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세무조사, 오너 2세의 편법 승계 조사 목적?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8.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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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지주사 팔도, 국세청 세무조사 받아···회사 측 “정기 세무조사에 해당”

국세청이 한국야쿠르트의 지주회사인 팔도를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은 지난 6월, 팔도 본사가 위치한 서울 잠원동에 조사 인력을 보냈다. 현재는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세금 추징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야쿠르트 측은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의 정기 세무조사 기간이 보통 4~5년이다. 한국야쿠르트는 2011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정기 세무조사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6월부터 2개월간 세무조사가 진행된 만큼 조사는 거의 마무리됐다. 아직까지 혐의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윤덕병 회장의 장남인 윤호중 전무와 이번 세무조사를 연결 지어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팔도의 전신은 삼영시스템이란 플라스틱 용기 납품업체였다. 윤 전무가 이 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오너 2세의 개인 회사였던 만큼 매출 대부분이 한국야쿠르트와 비락 등 특수 관계회사에 의존하고 있었다. 한때 삼영시스템의 내부거래 비중은 97%에 육박했다. 

 


윤덕병 회장 외아들 윤호중 전무가 100% 지분 보유

 

윤덕병 회장은 2012년 한국야쿠르트 계열사였던 팔도를 삼영시스템과 합병시킨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에서 라면과 음료 사업을 담당하는 회사였다. ‘왕뚜껑’과 ‘도시락’, ‘비락식혜’ 같은 제품이 유명하다. 

 

문제는 윤 회장이 두 회사의 합병을 앞두고 팔도를 한국야쿠르트에서 계열 분리시켰다는 점이다. 당시 팔도의 주가는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고공행진 중이었다. 대형 마트나 슈퍼마켓에는 ‘꼬꼬면 열풍’이 불었다. 팔도는 잇달아 생산 라인을 증설했다. 결과적으로 하얀 국물 라면의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생산 라인을 증설했던 팔도 역시 부메랑을 맞았다. 팔도는 합병 첫해인 2012년에만 25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189억원의 영업손실과 3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합병 당시 상황은 달랐다. 잘나가던 회사를 떼어내 오너 2세의 개인 회사와 합병시켰다는 점에서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2011년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는 일본의 야쿠르트혼샤(38.3%)였다. 윤호중 전무와 팔도, 비락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58%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기업이었다. 

 

윤 회장은 2011년 말 라면 및 음료사업부를 삼영시스템에 매각한다. 이후 삼영시스템은 팔도로 사명을 바꾸었다. 이로써 윤 전무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40.83%)로 올라섰다. 윤 전무는 팔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야쿠르트그룹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최근 국세청이 팔도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오너 2세에 대한 편법 승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세무조사 주체가 국제거래조사국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거래조사국은 보통 역외탈세 등이 의심될 때 투입되는 부서다. 해외 기업과 거래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나올 때 국제거래조사국이 조사를 한다. 

팔도는 1986년부터 컵라면인 ‘도시락’을 해외에 수출해 왔다. 현재는 30여 개 국에 ‘도시락’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판매량이 40억 개를 돌파했다. 국내 ‘도시락’ 누적판매량(5억5000만 개)의 7배 이상으로, 판매 금액은 14억3000만 달러(5억5000만 개)에 달한다. 

 

 

세무조사 주체가 역외 탈세 전담하는 국제거래조사국 왜? 

 

팔도의 ‘도시락’은 특히 러시아에서 용기면 시장의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도시락’은 최근 러시아 국가 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제품상’에 라면업계 최초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러시아 법인과의 거래 과정에서 이전가격(transfer price) 조작이 있었는지를 국세청이 살필 가능성도 있다. 

 

이전가격 조정은 통상적으로 다국적 기업이 쓰는 법인세 절감 방법이다. 국내 법인이 해외 계열사에 재화나 서비스를 수출할 때 통상적인 시장 가격이 있다. 이 시장 가격을 조작해 저세율(低稅率) 국가나 본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를 가리킨다. 국제거래조사국이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한 탈세 정황이 나타났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은 지난해부터 역외소득과 재산에 대해 자진신고 하도록 유도했다. 탈세 혐의가 있으면서도 당시 신고를 하지 않은 법인들을 상대로 최근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팔도 역시 이 법인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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