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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위안부’, 그 생존의 기억》 #7. 경제적 빈곤으로 병마에 시달리는 피해 여성들

미군위안부, 기지촌을 벗어난 후에도 질병과 빈곤 속에 살아가

김경민 기자 ㅣ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9.06(Tue) 15:27:11 | 14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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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윤아무개씨가 자신의 집에서 쓰러진 채로 발견된 것은 그가 사망한 지 하루가 지난 후였다. 사망 당시 50대 초반의 나이였던 그는 ‘미군위안부’였다. 10대 중반 기지촌으로 인신매매돼 40여 년간 성매매의 피해를 겪었다.

 

윤씨의 이웃은 평소 윤씨가 심한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으로 고통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겪고 있던 신체적·정신적 피해는 기지촌에서의 경험으로 인한 것이었다. 10대 때부터 음주를 하기 시작했으며 강요에 의한 성매매 기억으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었다.

 

평소 연락하고 지내던 가족 하나 없었던 윤씨는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혼자였다. 사망 당시 윤씨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은 이웃도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았다. 

 

 

“내가 가족이 어딨어…”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기지촌에서 강제 성매매, 불법 낙태 시술 등 극심한 인권 침해를 당했다. 고령으로 인해 기지촌 성매매에서 벗어난 이들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힘든 실정이다. 20~30여 년에 걸쳐 입은 신체적·정신적 유린으로 인해 기지촌을 벗어난 이후에도 질병과 빈곤 속에 살아가고 있다. 

 

 

2012년 8월3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에서 열린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출범식에서 과거 기지촌에서 일했던 한 여성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2012년 8월3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흥사단에서 열린 기지촌여성인권연대 출범식에서 과거 기지촌에서 일했던 한 여성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을까. 미군위안부로 끌려갔던 기지촌 여성들에겐 평생 사회적 낙인이 따라다녔다. 가족이나 이웃과의 관계가 기본적으로 소원하고, 심지어 완전히 단절된 채 생활하는 경우도 있다. 독거가구의 특성상 위급한 상황에서조차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이 겪는 주된 어려움은 질병 방치 등 건강상의 문제와 경제적 빈곤이다. 미군위안부 여성의 고령화로 이 같은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지촌 성매매 피해 여성 지원센터인 새움터의 2014년 《기지촌여성 실태와 사회복지서비스 욕구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운데 60대의 비율(36.3%)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70대(31.4%)였다. 50대와 40대 이하는 각각 18.6%와 13.7%에 그쳤다.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기지촌 성매매를 벗어난 후에도 신체적·정신적으로 다양한 만성질환에 시달린다. 기지촌 성매매의 가장 큰 특징은 성매매 피해 여성이 청소년기에 기지촌으로 유입돼 장기간 성매매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폭력과 미군 범죄, 성병 문제 외에도 신체적·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많은 문제에 장기간 노출된다. 과다음주와 과다흡연, 마약성 약물 복용 등이 여기에 속한다.

 

새움터가 실시한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의 주관적 건강상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여성의 60.8%가 스스로 ‘매우 건강하지 않다’고 답했다. ‘건강하지 않은 편’이라고 답한 이도 27.5%로, 응답자의 88.3%가 자신의 건강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스스로 ‘건강한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3.9%에 불과했으며 ‘매우 건강하다’고 대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고령의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에겐 병원비가 큰 부담이다. 업종의 특성상 나이가 들수록 소득이 줄어드는 구조 속에 이들은 점차 병원비 지출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세가 호전됐거나 사회복지서비스의 혜택을 받아 병원비 부담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소득이 줄면서 진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소득의 대부분이 집세나 식비 같은 기본생활 유지비용에 집중되는 반면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동절기 난방비 부담으로 인해 겨울철이 되면 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고령의 기지촌 여성들 중에는 노후주택에서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처럼 고령의 기지촌 성매매 피해 여성의 건강문제는 경제적 빈곤 문제와 직결돼 있다.

실제로 새움터의 ‘기지촌 실태 조사’에서 ‘돈이 부족해 필요한 음식을 구입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조사자의 90.2%에 달했다. 하루 2회 이하의 식사를 하는 여성도 84.3%였다.

 

 

 

 

성매매 피해 입증 어려워 국가 지원에서 제외

 

김아무개씨(60대 중반)는 1960년 기지촌 미군위안부로 인신매매돼 들어갔다. 그의 나이 18세였다. 30여 년간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며 살아온 그는 쉰이 넘어서야 기지촌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몸은 술과 담배, 약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뒤였다. 

 

그는 알콜의존증·우울증·외상후스트레스장애·불안신경증·고혈압·고지혈증·류머티스관절염·디스크·만성기관지염·백내장·방광염·요실금·치과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 시달려야 했다.

 

2004년 김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병원에 입원한 그는 성매매 여성 구조지원 사업에 의료지원을 요청했다. 마침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돼 성매매 여성에 대한 구조지원 사업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김씨는 의료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기지촌 성매매에서 벗어난 지 장시간이 흘렀고 뇌졸중과 기지촌 성매매 사이에 직접적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김씨가 미군위안부로 고통받고 있었던 30여 년간 그에 대한 탈(脫)성매매와 자립을 지원할 사회복지서비스는 전무했다. 기지촌 성매매업계를 떠난 지 오래된 고령의 여성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사회복지망은 없었다. 김씨는 그렇게 사회복지 안전망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돼 있었다. 

 

김씨와 같은 고령의 기지촌 여성들은 수십 년간 성매매의 극심한 피해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해 줄 법률이 없다. 2004년 성매매방지법이 제정된 후에는 성매매에서 벗어난 시점을 문제 삼아 현재의 문제가 성매매 피해임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국가 지원에서 제외됐다. 국가의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결국 미군위안부 피해 여성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사회에 호소하고 국가의 책임을 입증하기 위해 스스로 피해를 증언하고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2014년 6월25일 한국의 미군기지 주변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던 여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나선 것이다.

 

“포주들이 우리를 데리고 ‘인간 장사’를 했어. 클럽 포주들끼리 돈 못 버는 여자들을 거래하는 ‘마이가리’라고 하는 건데. 내가 만약 80만원을 벌어야 하는데 못 번다면 다른 클럽으로 넘기는 식이었지. (중략) 병(풍·심장·당뇨)이 많이 있어서 일을 못하니까 나 같은 경우는 기초수급 대상자로 한 달에 47만원을 받고 살고 있어. 60세가 넘으면 노인연금이 나오지만 아직 그 나이가 되지 못해서 노인연금은 못 받고.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식당 같은 곳에서도 나이가 많다고 일을 써주지 않아.”

(강릉원주대학 치과대학 배수명 교수의 ‘기지촌여성의 국가건강검진 기초분석 포커스 그룹 인터뷰’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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