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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잡으려던 검찰 이번에도 미궁 속으로

검찰, 박지원 위원장 명예훼손 기소…핵심 증인 발언 뒤집으면서 난감한 상황

박혁진 기자 ㅣ phj@sisapress.com | 승인 2016.08.09(Tue) 18:00:42 | 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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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 내 모든 결정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분이었고, 위 내용은 곧 당의 결정이 돼 간사인 피고인에게 지시됐습니다.”


“피고인(박지원 의원)이 지시했다는 소리가 아니고, 이것을 종합적으로 당에서 결정해서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하면 좋겠다’ 해서 야당 의원들과 같이한 것입니다.”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이 한 사건에 대해 각각 다른 법정에서 한 이야기다. 앞의 것은 우 전 의원이 2013년 10월14일 자신의 명예훼손 재판과 관련해 수원지방법원에 낸 진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의 일부다. 뒤의 발언은 2016년 4월2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명예훼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우 전 의원이 했던 것이다. 발언의 핵심을 따져보면 앞의 진술은 박 위원장이 지시를 했다는 것이고, 뒤의 증언은 박 위원장의 지시가 없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고 있다. 앞의 발언이 시기적으로 먼저라고 보면, 뒤의 내용은 이를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이 발언 때문에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검찰은 2003년 대북송금 사건 이후 현재까지 박지원 위원장을 총 다섯 차례 기소했으나 결과적으로 한 번도 재판에서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검찰과 박 위원장의 관계를 ‘악연’으로 표현할 정도였다. 검찰은 이번만큼은 승소를 자신했는데 우 전 의원이 사실상 말을 바꾸면서 다시 한 번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박지원 의원


우 前 의원 라디오 발언으로 피소당해

 

‘박 의원의 지시’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명예훼손 사건은 우 전 의원이 2011년 7월 저축은행 사태 당시 했던 발언에서 비롯됐다. 당시 민주당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간사였던 우 전 의원은 ‘신삼길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이 에너지개발업체 이영수 KMDC 전 회장을 통해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고위 관계자에게 24억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라디오 방송에서 했다. 당시 우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이영수라는 분이 2000년에도 한나라당 중앙청년위 지도위원장을 지냈고 2002년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청년위원장이었다. (중략)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인데 이분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로비자금 24억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전 회장이 즉각 우 전 의원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라디오에 출연해서 한 발언은 면책특권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우 전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출처 내지 증거를 대야 했다. 결국 우 전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발언의 객관적 증거를 입증하지 못하고 기소됐다. 그러자 이 전 회장을 개인적으로 찾아가 선처를 호소하며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지원 의원의 지시에 의해 그런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회장은 우 전 의원과 동석했던 정치권 관계자 및 지인 등의 중재로  고소를 취하하고, 대신 박 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미 기소되어 재판을 받던 우 전 의원은 이후 재판부에다 박 위원장의 지시에 의해 한 발언이라는 내용이 담긴 진술서를 제출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진술서에 우 전 의원은 다음과 같이 적었다. 

 

“2011월 7월 초순경 박지원 의원은 피고인의 국회 의원회관 541호 사무실을 친히 방문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정보가 많기로 소문난 박지원 의원은 피고인의 사무실에서 특유의 깨알같이 내용이 적혀 있는 검은 수첩을 꺼내들고 그 수첩을 보면서 ‘신삼길 회장이 2007년 대선 당시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끌던 이 회장을 통해 24억원을 홍 전 대표에게 전달해 2010년,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사용했다는 제보를 받았는데 파헤쳐보라’고 말을 했습니다. 당시 박지원 의원은 민주당 내 모든 결정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분이고 위 내용은 곧 당의 결정이 돼 간사인 피고인에게 지시됐습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에게 20차례 소환통보를 했다. 박 위원장이 소환에 응하지 않자 곧바로 기소했고, 이 진술서는 검찰이 박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하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다. 박지원 위원장이 이에 “검찰이 나를 잡으려고 별걸 다 가지고 기소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2015년 12월14일 열린 첫 공판에 참석해 “자신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지목된 시점에 자신이 원내대표가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는 이 전 회장도 참석해 직접 박 의원에게 사실관계를 따져 묻는 등 공방이 벌어졌다. 

 


우 前 의원 진술서 토대로 박 위원장 기소

 

재판부는 1월11일 열린 2차 공판에서 우제창 전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우 전 의원이 불참하자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결국 우 전 의원은 4월25일 열린 3차 공판에는 증인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우 전 의원은 자신의 명예훼손 사건 때 제출했던 진술서를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의 진술을 이날 공판에서 했다. 이날 증인신문조서에 기록된 우 전 의원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박지원 의원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라는 말씀은 하셨고, ‘이것에 대해서 이런 제보가 있다. 이런 의혹이 있다’ 그런 취지는 들었던 것 같습니다. (중략) 제가 재선 국회의원이고 지역 국회의원인데, 명령을 받을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이에 검사는 “증인(우 전 의원)은 증인에 대한 명예훼손 재판 중에 위와 같이 피고인(박지원 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발언을 하게 됐다는 취지의 이와 같은 진술서를 제출한 바 있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우 전 의원은 “지시라는 표현이 없다”고 되받아쳤다. 우 전 의원은 이날 공판 내내 ‘박 위원장의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 자료의 핵심 내용들이 이날 공판에서 뒤집히면서 검찰 역시 난감한 상황에 빠져들었다. 물론 재판부가 진술서의 증거 능력을 인정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박 위원장이 20차례에 걸친 출석통보에도 불응했고, 우 전 의원의 진술이 워낙 명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번만큼은 승소를 자신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제2 야당의 수장이 됐고, 이후 재판 역시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상황은 묘하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검찰과 박 위원장의 질긴 악연은 2003년 현대 비자금 의혹사건을 시작으로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금품수수 혐의를 포함해 검찰이 박 비대위원장을 기소한 것은 총 4차례. 모두 법원에서 무죄가 나왔다. 검찰은 다섯 번째 승부에서만큼은 승리를 확신했으나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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