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탄생 100주년 앞두고 기념사업이 논란이 되는 이유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8.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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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혈세 1300억 투입된 박정희 前 대통령 기념사업…하숙집 복원에 17억 쓰기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내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경상북도와 구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과도한 예산을 투입해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각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박 전 대통령의 우상화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한다”며 사업 축소 요구에 나섰다. 경상북도는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사업내용을 최종 확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각종 사업에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기념사업 예산이 과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의 2015년도 편성 예산은 403억원에 이른다. 2011년 이후 크게 늘어나 최근 7년간 관련 예산은 1356억5000만원에 달한다.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고 기념사업이 확장된 데는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상북도의 ‘박 전 대통령 100주년 기업사업 문건’에 ‘BH 등 관계기관 협의 중’이라는 표현이 명시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구미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 100주년 기념사업에 개입하면서 당초 40억원에서 최대 300억원으로 예산이 7.5배나 증액이 됐고, 구미시 행사에서 경상북도와 포항시, 박정희 기념재단으로까지 사업이 확장됐다”며 “기념사업 관련 모든 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 전 대통령 100주년 기념사업만 하더라도 추진되는 분야가 많다. 주요 사업은 추모, 학술·출판, 문화·예술, 새마을, 홍보·조직 등의 분야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 포럼과 국내 및 국제학술대회, 기념우표 및 메달 제작, 전기 발간, 다큐멘터리와 뮤지컬 제작,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준공식 등의 사업이 포함돼 있다. 또 2억여원이 투입되는 기념우표 및 메달 제작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추진 중인 관련 사업들도 있기 때문에 관련 사업 예산이 더 불어날 개연성도 있다.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내년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에는 국비 등 871억원이 투입됐다. 또 내년 초부터 2018년까지 총 200억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의 유품을 전시할 역사자료관도 지을 예정이다. 기존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업(박정희 대통령 민족 중흥관, 박정희 대통령 동상)과 연계해 관광자원화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전시실 내부 모습


기념사업 추진 명분화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경상북도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념사업을 명분화했다고 지적했다. 경상북도가 대구경북연구원에 의뢰해 경북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여론조사가 객관성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조사 결과 ‘100주년 기념사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7.1점(10점 만점)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기념사업의 기대 효과에 대해서도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재조명하고 경북도민의 자긍심을 높인다’는 대답이 높게 나왔고, 박 전 대통령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9.9%가 ‘상세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구미 참여연대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설문 문항 자체에 대해 비판했다. 문항에 ‘경상북도에서는 박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문구를 넣으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5월 구미 YMCA가 실시한 여론조사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당시 조사결과 응답자의 76.8%가 ‘기념사업이 과하다’고 응답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YMCA의 여론조사와 달리 대구경북연구원의 설문조사는 구체적인 사업 규모나 내용, 예산 문제 등을 전혀 공지하지 않았다”며 “설문 결과의 객관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전시실 내부 모습


‘박정희 뮤지컬’ 시민단체 반대로 취소돼  

 

추진 중이던 기념사업이 시민단체 반대로 취소된 경우도 있었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지난해 말 28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박정희 뮤지컬(가제-고독한 결단)’을 기획할 것이라 발표했다. 그러나 구미지역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예산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내용에 대한 논란도 벌어졌다. 시민단체들은 “‘박정희 100주년 탄신제’ 사업은 죽은 자의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수십억의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야권에서도 제동을 걸었다.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성명을 내고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시민 의견 수렴도 없이 28억 원의 혈세를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창작 뮤지컬을 제작하려 한다"며 "이는 추모 의미를 퇴색시키고 혈세만 낭비할 뿐"이라며 제작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결국 구미시는 지난 7월 뮤지컬 제작을 취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별로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은 14개에 달한다. 다른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해서도 혈세 낭비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의 ‘전역공원’은 5.16 쿠데타 2년 뒤인 1963년 박 전 대통령의 군 전역식이 열렸던 곳에 조성됐다. 철원군은 시간이 흘러 공원 내 시설이 낡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6월 확장∙정비 공사를 시작해 최근 완료했고, 8월30일 정식 개장한다. 박 전 대통령의 휘호를 새긴 비석을 설치하고 공원을 꾸미는 데 총 60억에 이르는 예산이 사용됐다. 

 

경북 문경시는 박 전 대통령의 장교 시절 하숙집 복원비로 17억원을 쓰기로 했다. 서울 중구는 전액 구비를 들여 총 사업비 314억에 이르는 ‘박정희 가옥 연계 역사문화공원 사업’을 재개했다. 중구 구의회에서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찬반 논쟁이 일었지만 결국 예산을 하향 조정해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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