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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논쟁’ 뜨거우니 ‘흥행몰이’ 따라오네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숱한 논란에도 불구, 순조로운 흥행가도 달려

고재석 시사저널e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6.08.17(Wed) 09:15:06 | 14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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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출발선은 현재다. 오늘의 시선에서 취사선택한 과거가 역사라는 이름표를 달고 세상 앞에 놓인다.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는 이 취사선택을 지원하는 플랫폼 노릇을 한다. 안톤 캐스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는 저서 《히틀러에서 하이마트: 영화, 역사가 되어 돌아오다》에서 “우리는 모두 한 무더기의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속에서 그 시대의 영상과 소리에 동참한다. 영화적 재현은 과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니 사실상 과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형성한다는 편이 더 옳은 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수기 극장가를 양분한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를 둘러싼 논란도 딱 이 지점에 서 있다. 소재 탓에 애국심 논쟁과 진영논리가 한데 얽히고설켰다. 공교롭게도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른 역사극 대부분이 비슷한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역사논쟁’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덕혜옹주》가 올여름 극장가에서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인천상륙작전》 투자한 KBS의 ‘밀어주기’ 

8월1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CJ E&M이 배급한 《인천상륙작전》은 누적관객 566만 명을 넘어섰다. 500만 관객은 12일 만에 돌파했다. 1100만 관객을 동원한 《변호인》(13일)과 1400만 관객을 모은 《국제시장》(15일)을 추월한 속도다. 반면 지난 8월5일 이후 박스오피스 주도권은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덕혜옹주》로 넘어간 모양새다. 《덕혜옹주》는 개봉 8일 동안 239만 명을 불러 모았다. 쇼박스의 《터널》이 개봉한 지난 10일, 2위로 한 계단 순위가 내려오긴 했지만 지난 5일 이후 《인천상륙작전》을 줄곧 앞질렀다.

두 영화는 흥행몰이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논쟁이 뜨겁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우선 《인천상륙작전》은 연출력이 도마에 올랐다. 《인천상륙작전》의 짜임새 약한 만듦새는 개봉일 탓이다. 제작사 측은 정전협정일(7월27일)에 맞춰 마무리 작업에 매진했다고 밝혔다. 특히 《인천상륙작전》은 개봉 전부터 ‘국뽕 영화’(애국심에 과도하게 호소하는 영화) 논란에 휘말렸다. 제작자인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개봉 기자회견에서 “우리 부모님·조부모님 세대가 겪은 참상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이 강한 안보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군에서 병사안보교육을 담당하는 한 육군 장교는 “6·25전쟁에 대한 교육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제작자 의도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연합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리암 니슨)를 일방적으로 미화했다는 논란은 유독 뜨겁다. 맥아더에 대한 시각은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진영의 시각과 맞물려 있다. 영화 속 남과 북의 인물을 지나친 선악 구도로 해석했다는 비판도 있다. 《덕혜옹주》에 대해서는 주인공과 항일독립운동의 실제 연관성을 다소 과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천상륙작전》을 둘러싼 논란은 KBS에도 튀었다. KBS와 KBS미디어는 《인천상륙작전》에 30억원을 투자했다. KBS2는 영화 개봉을 하루 앞둔 지난 7월26일 다큐멘터리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을 방영했다. 영화의 시놉시스와 상당부분 겹친다.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은 영화의 주연배우 이정재가 맡았다. 이정재는 개봉일에 KBS1 뉴스라인에도 출연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8월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지난해 8월13일부터 올해 8월3일까지 모든 시간대의 뉴스프로그램에서 총 52건에 걸쳐 ‘인천상륙작전’ 보도를 쏟아냈다. 민언련은 “KBS 뉴스9에서 6건의 관련 보도가 쏟아진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 보도가 자사 투자에 대한 광고뿐 아니라 대대적인 공안몰이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논평했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도 “공영방송사가 자체 투자한 영화를 위해 공영방송의 뉴스 시간대를 활용한 점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홍보가 목적이건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건 비판받을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영화를 둘러싼 논란에 가세한 형국이다. 진영에 따라 영화 호응이 엇갈렸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주도로 《덕혜옹주》를 단체 관람했다. 반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들과 《인천상륙작전》을 함께 봤다. 북한도 끼어들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8월5일 “새누리당 패거리들이 안보의식을 다진다는 명목하에 서울 여의도의 한 영화관에서 《인천상륙작전》이라는 모략영화에 대해 단체관람을 했다”고 맹비난했다.

“왜곡 논란 무릅쓰고라도 영화적 장치 감행” 

그동안 첨예한 이념논쟁의 대상인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유독 더 뜨거운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해 흥행한 《암살》 역시 홍역을 앓았다. 한 중앙일간지 논설위원은 《암살》에 대해 “김원봉을 치켜세우고 독립운동과 친일을 대비시키면서 남한을 은연중 깎아내리는 역사인식이 숨어 있다”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했다. 해방 이후를 다룬 《국제시장》도 이른바 좌우 논란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근·현대 이전을 배경에 둔 사극은 또 다른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1760만 관객을 모아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명량》은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영화에서 부정적으로 묘사된 인물의 후손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리고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감독과 각본가를 경찰에 고소했기 때문이다. 이후 검찰에 송치된 이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왜 잊을 만하면 이 같은 논쟁이 반복되는 걸까. 이에 대해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는 “역사는 이미 하나의 내러티브를 형성해놨기 때문에 훌륭한 콘텐츠 소재이지만, 그래서 스포일러를 담고 있다”며 “관람객들이 이미 줄거리를 파악하고 있으니 연출자 입장에서는 왜곡 논란을 무릅쓰고서라도 영화적 장치를 통해 관객의 기대심리를 충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이 이어져도 대작 사극은 줄줄이 개봉할 예정이다. 오는 9월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이 송강호·공유 주연의 《밀정》을 내놓는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과 의열단 리더 간 우정과 암투가 내러티브의 줄기를 이룬다. 할리우드 메이저 업체인 워너브러더스가 배급을 맡았다. 영화화할 콘텐츠 부족으로 영화인들이 계속 역사극에 매달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실에 대한 반작용이 낳은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장민지 박사는 “최근 안보 이슈가 현실 속 국가의 경계를 개인에게 더 각인시키는 상황에서 과거 나라 잃은 슬픔이 현실로 와 닿아 애국심을 자극할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덕혜옹주》는 위안부 역사 논란 등이 관객몰이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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