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문재인-안희정 ‘예선전’ 벌이나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press.com)
  • 승인 2016.08.24 14:27
  • 호수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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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전문가 100명이 꼽은 야권 대선후보…문재인·안희정, 1·2위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 1위는 예상대로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전 대표가 다른 후보들을 넉넉한 차이로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문 전 대표는 현 시점에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다. 흥미로운 점은 2위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2위에 올랐다. 정치권 내 ‘50대 기수론’과 맞물려 젊고 참신한 이미지가 강한 안 지사가 많은 표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8월17일부터 19일까지 시사저널이 국내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를 묻는 질문에서 68표를 얻으며 1위에 올랐다. 문 전 대표의 득표수는 여야 대권 주자를 모두 합쳐도 1위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6표로 2위에 올랐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10표), 손학규 더민주 전 상임고문(6표), 박원순 서울시장(4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1표), 이재명 성남시장(1표) 순으로 나타났다.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답은 2표였다. 

 


“문재인, 공고한 지지세 현재도 유효”

 

대다수 전문가와 정치부 기자들이 문 전 대표를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으면서 내세운 이유는 “예전부터 지지도가 공고했고, 현재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한 일간지 기자는 문 전 대표를 뽑으면서 “지지율만 봐도 현 시점에서는 문재인을 꼽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를 꼽은 한 정치평론가 역시 “국민적 지지도에서 문 전 대표가 다른 후보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8월18일 발표한 ‘2016년 8월 정례 여권·야권 차기 대선 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23.1%의 지지도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15.5%, 2위), 손학규 더민주 전 고문(9.5%, 3위), 박원순 서울시장(7.7%, 4위), 이재명 성남시장(6.1%, 5위)이 그 뒤를 이었다.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 1위에 오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 1위에 오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역설적이게도 문 전 대표의 가장 큰 약점은 이처럼 공고한 현재의 지지도다. ‘표의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를 뽑은 전문가 대다수가 그를 꼽은 이유 중에는 ‘현재의 지지도’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한 지역 일간지 기자는 “문 전 대표는 확장성이 떨어진다. 차라리 안희정이나 손학규 등이 더 나은 대안일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당내 경선 구도에서 흐름을 타면 무난하게 대권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야권은 누가 뭐라 해도 ‘이래문’(이래도 문재인, 저래도 문재인)이다. 새 당 대표까지 친문계가 거머쥔다면 가능성은 더 짙어진다. 야권에서 손학규·안철수 등이 ‘페이스 메이커’로 붙은 뒤 최종 후보로 낙점되는 그림이 베스트”라고 내다봤다. 

 

 

“참신성·확장성 면에서 안희정이 유리”

 

2위를 차지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참신함과 확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많은 전문가와 정치부 기자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보다 안 지사의 경쟁력을 높게 봤다. 이는 ‘충청 대망론’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여권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고 있다면 야권에선 안 지사가 충청 표를 가져갈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특히 정치권에 ‘50대 기수론’이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안 지사에 대한 지지도는 앞으로 더 올라갈 여지가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 인터넷 매체 기자는 야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 안 지사를 지목하면서 “지금이야 문 전 대표가 유리하지만 2012년 대선에서 패한 것에 대한 호남의 실망감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반면 안 지사는 재선에 성공했고 안정적인 면이 있다. 호남에서도 우호적일 수 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에게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에 이어 3위를 차지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에게는 다소 냉혹한 평가가 많이 나왔다. 안 전 대표는 총선 직후 문 전 대표의 지지도를 위협하는 듯 보였으나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밖의 다소 큰 차이로 뒤처진 상황이다. 정치평론가와 정치부 기자들은 안 전 대표에 대해 여론조사보다 더 박한 평가를 내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안희정 충남도지사

 

총선 직후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파문’이 일면서 한 차례 크게 흔들렸다. 안 전 대표는 이 사건을 계기로 당 대표에서 내려왔으며, 현재는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구정치적 세태’라 할 수 있는 사건이 터지면서 본인이 내세운 ‘새 정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더민주를 박차고 신당을 창당했지만 아직까지도 안 전 대표만의 ‘새 정치’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한 지역 일간지 기자는 “현 상황대로 간다면 안 전 대표가 대선 경쟁에서 큰 힘을 쓰지 못하고 낙마할 수 있다.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린 이들은 안 전 대표의 장점으로 ‘소신’과 ‘스펙트럼’을 꼽았다. 한 방송 기자는 “여러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스펙트럼’이 야권에서 가장 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 일간지 기자는 “국민의당은 이미 안 전 대표로 대권 주자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흐름만 잘 이어간다면 지지율을 끌어올릴 기회는 올 것 같다. 오히려 조용히 숨죽이는 행보가 더 유익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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