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년 전 오늘] 전자주민등록증의 험난한 20년 역사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6.08.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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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전자주민카드’ 도입 시도했다가 시사저널 등 여론 반대로 무산
여러분들의 지갑 안에 대개 ‘주민등록증’을 소지하고 계실 겁니다. 기자도 갖고 다닙니다. 발행일자가 1999년입니다. 1999년 당시 정부는 주민등록증을 일제 교체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종이에 비닐커버를 씌운 것이었는데, 이 때 플라스틱 재질로 모두 교체했습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16년 만에 다시 2차 주민등록증 일제 교체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1999년 발급한 주민등록증이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기재사항이 흐릿해지는 등 훼손이 심해졌고, 사진도 오래전 얼굴이어서 식별이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위·변조가 쉬워 보안성이 취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전자주민등록증’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번 참에 전자주민등록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입니다. 하지만 행정자치부는 여전히 전자주민등록증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다는 판단에서 이를 배제했습니다. 

사실 전자주민등록증 논란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6년 전인 지난 2010년, 정부는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IC칩을 장착한 전자주민등록증이 오는 2013년 발급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제출된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오는 2013년부터 전자주민등록증을 발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행안부는 전자주민등록증을 도입하려는 이유에 대해 현재의 주민등록증이 위·변조가 쉬워 범죄에 악용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계획은 철회됐습니다. 인권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가 집적화된 전자주민증은 유출 위험이 더 크고, 나아가 정부가 손쉽게 개인정보를 모아 국민을 통제 아래 놓고 사생활까지 감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논란은 20년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자주민등록증 도입 시도는 1996년부터 있었습니다. 당시엔 이를 ‘전자주민카드’라고 불렀습니다. 시사저널은 1996년 8월22일자(356호)에서 이 논란을 특집 기사로 다뤘습니다. 당시 게재된 아래 기사를 보시겠습니다. 

『 앞으로 2년 남았다. 정부는 전자주민카드가 가져올 ‘꿈의 혁명’을 선전하는 데 열심이다. 오는 1998년 17세가 지난 국민 모두에게 보급될 전자주민카드는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의료보험증·국민연금증서·주민등록등초본·인감·지문 등 일곱 분야(41개 항목)의 정보가 수록될 다기능 카드이다. 내장되어 있는 손톱만한 반도체 칩(IC)이 이들 정보를 담는 대용량 그릇이다. 이 반도체 칩은 영문 8000자(한글 4000자; 8K바이트) 분량의 정보를 기억한다. 순식간에 정보를 검색해 몇 초 안에 증명서나 스티커를 받아볼 수 있는 것도 이 반도체 칩 덕분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마그네틱 카드와는 기억 용량이나 검색 속도 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하다. 』 
(시사저널 1996년 8월22일자(356호) 「섣부른 ‘꿈의 혁명’ 감시와 범죄 부른다」 중에서)

1996년 당시 김영삼 정부는 국민들을 상대로 전자주민카드 시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6월, 기존 주민등록증을 전자주민카드로 대체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에서 사생활 침해 우려를 이유로 거센 반대에 나섰고, 언론에서도 해외 사례를 들어 집중 보도하면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커지자 결국 도입은 철회되었습니다. 여기엔 시사저널의 보도도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20년 전 오늘, 전자주민카드의 위험성을 경고한 시사저널 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 한국 전자주민카드는 세계 최초의 시도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그 마지막 시도가 될는지도 모른다. 권위주의 잔재가 남아있는 후진국들에게는 이러한 카드를 시행할 기술이나 돈이 없을 것이고, 일정한 정보기술과 경제력을 보유한 선진국들에서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지문을 포함한 여러 가지 개인정보가 한꺼번에 들어 있는 전자 신분증을 전 국민에게 일괄 지급한다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시사저널 1996년 8월22일자(356호) 「‘카드’ 쓰려면 법부터 세워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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