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日 ‘단카이세대’,사회 부적응 늘어나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8.09 13:50
  • 호수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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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생활 선호하는 한국 베이비붐 세대…노후파산 가능성 훨씬 커

올 초 서점가에는 《노후파산》 《2020 하류노인이 온다》 등 노후빈곤과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나같이 일본에서 출간된 것을 번역한 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며, 20년 넘게 저금리 공포가 사회 전반을 휩쓸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등 인구구조, 사회계층 변화 등에 있어서 우리와 닮은 구석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일본은 우리 보건복지정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기 충분하다. 

 

그러나 최근 일본 사회가 걱정하는 것은 일본의 전후(戰後) 세대인 ‘단카이(團塊)세대’다. 일본 총무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단카이세대는 약 680만 명으로 일본 전체 인구의 5.4%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학계에서는 단카이세대 노후가 우리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러한 분석이 가능한 데는 이들이 가진 금융자산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KB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단카이세대는 세대당 평균 2147만 엔을 보유하고 있다. 금융자산 보유 포트폴리오를 보면, 예·적금이 61.6%, 보험이 22.7%, 주식이 14.9%다. 일본 해외투자의 대명사인 ‘엔캐리트레이드’ 뒤에 있는 전주(錢主)가 바로 단카이세대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유가증권 등에 투자하는 경향이 늘긴 했지만, 단카이세대에 있어서 예·적금 비중은 가장 높다. 급전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하다. 전체 자산의 82%가 부동산인 우리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그 배경에는 심리적인 불안이 가장 크다. 세계 경기 불황에 일본의 장기불황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숨죽여왔던 단카이세대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2009년 12월 ‘닛케이비즈니스’가 커버스토리로 단카이몬스터(團塊モンスタ-)를 다룬 것이 좋은 예다. 최근 단카이세대는 갈수록 사회 부적응 집단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 일본 주요 매체들은 최근 ‘단카이세대가 노인파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자산구조상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소득도 늘지 않는 대신 소비도 줄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금융자산이 많은 일본의 단카이세대도 오래 지속된 경기 침체로 노후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단카이세대, 노후불안 한계 드러내

 

일본이 이 정도인데, 우리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일본보다 우리 사정이 훨씬 심각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는 “평균적인 일본 노인은 부자그룹이다. 1700조 엔에 달하는 가계자산(금융) 중 최소 60%가 고령자 소유다. 또 공적 연금도 탄탄하다. 결국 3만~4만 엔의 부족분으로 노후빈곤을 걱정하는데 이는 한국의 노인이나 베이비붐 세대 입장에서 보면 부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아파트 위주의 주거생활 구조에서 노후불안 이유를 찾는 경우도 있다. 남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가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어 노후에 소득이 줄더라도 매달 아파트 관리비를 내야 한다”면서 “대부분 단독생활을 하고 있는 일본 단카이세대보다 고정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은 우리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불안 요인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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