 비롯해 넥슨이 내놓은 신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면서 넥슨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넥슨은 서든어택2 출시 이전, ‘클로저스’ ‘아르피엘’ ‘메이플스토리2’ ‘트리오브세이비어’ 등 다양한 PC 온라인 신작 게임을 출시했다. 흥행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한 게임은 전무하다. 넥슨 매출 대부분은 출시한 지 5년 이상 지난 게임들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성장 동력이라 부를 만한 게임이 없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넥슨도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성공이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전체 매출의 70%는 여전히 PC 온라인게임에서 나오고 있다. 넥슨으로서는 PC 온라인게임 차기작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김정주 회장이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수사의 표적이 됐다. 넥슨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진경준 검사장에게 뇌물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한 것이 드러나면서 최우량 벤처기업에서 비리 기업으로 손가락질 받는 신세가 된 것이다. 

진경준 검사장은 2005년 넥슨으로부터 4억2500만원을 빌려 넥슨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매입했다. 2006년 10여억원에 비상장 넥슨 주식을 넥슨에 되팔았고 이 중 8억5000여만원으로 넥슨재팬 주식을 취득했다. 진 검사장은 넥슨재팬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해 주가가 크게 오르자 지난해 주식을 처분해 12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렸다. 검찰은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무상으로 4억원가량을 빌려줬다고 밝혔다. 진 검사장은 이외에도 넥슨 측으로부터 11차례에 걸쳐 여행경비 5000여만원을 받았고, 2008~09년 넥슨이 무상으로 제공한 제네시스 차량을 통해 2000여만원의 이익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 넥슨은 이후 차량 인수 비용 3000만원도 제공했다.

7월13일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회장이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김정주 창업주 검찰 기소로 게임업계도 충격

검찰은 7월29일 김정주 대표를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 대표는 이날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사과문에서 “사적 관계 속에서 공적인 최소한의 룰을 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법의 판단과 별개로, 평생 이번 잘못을 지고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넥슨 일본법인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게임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게임업계는 기존 재벌기업이 해 오던 ‘정경유착’과는 거리가 먼 산업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개발자 김영민(29·가명)씨는 “넥슨 사태를 바라보면서, 결국 게임도 성공하려면 권력에 빌붙어야만 한다는 사실에 씁쓸했다”며 “지금까지 넥슨의 성공신화가 전부 허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창업주 비리, 메갈리아 시위, 기대작 실패 등으로 인해 넥슨 직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악재들로 인해 넥슨을 떠나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경기 불황 등으로 이직할 곳이 마땅치 않아 버티고 있지만 마음은 떠난 상태”라고 말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국장은 “서든어택2는 선정성 논란뿐만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으로 유저들의 비난을 강하게 받았다. 서든어택2야말로 국내 게임이 가지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게임”이라며 “이번 서든어택2 종료에 창업자 비리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국장은 “다른 게임업체들이 넥슨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투명한 경영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다만 이번 넥슨 사태가 게임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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