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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메카, MIT를 가다]④ 박혜원 연구원 “개인 맞춤형 로봇 개발 꿈꾼다”

딥퍼스널라이제이션 추구… 어린이 언어 학습·사회성 교육 용 소셜로봇 개발 중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ㅣ lee@sisajournal-e.com | 승인 2016.08.22(Mon) 16: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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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원 연구원이 15일 연구실에서 개발중인 로봇들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매사추세츠 캠브리지 = 이철현 기자

 

박혜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앳된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구실을 찾은 기자를 맞이했다. 큰 눈에 환한 미소 때문인지 그는 미디어연구소가 개발한 소셜 로봇 태가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미디어연구소 개인로봇연구그룹 소속이다. 세계 최고 연구 기관에서 최첨단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보다 겸손함이 그의 말과 태도에 배어 있었다.

박혜원 연구원은 어린이와 소통하면서 학습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어린이가 로봇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로봇은 아이로부터 사회적 상호작용을, 아이는 로봇으로부터 언어와 호기심, 사고방식 등을 배우게 하는 것이 연구 목표다. 특히 자폐증처럼 정서 장애를 가진 어린이가 로봇과 소통하면서 사회적 기술을 배우는 것을 돕는 소셜로봇을 만들고자 한다. 박 연구원은 어린이가 모바일 게임 앵그리버드를 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를 보면서 게임하는 법을 배우는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2006년 포스텍 전기전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을 떠나 조지아텍에서 전기전자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MIT 미디어연구소에 합류한 것은 2015년이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소셜로봇의 상호작용 연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셜로봇 연구 최고를 자랑하는 MiT 미디어연구소에 합류하게 됐다.

그는 신시아 브리질 MIT 교수 지도 아래 인간과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감성 로봇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또 인지 장애가있는 아이들도 접근 가능한 교육 컨텐츠와 로봇 도우미를 개발하는 자이로보틱스의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박혜원 연구원은 2004년과 2005년 삼성전자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무선전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인간과 로봇간 상호작용를 활성화하는 방법과 시스템 등 미국 특허권 3건을 갖고 있다.

15일 MIT 미디어연구소 4층 개인로봇연구그룹 내 연구실에서 박혜원 연구원을 만났다.

국내외 명문 공대는 모두 졸업했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박사후 과정을 밟는 다른 연구원처럼 연구실적을 쌓아서 미국에서 대학교수직을 얻고자 한다. 당분간 한국으로 들어가는 것은 생각지 않는다. 남편이 미국에서 일하고 있어 이곳에서 직장을 구하고 싶다.

한국 대기업들이 얼마전 미국 동부를 돌며 명문대 재학생이나 대학원생을 스카우트하려 했으나 대다수가 거절했다고 하던데.

한국에 들어가고 싶은 연구원이 제법 있다. 연구원들이 이곳에 남고자 한다면 주로 가족과 연구 펀딩 때문일 거다. 한국 기업의 연구비 지원이나 프로젝트 성공 검토조건이 까다롭다고 알고 있다. 연구 특성이나 분야와 상관없이 정량화된 기준을 일률적으로 갖다 대는 경향이 있어 꺼려진다.

소셜로봇 연구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로봇을 만들고 싶어 공대에 진학했다. 처음엔 골격 만들고 모터와 센서 등 전자 장치를 탑재하면서 로봇에 입문했다. 포항공대 졸업 과제로 두발로 걷는 로봇을 만들기도 했다. 공상과학(SF) 만화에 나오는 로봇은 인간이 조종한다. 이른바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로봇이다. 이와 달리 나는 철완 아톰이나 스타워스 캐릭터 R2D2와 C3PO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에 관심을 가졌다. 사람의 공간에 들어와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가정부든 비서든 기능과 상관없이 사회적 기준에 맞춰 인지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로봇을 개발하고자 한다.

MIT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와 협업은 없나?

인공지능 연구 분야는 아주 넓고 다양하다. 소셜 인공지능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소셜로봇에 인공지능을 얻는 특화된 분야다보니 인공지능연구소와 교류는 많지 않다. 하지만 우리한테 전문성이 부족한 분야인 심리학, 인지과학, 교육학 등 전문가들과 활발히 협업하고 있다. 

