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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어바웃 아프리카] 99.93%의 투표율과 95.5%의 득표율, 가봉 대선의 미스테리

유혈 사태로 연결되는 가봉 대선의 후폭풍

이형은 팟캐스트 ‘올어바웃아프리카’ 진행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07(Wed) 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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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약 150만 명. 아프리카의 쿠웨이트로 불리는 중앙아프리카의 소국이 가봉이다. 전체 국민이 실업 걱정 없이 부유하게 살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인구의 3분의 2가량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가봉의 권력은 1967년부터 약 반세기동안 ‘봉고’ 가문에 독점되고 있다. 

 

가봉 전 대통령인 오마르 봉고는 1967년 대통령에 취임해 사망할 때까지 약 42년간 대통령 자리를 유지했다. 그의 권력 아래 가봉은 프랑사프리크(Françafrique,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프랑스어식 합성어)의 수도들 중 가장 평온(?)한 곳이었다. 2009년 오마르 봉고가 사망하자 대선이 치러졌는데 오마르의 아들인 알리 봉고가 41,7% 득표율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부정선거 시비가 있었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시위대와 군경이 충돌하면서 평온했던 수도 리브르빌은 혼란을 겪었다.

 

8월27일 치러진 대선은 알리 봉고의 두 번째 도전이었고 역시 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전체 투표율은 59.46%였고 알리 봉고는 49.8%를 얻어 상대 후보인 장 핑 후보(48.23%)를 간발의 차이로 꺾었다. 불과 5594표 차이였다. 알리 봉고의 재선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자 수도 리브르빌과 남부 포르 장티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알리 봉고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대와 진압경찰이 충돌하면서 사상자도 나오고 있다. 국회의사당 건물은 화염에 휩싸이기까지 했다. 

 

결국 봉고 집안의 50년 권력을 무너트리고 정권 교체를 예상했던 야당 후보 ‘장 핑’ 전 아프리카연합 집행위원장과 정권 교체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열망은 원인이 무엇이든 50년 권력 앞에서 좌절했다.  

 

알리 봉고 가봉 대통령의 대선승리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현재까지 시위대 3명이 피살되고 수백명이 체포되었다. ⓒ AFP 연합

알리 봉고 가봉 대통령의 대선승리에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현재까지 시위대 3명이 피살되고 수백명이 체포되었다. ⓒ AFP 연합

 

비현실적 투표율과 득표율, 부정선거 의혹 일어

 

승리를 자신했던 장 핑 후보 측은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9개의 지역 중 특히 문제가 되는 지역은 망간 매장량이 풍부하고 약 21억 년 전에 살았던 다세포 생물의 화석이 발견되었던 오트오고웨(Haut-Ogooué)다. 이곳은 봉고 집안 사람들의 고향이다. 8월30일 가봉 선거관리위원회는 오트오고웨를 제외한 9개 지역 중 8개 지역의 집계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 

 

8개 지역에서는 장 핑 후보가 16만8095를 얻어 알리 봉고(10만801표)보다 6만7294표를 더 얻은 상황이었다. 알리 봉고가 기적을 일으키려면 오트오고웨 지역에서 6만8000표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추후 발표된 집계 결과에 따르면, 오트오고웨 지역은 거의 100%에 가까운 99.93%의 투표율을 기록했고, 알리 봉고는 여기에서 95.5%의 표를 얻었다. 가봉 전체의 투표율이 59.46%였고, 알리 봉고의 전체 득표율이 49.80%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상식적인 투표율과 득표율이었다. 

 

많은 가봉 국민들은 이런 결과를 이제껏 본 적이 없으며 오마르 봉고 생전에도 발생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부정선거 의혹이 있었던 2009년 대선 때도 이 지역에서 알리 봉고의 득표율은 65%였다. 이것도 과장된 것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따져보면 이번에 나온 수치는 ‘기적’이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어떤 말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대선 결과가 나오고 부정선거의 의혹이 제기되고 항거하는 시민들이 모이고 이를 짓밟아 도시를 피로 물들이는 과정은 비단 가봉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다른 나라들에서도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아프리카 국가에서는 한 번 권력을 잡으면 임기가 끝난 후에도 놓지 않으려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오죽하면 헌법 쿠데타나 선거 쿠데타라는 말이 생겼을까. 

 

특히 가봉처럼 원유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곳일 경우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투쟁은 더욱 치열하다. 권력의 획득은 곧 부의 획득과 동일해서다. 권력의 독점은 부의 독점과 연결되니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고 그 반대로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권력을 지켜야 하는 자들은 국가 시스템을 장악한 상태에서 선거에 이기기 위해 그 무엇이든 쉽게 시도할 수 있다. 반대편에 있는 후보에 비해 언제나 유리하다. 야권이 선거를 통해 정권을 만드는 게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시스템을 장악하지 못한 사람들은 무력을 동원한 군사 쿠데타만이 헌법 쿠데타와 선거 쿠데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알리 봉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가봉의 '봉고 체제'는 반세기동안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재선을 두고 부정선거라는 의혹이 많다. ⓒ 연합뉴스


권력 유지 수단으로 변질된 아프리카의 민주주의

 

가봉 사태의 해결책은 결국 모든 사람들이 의혹을 해소하면 될 일이다. 오트오고웨 지역의 투표함에 원인이 있으니 그걸 다시 재검표하면 된다. 유럽연합(EU)은 재검표와 각 투표소에서의 개표 집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알리 봉고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개표는 선거의 투명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과정이다. 투표가 이루어진 장소에서 개표까지 이루어지면 투표함이 투표 장소를 벗어나 바뀌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통계 조작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부분 국가들은 개표가 투표소에서 진행되지 않아 항상 ‘부정 선거’에 노출돼 있다. 가봉 입장에서는 내정 간섭이나 식민제국주의의 잔재라며 유럽의 개입을 충분히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가봉을 비롯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한국처럼 단순 다수대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후보자들 중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사람이 선거의 승자가 되는 제도다. 극단적이지만 만에 하나 40여명의 후보가 출마한다면 5% 정도의 득표율로 당선자가 나올 수도 있다. 대표성보다 오로지 1등이 되는 것만 중요하다. 

 

반면 과반수의 득표를 요구하는 결선투표제는 당선자의 대표성이 커질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부분은 비용 문제를 들어 결선투표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선거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선거가 있을 때마다 부정 선거 논란이나 유혈 사태가 운명처럼 되풀이될 지도 모른다. 1990년대 서아프리카에서 불었던 민주화 바람은 결국 진정한 민주주의의 정착보다는 헌법 쿠데타나 선거 쿠데타와 같은 형태로 권력 유지를 위해 민주주의가 활용되는 모양새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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