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뗐지만 아직 갈 길이 먼 한국형 스마트시티
  • 이성진 인턴기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18 11:30
  • 호수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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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마트시티 어디까지 왔나?
인천 청라신도시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수거차량이 보이지 않는다. 쓰레기통이 지하 쓰레기 집하시설로 연결돼 단지 내 쓰레기가 자동 처리되기 때문이다. 차량 이동이 드문 낮 시간에는 신호 한 번 걸리지 않고 도로를 내달리는 것도 가능하다. 신호등 체계가 한 달에 한 번 교통정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바뀐다. 강도가 나타나면 주민이 신고하기 전에 먼저 경찰이 오고, 도로를 배회하는 취객들은 안전하게 집까지 인도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신도시’의 실제 모습이다. 내년이면 영종신도시와 송도신도시에서도 이 같은 스마트시티의 일상을 누릴 수 있다. 인천 청라신도시는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청라·영종신도시)의 모든 도시는 인천시 연수구 송도신도시에 위치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유시티(U-City·유비쿼터스 도시) 운영센터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8월11일 오전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실체를 엿보고자 유시티 운영센터를 찾았다. 운영센터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거대한 스크린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스크린을 마주하고 길게 3열로 배치된 책상 위로 수많은 모니터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들 모니터에서는 상수도, 대중교통정보제공, 돌발 상황 관리, 방범모니터링, 환경 대형전광판(VMS)과 관련한 상황을 그대로 설명해 주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유시티(U-City) 운영센터에서 직원들이 청라신도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열 센서가 화재 막고 CCTV가 도둑 잡아

스크린 중앙에는 3D 입체영상 방식의 청라신도시의 모형이 천천히 돌아가고 있다. 3D지도 위 갖가지 색의 아이콘들은 5대 공공서비스(교통·방범·방재·환경·시설물관리) 시설물의 위치정보를 알려준다. 이곳만 봐도 현재 청라신도시 내 발생하는 범죄와 재난, 각종 도시문제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니 청라신도시 곳곳에 설치된 CCTV 화면이 보였다. 현재 청라신도시에는 총 317대의 CCTV가 설치돼 있다. 이곳을 통해 실시간으로 각종 범죄와 긴급 상황과 관련한 정보들이 신속하게 전달된다. 

스크린 오른쪽으로 빽빽이 늘어선 차량 번호판 화면이 보였다. 윤미경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유시티과 직원은 “지역을 오가는 모든 차량을 시스템상에서 인식한다”며 “특히 수배·도주차량 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개를 돌리자 스크린 왼쪽에 교통흐름을 보여주는 고속도로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옆으로 보이는 시스템은 지역 아파트 내 화재를 감지해 재빠른 대처를 가능케 하는 방재 시스템이다. 신속한 화재 진압을 위해 청라신도시 아파트 곳곳에는 불꽃감지기능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외에도 오존,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미세먼지 등 도시 내 환경관련 정보도 보였다. 이곳에 있으면 현재 청라신도시 내 대기질(大氣質)이 어느 수준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청라신도시에 적용된 스마트시티 솔루션은 구글 등이 계획하는 ‘미래 도시’와 비교하면 기술적인 면에서 초보적인 수준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청라신도시에 적용된 스마트시티 솔루션은 지난 2014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약을 맺은 LG CNS 제품이 탑재돼 있다. 유시티 운영센터는 향후 태양열발전과 전기차 등 관련 서비스가 개발될 경우 현재의 시스템과 통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한국형 스마트시티의 현주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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