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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문화예술 / 정명훈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 트리플 크라운 영예

조정래·박찬욱·조수미 2~5위…한강·조성진 첫 10위권 진입

송창섭 기자 ㅣ realsong@sisapress.com | 승인 2016.09.15(Thu) 13:00:38 | 1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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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은 역시 거장다웠다. 정명훈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을 향한 우리 국민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매년 시사저널이 조사하는 ‘한국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문화예술인 부문에서 정 전 감독은 3년째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1위 자리를 지켰던 정 감독은 2012년에는 소설가 이외수, 2013년에는 영화감독 봉준호에게 밀렸지만, 2014·2005년에 이어 올해 다시 1위에 오르면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정 전 감독은 10개 전문가 집단 중 행정관료·교수·정치인·법조인·언론인 등 사회 전 직군에서 1~2위를 기록해 고른 지목률을 나타냈다.  

 

정 전 감독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는 웬만해선 깨지기 힘든 ‘철옹성’과 같다. 지난해와 올해, 서울시향 공금 횡령과 관련해 지루한 법정 공방을 이어갔지만, 정 전 감독에 대한 신뢰는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지난해 받은 지목률(13.5%)보다 올해 결과(15.8%)가 더 높아진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지난 3년의 지목률 추이도 12.5%→13.5%→15.8%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정명훈 지휘자 © EPA 연합


정명훈, 도쿄필 역사상 첫 명예음악감독에

 

그가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늘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있어서다. 항공료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그는 자신을 고소한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가”라며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국내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에서도 정 전 감독은 “앞으로 한국과의 연주는 할 수 있으면 다 할 것”이라며 “이는 음악이 내 삶의 전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8월19일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차 내한한 정 전 감독은 8개월 만에 다시 만난 서울시향에 대해서도 “내 자녀들, 마이 칠드런(My Children)”이라며 깊은 신뢰감을 표시했다. 9월1일 일본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도쿄 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정 전 감독을 명예음악감독에 추대했다. 명예음악감독은 오케스트라에 공적을 남긴 지휘자에게 부여하는 명예로운 직책이다. 도쿄필 역사상 명예음악감독은 정 전 감독이 처음이다. 

 

정명훈 전 감독에 이어 2위는 소설가 조정래(14.9%)가 차지했다. 지난해 3위(7.7%)에서 한 단계 올랐다. 출간하는 책마다 히트를 치고 있는 조정래는 《정글만리》이후 3년 만에 《풀꽃도 꽃이다》를 들고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시대상을 반영하는 선 굵은 소재로 독자의 감성을 사로잡아온 그가 신작에서 내건 주제는 망국병으로 치닫는 ‘대한민국 교육 병폐’다.

 

영화감독 박찬욱은 지난해 조사보다 큰 폭으로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7위(3.7%)에서 올해 3위(14.7%)로 무려 4단계나 뛰어올랐다. 박 감독은 특히 정치인 집단에서 39%로 1위를 차지했다. 박 감독은 올해 신작 《아가씨》를 들고 7년 만에 국내 영화 시장에 복귀했다. 영화 《아가씨》는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을 받은 작품으로 실제 수상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세계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성악가 조수미는 올해 4위(12.6%)로 두 단계 내려왔다. 올해 조수미는 국내외를 오가며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무대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8월23일 기념앨범 ‘라 프리마돈나’를 유니버설뮤직에서 발매했으며, 8월25일부터 충북 충주를 시작으로 9월3일까지 서울·군산·창원·안양 등 전국을 돌며 기념공연을 가졌다. 8월말에는 부모의 고향인 경남 창원에 자신의 이름을 딴 예술학교를 설립하기로 창원시와 협약을 맺었다.  

 

소설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5위로 첫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 올 조사에서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힐 정도로 권위를 자랑한다. 유명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의 이번 맨부커상 수상은 유독 해외 문학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한국 문단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사건이다. 맨부커상 수상 이후 한강의 작품은 전 세계에서 속속 출간되고 있다. 독일 대표 주간지 슈피겔은 8일15일 기사에서 “이 짧은 책은 카프카의 《변신》을 생각나게 한다. 독자는 《채식주의자》의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라고 평했다.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도 《채식주의자》를 가리켜 ‘올해 최고의 문학적 발견’이라고 평가했다.  

 

 

 


세계무대서 찬사 받은 박찬욱·한강·조성진  

 

소설가 한강과 더불어 10위권에 첫 진입한 인물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조성진은 4.1%의 지목률로 7위에 랭크됐다.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쇼팽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그는 7월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과의 협연 공연 때 2400석 전석이 매진됐을 뿐만 아니라 공연 전 암표까지 등장하는 등 국내 클래식 애호가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내년 1월과 5월, 서울과 통영에서 열릴 그의 독주회는 벌써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공연으로 꼽히고 있다. 

 

6위에 오른 발레리나 강수진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입단한 지 30년 만인 올해 아쉽게도 토슈즈를 벗었다. 한국이 낳은 또 하나의 세계적 거장인 그녀의 은퇴를 세계 발레 애호가들은 슬퍼했지만, 현역 은퇴 이후 그녀는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으로 변신, 여전히 무대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와 똑같은 8위에 랭크됐다. 내년 개봉 목표로 준비 중인 신작 《옥자》(원제 Okja)는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가 5000만 달러(약 576억원)의 제작비를 투자해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4년 2위, 지난해 조사에서는 3위에 랭크된 소설가 이외수는 이번 조사에서는 9위로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졌다. SNS를 통해 독자와 호흡하던 그만의 소통 방식에 대해 더 이상 대중이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10위는 영화감독 임권택이 차지했으며, 매년 조사에서 10위권에 이름을 올려왔던 지휘자 금난새, 소설가 이문열, 시인 고은은 올 조사에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 외에도 10위 권 밖 인물 중에서는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 양대 산맥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프로듀서와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가  각각 공동 17위, 공동 19위를 기록해 대형 연예기획사가 우리 문화·예술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잘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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