마음이나 감정도 추론이나 논리적 사고처럼 인공지능이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건가? 크리스토퍼 코흐 앨런뇌과학연구소장은 로봇은 마음이나 감정이 없는 냉혹한 이성체라고 하던데 박혜원 연구원이 개발하는 인공지능 로봇은 마음이나 가정을 갖는 건가?

로봇이 인간 감정을 인식할 수는 있으나 아직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

박혜원 연구원이 개발중인 위험물 제거용 로봇 매덕스 사양과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철현 기자

인간 논리나 합리적 사고가 두뇌의 물리적 화학적 반응이라고 한다면 인간 감정도 마찬가 아닌가. 따라서 이성적 사고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면 감정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동의한다. 그리스 철학자 스토익은 ‘감정은 이성의 방해물’이라고 주장했다. 아직도 일부 인공지능 연구원도 그렇게 생각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미 18세부터 감정의 존재 이유가 이성적 사고를 도와 결정을 내리고 나아가 생존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평가이론이 지배적이다. 우리는 그 생각에 기초해 로봇의 이성적 사고와 감성 지능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실에 권총 강도가 들어왔다고 가정하자. 감정은 우리 몸의 신경세포를 총동원해 그 사건에 집중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렇게 수집한 정보들에 기초해 행동을 취한다. 인공지능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빈 민스키는 인공지능이 진정한 지능이 되려면 감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로봇이 감정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듯하다. 지금은 로봇은 자기 행동이 인간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고 인간으로 하여금 특정 감정을 느끼도록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학습할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소셜로봇 연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랑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 인간 삶 속에 들어와 인간과 상호작용하고 사회적 자극에 반응하는 로봇은 언제가 나타난다. 이 로봇은 사회적 요구나 양식에 맞는 행위 양식을 학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봇이 물건을 집는 단순한 행동을 하더라도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물건을 집겠다는 신호를 자연스럽게 보내 사람이 놀라거나 불쾌하게 생각하게 하지 않는 행동 양식 등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이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

아이의 초기 언어 학습과 사회성 습득에 로봇이 인간 교사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는가?

피어 모델링(peer modeling)을 연구하고 있다. 아이가 로봇을 친구로 여기며 상호작용하는 모델을 통해 언어능력을 학습하고 호기심·마인드셋(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다. 로봇이 인간 교사를 대체할 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아이와 로봇 간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 생각한다. 

어린이 학습용 로봇을 개발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 듯한데?

아직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문장 구조가 정확하지 않고 스토리텔링이 떨어지다 보니 로봇이 어린이 말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에 더 자연어에 가까운 대화를 처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클라우드 소싱 방식으로 로봇을 훈련시키고 있다. 로봇 언어인식 행위를 클라우드에 올려 일반인들이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방식이다. 로봇은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에 기초해 학습 모델을 정교하게 만든다. 4~6살 어린이와 함께 하는 작업이다 보니 아동심리학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상업화 생각은 없나?

 

항상 있다. 대학원생 시절 시작한 스타트업도 있다. 창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브리질 교수와 상의할 것이다. 브리질 교수도 지보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이 스타트업 창업을 제안하면 받아들이겠나?

투자 조건이 문제다. 해당 기업이 연구개발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다면 좋다. 소셜로봇 분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직 초창기다.

미취학 아동에 대한 언어학습과 태도 교육에 쓰이는 로봇을 상업화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나?

연구에만 최소 3년 걸린다. 지금 당장 플랫품은 개발할 수 있다. 플랫폼에 인공지능을 심는 일이 관건이다. 또 고객 요구나 특성에 맞게 집어 넣어야할 사양을 선택하고 연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기업 투자나 지원 현황은 어떠한가?

