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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의 음식인류학] ‘小·素·笑’, 적은 양의 소박한 음식을 웃으면서 먹자

여름철 식품위생 다시보기(下) - 더운 여름을 잘 넘기게 해 주는 음식의 지혜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4(Sun) 07:00:40 | 14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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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올해는 무척 더운 여름이었다. 음식도 그만큼 잘 상한다. 가정에서든 업소에서든 음식을 장만하는 사람들은 음식이 상하지 않게 관리하는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현대사회의 식품산업에서 그렇게 하는 데 가장 손쉽게 사용되는 것이 식용 소독제를 쓰는 일이다. 단체급식소나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처럼 일정 규모 이상 되는 곳에서는 쌀이나 채소 등 원재료 단계부터 소독액에 담갔다가 이용한다. 철저히 위생규정을 따르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이런 ‘위생관리법’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시사저널 1400호(8월16일자) ‘여름철 식품위생 다시보기(上)’ 기사 참조). 독성으로 미생물을 죽이려고 하면, 그걸 견디는 힘을 가진 미생물들이 살아남아 또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게 된다. 이를 독성으로 억제하려면 더 강한 독성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생애주기가 긴 인간 같은 생명체만 지속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게 아니라 새우 잡으려다가 고래 먼저 잡는 격이다. 그 타격 중 하나가 O157 같은 우리 체내 유익 미생물의 악성화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상추 등 쌈채소를 냉장고에 진열하고 있다.


“옛날엔 어떻게 식품을 상하지 않게 했을까”

 

어떻게 하면 이런 부작용 없이 여름철 식품위생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그런 소독제를 쓰지 않았을 옛날에는 어떻게 식품이 상하지 않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될 것 같다. 인간이 정주(定住)생활을 시작하며 조리해서 음식을 먹고 보관하는 역사는 수십만 년에 달한다. 그동안 지구는 온난기와 한랭기를 반복적으로 거쳐 왔고, 지금보다 더욱 더웠던 세월 속에서도 인간은 살아남았다. 음식문화의 전통 속에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여름 음식 위생의 노하우가 담겨 있을 것이다.

 

일단 가장 많이 썼던 방법은 갓 채취한 신선한 식품을 바로 먹는 것일 테다. 특히 낮은 위도에서 일찍부터 문명이 발달해 왔던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신선도를 대단히 중시했다. 리그베다처럼 옛 가르침을 많이 담은 경전을 보면, 조리한 음식은 바로 그날 중으로 다 먹어치워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다행히 여름철엔 식재료의 원료가 되는 식물들의 생장이 왕성해서 바로바로 신선한 재료를 공급받기 쉬웠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생활 속, 음식 재료 생산지와 멀리 떨어진 도심에서 매 끼니 식사를 아주 신선한 것으로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두 번째 추천할 만한 방법은 불로 잘 익혀서 먹는 것이다. 이 방법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유해 미생물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열에 의해 다른 독소도 분해되어 더욱 입에 맞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이 될 수 있다. 이전 상(上)편에서 보았듯이 ‘이열치열’이라는 압축적인 개념어에는, 유해요소는 퇴치하되 인체에는 더욱 이로운 음식으로 바꾸어줘 여름철 건강을 ‘히게이아(Hygeia)’적 방법으로 지켜주는 풍부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아무리 충분히 익혀서 식힌 음식이라도 공기 중에 노출되면 곧 미생물에 의해 오염되면서 더운 날씨 속에 얼마 가지 않아 부패하게 된다. ‘병조림’은 이런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서양 음식문화권 속에서 오래전부터 발달되어 온 식품 저장법이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과일 잼이나 피클 등이다.

 

이렇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가열식품은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일 년 이상 잘 버텨주는 위생적인 식품이다. 이 방법에 문제점이 있다면 역시 현대의 생활방식이 이전 시대의 생활과는 여러모로 다르다는 데서 온다. 불을 써야 하는 조리공간이 인간이 머무르는 실내와 분리되어 바람이 잘 통하는 마당에 있었던 이전과는 달리, 현대주택에서는 보통 실내 한복판에 들어와 있다. 그 결과, 우리는 더운 여름을 나면서 되도록 불을 쓰지 않고 밥을 먹고 싶어진다. 이 때문에 여름철에는 외식과 함께, 조리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섭취가 인기를 끈다.

 

서양에서 오래전부터 식품 저장법으로 사용된 피클


마트 냉장 진열할 때 해로운 소독제 써 논란

 

현대의 식품산업은 여기서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가열식품을 더욱 일상에서 폭넓게, 간편하게, 그리고 불을 거의 쓰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다. ‘혼밥족’(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들)에게 인기품목인 레토르트 식품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고압조리기에 충분히 익혀 바로 밀폐 포장을 한 후 식혀서 유통되는 레토르트 식품의 종류에는 카레라이스·죽·콩국·고기수프 등 불로 장시간 익혀야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우리가 먹는 모든 식품을 가공할 수는 없다.그리고 우리는 날이 더울수록 차고 시원한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전통적인 가르침으로는 여름에 찬 음식을 많이 먹는 게 좋지 않으며, 냉국 같은 것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바로 먹어치우는 게 좋다고 권장되었지만 요즘 그런 거 신경 쓰는 사람들, 거의 없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냉장시설이 지키는 4도 정도의 환경에서도 세균의 활동이 약간 억제된다는 것뿐이지, 여전히 증식은 한다.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냉장시설 의존도도 높아지는 요즘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얼마 전에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파는 신선식품, 특히 육류나 어패류를 냉장 진열할 때 인체에 해로운 소독제를 쓴다고 해서 매스컴에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소동이 잠잠해졌지만, 과연 인체에 절대적으로 무해한 소독제라는 게 있는지, 생명현상의 원리를 생각하면 의구심이 든다.

 

이런 문제에도 해결방안은 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식품은 되도록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눈에 잘 띄도록 하루 종일 돋보여야 하는 오픈 진열장 속의 신선식품들. 저녁때까지 부패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그 과정이 100% 안전하며 완전하다는 보장을 할 수 있을까? 이런 고급스러운 냉장설비를 동원해 계절과 국경을 초월한 다양한 식품을 언제든지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식품산업의 기술에는 다른 부작용의 이면이 없는 것일까?

 

문득 음식에 대한 궁극의 격언 하나가 떠오른다. ‘소·소·소.’ 한자로 ‘小·素·笑’다. 적은 양의 소박한 음식을 웃으면서 먹으라는 가르침. 현대 과학기술로 뒷받침해 주는 다양하고 화려한 식생활에 점점 익숙해져가는 우리들, 정말 식생활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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