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발 여권 대분열...여권, 자중지란 늪에서 허우적대다
  • 김지영 기자·남상훈 세계일보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6.08.29 08:41
  • 호수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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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대 비박’ ‘강성 친박 대 온건 친박’ 대립 격화, 청와대-친박 권력투쟁설

‘공천 파동’ 등으로 지난 4·13 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제1당 위상까지 내줘야 했던 새누리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의 늪에서 좀체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내분(內紛)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 문제에서 비롯됐다. 

 

직권 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된 우병우 민정수석 거취를 놓고 새누리당이 ‘또’ 내홍에 휩싸인 형국이다. ‘계파 종식’을 외쳤던 이정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 보름여 만에 당이 두 쪽으로 쪼개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우병우 사태’를 정권 흔들기로 규정하고 감싸자, 강성 친박은 박 대통령을 적극 지원하며 ‘우병우 구하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이에 맞서 비박은 우 수석의 버티기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을 앞둔 여당에도 ‘재앙’이라고 비판하며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선 우병우 사태에 대한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다. 우선 우 수석과 특정 언론의 갈등에서 불거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와 관련해 ‘우 수석의 지인’은 기자와 만나 우 수석과 특정 언론사 갈등설에 대해 제법 소상히 설명했다. 이 지인에 따르면, 특정 언론사가 ‘우병우 자진사퇴’를 종용하며 ‘우병우 죽이기’에 나선 데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 ‘우병우의 강남 부동산 매매 의혹’이 불거지기 전부터 우 수석은 특정 언론사와 관련된 ‘비리 의혹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우 수석의 지인은 “우 수석이 쥐고 있는 특정 언론사 비리 의혹은 크게 두 가지”라며 “특정 언론사 고위 인사의 자제가 ‘비리를 저지른 사업가’ 등과 함께 마카오 등지에서 해외 원정 도박을 했다는 의혹과 이 언론사의 핵심 간부가 한 대기업 임원의 인사(人事)에 관여하면서 해당 임원으로부터 수천만원대의 명품(名品)을 받았다는 의혹 등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특정 언론사가 ‘우병우 죽이기’에 강하게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현 체제 출범 보름 만에 ‘또’ 분열

박 대통령에게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권 내에서도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일부 언론 등 부패 기득권과 좌파 세력이 ‘우병우 죽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덕적 논란을 빚고 있는 우 수석에 대한 언론의 검증을 의도적인 공세로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의 이런 시각은 언론사 간부와 우 수석 접촉설, 언론사 고위층의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소문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된다. 특정 언론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의구심을 갖는 모양새다.

여권 관계자는 “특정 언론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내용이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그럴듯한 내용으로 포장돼 있어 우 수석을 감싸는 측에선 사실로 믿을 수도 있을 법하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정치권에 돌고 있는 특정 언론에 대한 소문은 너무 과장된 부분이 많은 것 같다”면서 “그런 내용 때문에 우 수석에 대한 언론 검증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위층의 비리 의혹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검증을 정권 흔들기로 왜곡하며 기득권을 지키려 하는 세력은 따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 내부의 권력투쟁설도 나온다. 친박 핵심인 아무개 의원이 자신이 추천한 인사에 대해 청와대가 검증 과정에서 탈락시키는 사례가 자주 발생해 이 의원과 청와대 핵심 관계자 간의 갈등설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친박 핵심인 아무개 의원이 청와대에서 자신이 추천한 인재가 잇따라 탈락하는데도 그 원인을 알 수 없던 차에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나돌자 이 의원은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를 그 배후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다른 친박 의원은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외부에 있는 정권 실세와 결탁해 핵심 의원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며 “핵심 의원과 친했던 청와대 실세 참모들도 핵심 관계자의 막강 파워에 밀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야당과 비박은 우 수석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친박 지도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병우 사수’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우 수석 거취를 둘러싼 친박과 비박의 대립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져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비박은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이 대표를 강력 비판하고 있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 수석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만큼 이 대표가 청와대에 자진사퇴를 건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8월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특정 언론 의혹’ 관련 여권 내 진실 공방

김성태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왜 침묵으로 일관하나. 그 말씀하시기 좋아하시는 분이”라며 비난했다. 이어 “이 대표는 (후보 때) 가감 없는 민심 전달과 당의 쇄신과 변화, 개혁을 내세웠다”면서 “본인이 지금 하고 있는 처신이 과연 민심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집권당의 대표인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표가 자신은 ‘안 보이는 바람처럼 일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이 대표는 절대 바람같이 일하시는 분이 아니다”며 “본인의 속내를, 어떻게 하든 처절한 진정성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애쓰시는 분”이라고 비꼬았다. 비박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검찰을 지휘하는 민정수석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며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8·9 전당대회에서 비박 단일후보로 출마했던 주호영 의원도 “우 수석 문제는 이기고도 지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 청와대와 친박의 ‘우병우 감싸기’가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최근 주변에서 ‘민정수석이 그렇게 센 사람이냐?’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며 “민정수석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대단한 고위직 공직자이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 민심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도 “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당이 시끌시끌하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 또한 당이 해야 할 역할이자 당에 필요한 모습”이라고 거들었다.

비박의 거센 반발에도 이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 대표는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런 이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자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이 대표는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것은 해, 구름, 비만 있어서 되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람도 작용을 한다”며 여러 경로로 여론을 전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8월22일 서울 청진동 특별감찰관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병우 거취 문제, 청와대 내부도 균열 조짐

친박 내부의 균열 조짐도 보인다. 온건 친박들이 우 수석 사퇴론에 합류해 강성 친박들이 고립되는 모양새다. 온건 친박 중진인 정우택 의원은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합당치 않다”며 “우 수석이 스스로 거취 문제를 판단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우 수석을 압박했다. 

반면 강성 친박인 김진태 의원은 “지금 온 세상이 다 우 수석이 뭔가 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아닐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저는 (우 수석이) 정권 흔들기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고 우 수석을 옹호했다. 대구 출신 ‘진박’(진실한 친박) 6인방에 올랐던 정종섭 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를 겨냥해 “주요 당직에 있는 사람이 대통령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수석의 진퇴를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당내에선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한 입장이 진박을 감별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우 수석 거취 문제와 관련해선 청와대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우 수석은 부동산 매매 의혹 등이 불거지자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는 것. 청와대 일각에선 ‘우병우 감싸기’를 하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여권 인사는 “우병우 의혹이 불거진 이후 민정수석실은 레임덕에 빠졌다. 민정수석실 직원들도 개각에 따른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검증 작업 이외에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정수석실 관계자로부터 ‘이럴 때는 바짝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이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접촉한 청와대 몇몇 인사들의 반응도 ‘우병우 자진사퇴’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었다. 심지어 한 인사는 대통령의 ‘우병우 구하기’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한 청와대 직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함께 가는 이른바 ‘순장조(殉葬組)’로 남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병우 사태 후) 순장조로 남았다가는 부관참시(剖棺斬屍) 당하게 생겼다. 하루빨리 청와대를 떠나 (원래 소속됐던) 부처로 돌아가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정수석실 내부에서조차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공직자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겠느냐”며 “우 수석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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