최근 중국 기업들이 미디어연구소에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다. 화웨이는 교육용 로봇에 관심을 갖고 우리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 그룹도 얼마전 계약서를 작성했다. 액수를 밝히긴 어렵다. 100억원 미만이다. 방금 하웨이 연구개발 담당 최고경영자를 만나고 오는 길이다. 학교는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고 연구하는 곳이지 제품 개발을 돕는 곳이라는 아니라는 점을 기업이 이해하고 지원했으면 한다. 화웨이와는 그런 점이 잘 통한 듯하다. 시장에 맞는 제품을 연구하는 것은 회사 몫이다.

미디어연구소는 산학협력의 좋은 사례다. 후원 기업들은 미디어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열람하고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상업화하려면 라이센스 요금을 따로 내야 한다. 삼성전자도 오래전부터 미디어연구소를 후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회원이라 자사 연구원을 파견할 수 있다. 삼성전자 연구원은 개인로봇연구그룹에서 연구하고 있다.

개인로봇연구그룹을 이끄는 브리질 교수와 관계는 어떤가?


브리질 교수는 소셜로봇 선구자다. 그는 내 모델이기도 하다. 소셜로봇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브리질 교수 논문부터 읽으면서 시작한다. 브리질 교수는 소셜로봇의 여러 분야를 섭렵했다. 에너지 넘치는 분이다.

지금까지 소셜로봇 연구에서 박혜원 박사가 거둔 가장 큰 성취는 무엇이라 보는가?

로봇의 신체가 인간에게 영향력을 미친다는 근거를 모았다. 지금까지 로봇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쳤다. 난 아이가 로봇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로봇이 성장한다는 것을 알았다. 아이가 시범을 보이면 로봇이 그것을 보고 배운다. 시범이 실패해도 상관없다. 이 과정에서 로봇의 신체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는 것을 파악했다.

로봇의 개인화가 중요하다. 인간에게 맞게 상호작용하는 맞춤형 로봇이 나와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은 약한(weak) 인공지능이다. 난 딥퍼스널라이제션(deep personalization)을 추구한다. 딥러닝은 수많은 사람들 데이터를 모아서 만든 것이라면 딥퍼스널라이제이션은 한 사람과 오랫동안 상호작용하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많이 모아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난 딥퍼스널라이제이션이 가능한 로봇을 만들고 싶다.

토마스 포지어 MIT 컴퓨터공학·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연산처리 속도나 용량 면에서 컴퓨터는 인간 두뇌를 능가했다. 다만 우리에겐 그 연산능력을 지능으로 전환할 알고리즘이 없다”고 말했다. 언제 그 알고리즘이 나오겠나? 무슨 과제를 해결해야 한나?

인간 두뇌는 용량도 작고 느리지만 효율적이고 창의적이다. 인류는 아직 그 이유를 모른다. 딥러닝이 신경망 구조를 본뜨지만 인간 신경망 구조의 극히 일부부만 흉내고 있다. 현재 인공지능은 데이터 분석만 잘한다. 이에 좁은 인공지능이라고 부른다. 인간지능이 의사결정과 추론 능력까지 갖추면 범용 인공지능(AGI)을 가져야 한다. 그러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신경과학, 인지과학, 컴퓨터공학 간 협업은 어떤가?


활발하게 교류한다. 우리 연구그룹도 옆 건물에 있는 어펙티브컴퓨팅그룹과 협업한다. 이 그룹은 사람 감정을 연구한다. 또 심리학자와도 협업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대량실업을 일으키고 인류를 멸종시키겠는가?


대량실업을 일으킬 소지는 충분한다. 국가가 복지와 교육 정책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 로봇의 노동력을 얻는 수익을 사회에 어떻게 재분배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사라지는 직업 만큼 새로운 직업도 많이 생길 것이다. 이에 대비한 인재를 키우는 교육의 변화가 시급하다. 

인공지능은 다른 기술과 달리 인류가 앞당겨서 걱정한다. 인간이 인공지능 시스템을 윤리성 등을 감안해 잘 디자인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두려움이 가득한 기사들을 보며 허구적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우스갯 소리를 한다. 하지만 인류가 로봇과 인공지능의 미래를 미리 걱정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인공지능 로봇이 충분히 똘똘해지기 전에 인류가 준비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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