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라면 깐다”… ‘왕수석’ 우병우 파워 어땠길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6.08.22 09:04
  • 호수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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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특별감찰관 녹취록 파문…특별감찰관 활동도 무력화시키려 했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과 관련해 한 언론사 간부와 나눈 대화 내용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정국이 들썩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8월19일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하고 특정 언론과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자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감찰 유출을 ‘국기 문란’ 행위로 규정했다. 

 

우병우 수석(오른쪽)은 정윤회 문건 파동을 처리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다시 한번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놨는지 꼼짝도 못한다”

 

야당의 입장은 정반대다. 우선 대화가 유출된 경로를 문제 삼으면서 불법 도청·해킹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대화 내용을 보면, 우 수석이 이 특별감찰관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우(병우) 수석이 아직 힘이 있다. 검찰이든 경찰이든 째려보면, 까라면 까니까.”

“경찰에 (우 수석 관련) 자료를 달라고 하면 하늘 쳐다보고 딴소리한다. 경찰은 민정 눈치 보는 건데.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놨는지 꼼짝도 못한다.”

특별감찰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이번 정부에서 처음 만들어진 직책이다.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는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만들어졌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과 청와대 비서실장, 수석비서관이 감찰 대상이다. 이 특별감찰관은 초대 특별감찰관으로서 2015년 임명 당시 여당이 추천해 박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또한 우 수석에 대한 감찰은 특별감찰관의 ‘제1호 사건’이다. 그런데 대화록에 나온 것처럼 우 수석이 이 특별감찰관의 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면, 이는 특별감찰관 제도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야당에서 특별검사를 넘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주주의회복TF’는 “특별감찰관이 생긴 이래 청와대 인사에 대한 첫 감찰에 대해 청와대 입맛에 맞지 않는 결과를 냈다고 해서 청와대가 위법 운운하는 것은 특별감찰관 법과 제도를 부정하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의 신뢰를 독차지하며 비서실장을 넘어 청와대 ‘왕수석’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유출된 대화록을 보면 “감찰 개시한다고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대통령께 잘 좀 말씀 드리라’고 하면서 ‘이거(우 수석 사퇴 등 문제) 어떻게 돼요?’ 했더니 한숨만 푹푹 쉬더라. 청와대가 밖으로야 통일된 메시지를 내야 하지만 안에서는 뭔가 다른 의견도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누구도 말을 못하는 상황인 거 같더라”는 내용이 나온다.

 

우 수석은 발탁 배경부터 뒷말이 무성했다. 우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박연차 게이트’ 사건의 주임검사였다. 당시 우 수석은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검찰에 출두한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고,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 직후인 2009년 5월23일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그런데 2014년 5월 노 전 대통령 서거 5주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우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내정됐다. 야당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다.

 

우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후 민정비서관실의 역할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맡았던 인사 검증과 공직자 감찰 등의 업무가 민정비서관실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을 벌이고 있는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8월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진동 특별감찰관 사무실을 나서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왕수석’ 우병우 천하”

 

비대해진 민정비서관실의 권력은 결국 사상 초유의 항명파동으로 연결됐다. 2015년 1월 당시 김영한 민정수석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회 출석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했는데, 이 배경에 직속부하인 우병우 비서관과의 알력 다툼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우병우 당시 비서관이 직속상관인 김 수석을 무시하고 김기춘 실장에게 직보를 했다는 것이다.

 

우 수석은 2014년 말에 터진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면서 박 대통령의 신임을 또다시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한 수석이 사퇴한 후 민정수석에 오른 우 수석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왕실장’으로 불리던 김기춘 비서실장이 퇴진하면서 청와대는 사실상 ‘우병우 천하’가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후 처음 있은 검찰 인사에서는 ‘우병우 사단’이 주요 보직을 싹쓸이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최윤수 국정원 2차장이다. 우 수석과 대학동기로 ‘절친’인 최 2차장은 2015년 초 검찰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임명됐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특수1~4부와 첨단범죄수사1~2부 등 주요 수사 부서를 지휘하는 막강한 자리다.

 

이후 지검장으로 승진한 최 2차장은 올해 2월 부산고검 차장에서 국정원 2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정원 2차장은 대공·국내 파트를 관장하는 자리로, 우병우 사단이 정보 라인까지 접수했다는 평이 돌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현직 고위 관계자는 “검찰을 비롯해 경찰까지 우 수석의 입김이 미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에 있었던 경찰 고위직 인사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승진에서 탈락됐다”면서 “보직 역시 한직으로 밀렸다. 현 정부에 고분고분하지 않는 나를 우 수석이 찍어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의 비리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공은 검찰에게로 넘어갔다. 노무현 정권이 끝나고 정권 실세들을 수사했던 우 수석이 이제는 처지가 바뀐 채 임기 말 정권 실세로서 수사를 받을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검찰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수사를 진행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이 특별감찰관의 다음과 같은 말은 의미심장하다. “(우 수석을) 저렇게 현직으로 놔두고는 어떻게 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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