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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 마나 한 인사청문회 할 필요 없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무용지물’…대통령, 보고서 무시하고 임명 강행

유창선 시사평론가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5(Mon) 16:40:02 | 14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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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24일, 이철성 경찰청장 임명을 강행했다. 여기서 ‘강행’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 청장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상이 다 알게 됐듯이, 그는 1993년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냈고, 그럼에도 경찰 신분을 은폐해 내부 징계조차 받지 않은 사실이 알려졌다. 이 후보자의 논문 표절이나 위장전입 같은 문제쯤은 이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돼 버렸지만, 경찰청장이 되려는 사람이기에 음주운전 사고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였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했고 국회의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 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하고는 바로 다음 날 임명해 버린 것이다.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던 국회 내의 반대의견 같은 것은 임명권자에게는 전혀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이 청장의 경우처럼 부적격 의견들이 나오고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못해도 그대로 임명되는 일이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래 지금까지 줄곧 계속돼 온 일이다. 취임 초에는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역량 부족,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자질, 최문기 미래부 장관 후보자가 농지법 위반, 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정치적 편향성 문제 등의 이유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되었지만 박 대통령은 그냥 임명해 버렸다.

 

2013년 12월에는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이 불거진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삼성 떡값’ 의혹이 불거진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가 역시 국회 청문경과보고서 없이 임명됐다. 2014년 4월에는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위장전입 등의 이유로 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그대로 임명됐다. 같은 해 7월에는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거짓말 등 논란에 휩싸였지만 마찬가지로 청문경과보고서가 없는 상태에서 임명됐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8월3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장관 임명 막을 수 있는 법적 구속력 없어

 

이렇게 국회의 의견이 대통령에게 송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임명되는 일은 지난 몇 년간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물론 이러한 임명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인사청문회법 제6조는 국회가 장관 등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기한 내에 송부하지 못한 경우 대통령은 다시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송부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그래도 국회가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회가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장관 임명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은 전혀 없는 것이고, 대통령은 자신의 뜻에 따라 임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야당이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거나, 국회가 보고서 채택을 하지 못하는 경우, 더 나아가 국민 여론이 아무리 부정적이어도 대통령은 자신이 지명했던 후보자 임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인사청문회가 임명에 대해 아무런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해서 그 과정의 의미가 이렇게까지 무시돼 버린다면 도대체 그런 청문회는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제도를 통해 검증했으면 결과를 존중하고 그 책임을 후보자와 지명권자가 함께 지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취지다.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관인 국회의 검증을 받고 그 의견을 듣자고 만든 것이 인사청문회가 아니던가. 그런데 청문회 과정에서 임명에 부적합한 명백한 문제들이 드러났는데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임명해 버리는 일이 당연시된다면 인사청문회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인사청문회에 귀 막으면 불통의 국정 운영

 

아무리 인사청문회 대상을 늘려놓으면 무엇하는가. 그동안 인사청문회법이 여러 차례 개정되면서 인사청문회의 대상은 점차 확대돼 왔다.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지는 않지만 인사청문회를 하는 대상은 4대 권력기관장에서 출발해 이제는 합동참모본부 의장,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KBS 사장 등에 이르기까지 한층 넓어졌다.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그 대상의 범위가 늘어나는 만큼 인사청문회 역할이 커졌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임명권자가 인사청문회를 존중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그 과정 자체가 요식행위가 돼 버리고 마는 것이 그동안의 풍경이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방치해야 할 것인가. 물론 국회 인사청문회의 역할을 높이려면 국회 임명동의까지 필요한 대상을 지금보다 넓힐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임명동의라는 법적 논란도 있을 수 있고,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는 반론도 나올 수 있다. 그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청문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빠른 길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갖는 일이다. 임명동의가 필요 없는 자리에 대해선 인사청문회가 법적 구속력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정치적 구속력까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의 의견을 경시하는 태도다. 인사청문회의 결과로 나온 국회의 의견은 정치적으로 존중되고 무겁게 받아들여져야 마땅하다. 국회가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임명권자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를 요구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그동안 대통령은 특히 야당은 언제나 반대해 왔으니 임명에 반대하는 것은 으레 그런 것이라는 시선을 가져온 것으로 비친다. 

 

그렇기에 아무리 반대 혹은 사퇴의 목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와도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명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귀를 열고 있었다면 그렇게 할 일이 아니었다. 인사청문회에 귀 막고 대통령의 고집대로만 임명을 하는 것은 불통의 국정운영이다. 인사청문회라는 의미 있는 제도가 대통령의 오기를 당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정이라는 것이 이기느냐 지느냐의 싸움만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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