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에서 본 갤노트7 리콜 “통 큰 결단보다는 고전적 대응이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9.0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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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튜브 등에서 갤럭시노트7이 충전 중 폭발했다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면서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이슈화된 바 있다.

 

결국 삼성전자는 일부 제품의 배터리에서 결함이 발견된 갤럭시노트7에 대한 전면리콜을 결정했다.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은 9월2일, 중국을 제외한 세계 10개국에서 갤럭시노트7 판매를 중단하고 신제품 교환과 환불 등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고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갤럭시노트7 자연발화 원인은 배터리 결함이다. 

 

국내 여론은 삼성전자의 사상 유례없는 전면 리콜 결정을 두고 ‘통큰 결정’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언론에서는 매일 이번 리콜이 가져올 삼성전자의 득과 실을 따지고 있다. ‘스마트폰 경쟁사인 애플이 수혜를 입었다’ ‘삼성이 이번 리콜로 1조∼1조5000억원 대의 손실을 입을 것이다’ 등 각종 전망으로 떠들썩하다. 

 

삼성전자는 정말 발생하게 될 1조원 대의 예상 손실을 감내하고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일까? 기업의 위기관리 측면에서 봤을 때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전면 리콜 결정은 합리적인 선택이었을까?

 

“한 마디로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매우 고전적인 위기대응 전략이다.” 글로벌협상컨설팅 전문가인 박상기 한양대 겸임교수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리콜 결정을 두고 이런 평가를 내렸다. 그는 “제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 해당 제조사가 ‘선언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제품 리콜 정책을 공표하는 것은 IT(정보기술)업계에서는 클래식한 전략이다”고 말했다. 리콜 전략을 취하면서 해당 제조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 고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품의 리콜 여부와는 상관없다.

 


이런 전략을 가장 먼저 쓴 IT기업은 인텔이었다. 1994년 당시 인텔이 제조․생산한 펜티엄칩에 한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인텔 CEO(최고경영자)였던 앤디 그로브는 칩의 결함 여부와 상관없이 “원하는 사람에게는 모두 칩을 교체해주겠다”고 선언했고 그 여파는 대단했다. 실제 인텔 펜티엄칩에 대한 리콜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소비자 리콜을 선언한 인텔의 소비자 신뢰도는 급격하게 올라갔다. 인텔은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전량 리콜을 선언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제품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와 기업 신뢰도는 올라간다. 쿠폰 마케팅과 같은 전략이다. 쿠폰 발급의 가장 큰 효과는 쿠폰을 받을 때 이미 해당 제품에 대한 고객만족도가 올라간다는 점이다. 실제 쿠폰을 쓰는 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역시 대규모 리콜사태로 인한 대규모 재정 손실 사태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주장이 처음 제기된 때가 8월24일 이었으니 9일 만에 전량 리콜 결정이 나온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소비자 시장을 붙잡기 위한 빠른 결단이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기계 본체의 과실이 아닌데도 거대한 소비시장을 잃기 전에 신뢰도를 먼저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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