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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백년을 살아보니》 펴낸 한국 철학의 대부 김형석 교수가 들려주는 ‘100세 인생’

조철 문화 칼럼니스트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8.24(Wed) 15:29:45 | 1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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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젊은이들이 버릇이 없다고 말한다. 예절을 가르쳐주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최근에는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고 누구나 걱정한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어른들이 모범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만 나무랄 필요가 없다. 우리 젊은이들은 보고 배운 것이 없었던 것이다. 젊은이들을 탓하기 전에 우리 자신부터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1960년대 베스트셀러 《영원과 사랑의 대화》의 저자로 잘 알려진 김형석 교수가 97세의 나이에 수필집 《백년을 살아보니》를 펴냈다.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로 여전히 방송과 강연, 집필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영원한 현역’ 김형석 교수. 그는 이 책을 통해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비밀들을 인생 후배들에게 다정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들려준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물론 사회생활에서 모두가 겪어야 하는 과제들,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관심까지, 일상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김형석 지음
덴스토리 펴냄
300쪽
1만5000원


“정성 들여 노력하는 사람 실패 없다”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힘든 과정이었지만,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 90년이 걸렸다.” 김형석 교수는 ‘다른 모든 것은 원하는 사람도 있고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행복은 누구나 원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앞세워 행복론을 펼친다. 김 교수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다. 그러나 ‘행복은 어떤 것인가’라고 물으면 같은 대답은 없다. 행복은 모든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기 때문이다”라며 행복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시한다. 

 

“많은 사람들은 행복과 성공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공존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 들수록 그런 사실을 인정하게 되며 남성들은 여성들보다도 더 그런 현실을 인정한다. 실패한 사람에게는 행복이 없고 성공한 사람은 행복을 누린다는 사실이다.” 행복이란 것이 주관적이듯 성공과 실패 또한 주관적일 것이다. 그래서 김 교수는 성공과 실패에 대한 물음은 남겨두기로 한다. 그러나 성공과 실패의 객관적 기준은 있다며, ‘성공과 행복의 함수관계’에 대해 남다른 견해를 펼친다.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사람은 행복하며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주어진 유능성(환경에 효과적이고 유능하게 적응하는 능력)과 가능성을 다 발휘하지 못한 사람은 성공했다고 인정할 수가 없다. 60의 유능성을 타고난 사람이 65나 70의 결실을 거두었다면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90의 가능성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70의 결과에 머물렀다면 실패한 사람이다.”

 

김 교수는 ‘재산과 행복의 함수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설명한다. 그는 항상 가족이나 제자들에게 “경제는 중산층에 머물면서 정신적으로는 상위층에 속하는 사람이 행복하며, 사회에도 기여하게 된다”고 충고해 왔다. 주변에서 실제로 보고 들은 경험의 결과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사는 것이 좋은가. 이 질문에 그는 ‘인격 수준만큼 재산을 갖는 것’을 원칙으로 제시한다. 

 

<백년을 살아보니> 저자 김현석 교수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다”

 

김형석 교수는 1920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태어났다. 일본 조치(上智)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 철학과에서 30여 년 동안 교편을 잡으면서 하버드대, 시카고대에서 연구교환교수로 활동했다. 철학 연구에 대한 깊은 열정으로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끊임없는 학문 연구와 집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 김 교수가 이제는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보통 65세부터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와 내 가까운 친구들은 그런 생각을 버린 지 오래다.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들은 75세까지는 정신적으로 인간적 성장이 가능하다. 40대가 되면 성인병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누구나 늙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그런 한계가 없다.”

 

김 교수는 오래전부터 인생의 황금기는 60세에서 75세 사이라고 믿고 있다. 그가 1961년에 처음 미국에 갔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은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었다. 백인 교수들은 모두가 그렇게 믿고 있었다고 한다. “노년기에는 무엇보다 지혜가 필요한데, 그 지혜라는 것은 ‘늙으면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푸대접을 받았어도 상대방을 대접할 수 있는 인품, 모두의 인격을 고귀하게 대해 줄 수 있는 교양, 그 이상의 자기 수양이 없다.” 

 

김 교수는 ‘나이 들어 느끼는 하나의 소원’이라며 독서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왜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일본이 선진국가가 되고 세계를 영도해 가고 있는가. 그 나라 국민들 80% 이상은 100년 이상에 걸쳐 독서를 한 나라들이다.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러시아 등은 그 과정을 밟지 못했다. 아프리카는 물론 동남아시아나 중남미에 가도 독서를 즐기는 국민적 현상을 볼 수가 없다. 나는 우리 50대 이상의 어른들이 독서를 즐기는 모습을 후대에게 보여주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시급하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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