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과 호남의 ‘기묘한 동거’를 선택한 새누리당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8.0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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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신임 당 대표로 이정현 의원이 뽑혔다. 이 신임 대표가 당선되면서 새누리당은 호남에 둥지를 튼 ‘친박계’ 당 대표를 갖게 됐다. 이 신임 대표는 이날 총 유효득표 7만6116표 중 4만4421표를 획득, 2위인 주호영 후보를 1만2000여 표 차이로 제치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이날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시작 전부터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저마다 세를 과시했다. 이주영, 주호영 후보의 경우 지지자들의 수가 다른 후보들보다 눈에 띄게 많았다. 이들은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현장 투표 분위기를 달궜다. 

열기는 뜨거웠지만 참여는 저조했다. 이날 전당대회에는 전국에 있는 새누리당 대의원 9132명 중 5720명만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현장투표 대상자의 62.6%만이 참석한 셈이다. 본선 흥행에도 실패한 모습이었다. 체육관 2층과 3층 관람석에도 빈 자리가 상당히 많이 보였다. 

현장투표 참여가 저조하자 비박계 단일후보로 나선 주호영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 주호영 후보 지지자는 “조금 더 많이 참여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며 참여율이 저조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 같은 우려는 적중했다. 주 후보는 이 신임 대표와 상당한 격차로 패배했다. 

새누리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정현 당 대표 후보가 8월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되면 내년에 반드시 대선 승리를 가져오겠다”며 “일하고 싶습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이 신임 대표의 당선은 보수 정당에서 탄생한 첫 호남 출신 대표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전남 순천에서 19대에 이어 20대에도 국회의원에 당선되며 지역주의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에 당 대표까지 당선되면서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로 대표되는 새누리당의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친박계’이자 최근 불거진 여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사라는 점에서 새누리당 내 갈등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특히 그는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하던 중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현대판 보도지침’을 내린 장본인으로 비난을 받았다. 당시 이 신임 대표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이에 있었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같은 친박계 안에서도 이 후보를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같은 친박계 인사라 해도 ‘이정현은 별로’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친박계가 당권은 가져갔지만 결국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해졌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새누리당 내 한 의원은 “친박계가 당권은 어찌어찌 지켜냈지만 대권은 힘들 것이다. 당장 당내 유력한 대권 주자들이 모두 비박계인데, 당권을 쥔 친박계 및 청와대가 그들을 대권주자로 밀어주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제 모든 공은 신임 당 대표에게 넘어갔다. 이 신임 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지금 이 순간부터 친박, 비박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다. 당연히 지역주의도 없다”고 못박았다. 과연 ‘말 많고 탈 많았던’ 신임 당 대표가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새누리당 내의 계파 갈등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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