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종교인 / 염수정 추기경, 2년 만에 1위로…천주교·불교 성직자 약진
  • 이민우 기자 (mwlee@sisapress.com)
  • 승인 2016.09.08 15:38
  • 호수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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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권 내 개신교 성직자는 1명뿐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으로 염수정 추기경이 꼽혔다. 세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 된 그는 서임 첫해인 2014년 이후 2년 만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임 10주년을 맞은 정진석 추기경이 뒤를 이었다. 2010~13년, 2015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6위로 밀려나 망각의 세월을 실감하게 했다. 2014년 한국을 방문했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지난해에 이어 10위를 차지하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불교계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과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 혜민 스님(햄프셔대 교수)이 3~5위를 차지했다. 불교계 내에서 선두를 달리던 자승 스님보다 법륜 스님이 한 계단 위에 올라섰다. 대표적인 국민 멘토로서 사회와 적극 소통했다는 점이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무소유의 가르침을 남긴 법정 스님과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이 원적(圓寂) 이후에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려 사후에도 긴 울림을 남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진석 추기경(왼쪽)과 염수정 추기경 © 연합뉴스

염수정·정진석 추기경, 나란히 1·2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열과 갈등을 조금이라도 치유하는 교회가 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순교자 집안에서 태어나 40년 넘게 교계에 몸담아온 염수정 추기경이 지난 2014년 1월 추기경으로 임명되면서 남긴 말이다. 염 추기경은  1970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성신고 교사와 서울 목동성당 주임신부, 평화방송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으로서 한국 천주교계의 실질적인 수장이다.

염 추기경은 고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되면서 2014년 조사에서 1위에 올랐었다. 다만 세월호 문제와 관련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희생자) 가족들도 양보를 해야 (정치권과) 서로 뜻이 합해지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때문에 2015년 조사에선 고 김수환 추기경에 뒤처지면서 주춤하기도 했다. 가톨릭계에서는 염 추기경의 장점으로 신중한 성격과 함께 판단이 선 후 과감한 추진력을 꼽는다.

지난 1998년부터 14년간 서울대교구를 이끌었다가 2012년 일선에서 물러난 정진석 추기경도 영향력 있는 종교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 추기경은 1931년 12월 서울 출생으로, 1954년 가톨릭대학 신학부에 입학하고 1961년 사제품을 받았다. 1970년 최연소로 주교로 수품한 이후 28년 동안 청주교구장,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등을 역임했다. 대주교로 임명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직했으며, 2006년 3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의해 추기경에 서임됐다. 정 추기경은 매년 책을 한 권씩 집필해 지금까지 54권의 저서와 역저를 펴낼 정도로 강인한 성품의 소유자다.


선종 7년째를 맞은 고 김수환 추기경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2010년부터 내리 4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인으로 자리매김했던 그는 후배 사제들에게 양보한 뒤 더 낮은 곳으로 향한 셈이다. 군부독재와 고도성장이라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에서 ‘행동하는 양심’을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큰 울림을 자아내고 있다.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더 낮은 곳으로 향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조사에서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처음 10위권 내 진입한 뒤 2년 연속 영향력 있는 종교인으로 꼽혔다. 그는 2014년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새터민·장애인·이주노동자 등을 만나며 약자들의 아픔을 달랬다. 가장 낮은 곳에서 사회 약자들과 함께하려는 그의 행보는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유럽의 최대 이슈인 난민 문제를 직접 챙기기도 했다. 9월4일 테레사 수녀 시성식을 마친 후에는 노숙자 1500명을 바티칸에 초청해 점심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영향력 인정받은 불교계, 고개 숙인 개신교

올해 조사에서는 불교계 성직자 5명이 10위권 내 포진했다. 방송인 김제동씨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돌며 청년들의 멘토로 떠오른 법륜 스님이 영향력 있는 종교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영향력 있는 종교인 조사 응답자 1000명 가운데 154명이 그를 꼽았다. 한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정신적 지주였던 그는 최근 취업난 등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을 만나 격려와 위로를 보내는 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참선보다 세속의 임무에 헌신하는 스님’이라는 뉴욕타임스의 평가를 국민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과 하버드대학 출신의 혜민 스님도 각각 4위(10.6%)와 5위(10.2%)를 기록했다. 6년 전 입적한 ‘무소유’ 법정 스님은 8위(4.4%)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法語)로 회자됐던 성철 스님은 9위(2.2%)에 올라 ‘참 종교인’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개신교 성직자 가운데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선정됐다.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위(5.4%)를 기록했다. 하지만 조 목사는 2013년 6월 여의도순복음교회에 131억여원의 손해를 끼치고, 세금 35억원 상당을 포탈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조 목사가 상고하면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최근에는 교회 측에서 조 목사의 사퇴를 요구했던 장로 16명에 대해 출교(11명)·제명(5명)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때문에 빛바랜 영향력 순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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