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스포츠 / 김연아, 올림픽 스타 제치고 1위 자리 지키다
  • 이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6.09.08 15:48
  • 호수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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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스타 영향력 ‘껑충’…더욱 빛난 전직 선수들의 릴레이 기부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철저한 자기관리로 정상에 선 스포츠 스타의 인기는 사회적 영향력과 비례한다. 때문에 스포츠 스타의 영향력은 현역일 때 더 확장된다. 하지만 세계 정상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이들보다 더욱 빛나는 전직 선수들이 있다. 각종 사회활동과 기부를 이어가며 영향력을 더해 가는 이들이다.

 

올해 스포츠 스타 영향력 조사에선 큰 지각변동이 있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폐막한 직후 조사가 이뤄지면서 올림픽 스타들이 대거 상위권에 랭크됐다. 올림픽 축구 8강전에서 통한의 패배를 당한 뒤 축구팬들과 함께 울었던 손흥민의 영향력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진 못했지만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리듬체조선수 손연재와 ‘마린보이’ 박태환도 영향력을 이어갔다.

 

 

김연아 © 연합뉴스 , 손흥민 © Reuters, 박지성 © 연합뉴스


김연아 1위, 현역보다 더욱 빛난 은퇴 스타들

 

올림픽 스타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응답자(39.9%)는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로 ‘피겨 여왕’ 김연아를 꼽았다. 지난해에 정상에 등극한 뒤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킨 셈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했던 축구 스타 박지성(2012년)과 메이저리그로 이적해 눈부신 활약을 펼친 류현진(2013~14년)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주목할 점은 김연아의 영향력이 은퇴 이후 더욱 확장되고 있는 대목이다. 은빛 설원(雪原)을 떠나 ‘기부천사’로 탈바꿈하면서 마음씨까지 인정받고 있어서다. 현역 시절 우승상금을 전액 기부하기도 했던 김연아는 은퇴 직후인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유가족들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기부했다. 지난해엔 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 어린이들의 구호 기금으로 10만 달러를 냈다. 올해 2월에는 은퇴 2주년을 맞아 팬카페에서 진행한 유니세프 기부 모금에 조용히 5000만원을 내기도 했다. 김연아가 이렇게 해서 현역 시절부터 기부한 금액만 무려 30억원이 넘는다.

 

비록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도전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서 적극적인 활동에 임하고 있다. 소아암으로 투병 중인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기도 했고, 빈곤국 어린이들을 돕는 행사에도 참여했다. 착한 마음씨에서 나온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영향력을 더욱 배가시켰다.

 

 


축구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박지성도 기부 릴레이를 펼치며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 3위(18.9%)에 올랐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전달해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또 박지성 재단으로 불리는 자선재단 ‘제이에스 파운데이션’을 설립해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유소년 축구선수 육성을 위해 장학금을 주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 또한 여전히 위용을 과시하며 7위(8.5%)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위에서 ‘역주행’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영향력의 비결 역시 선행(善行)에서 비롯됐다. 그는 2012년 국내 리그로 복귀하면서 연봉 전액을 유소년과 아마추어 야구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방송광고 출연료 또한 전액 기부하면서 야구계의 릴레이 기부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최근 어린이들의 꿈을 주제로 강연에 나서는 등 재능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주가 오른 올림픽 스타들…MLB 강세 여전

 

올해로 27회째를 맞은 이번 조사는 지난 8월3일부터 8월22일까지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리우올림픽 기간 중에 조사가 진행됐다는 의미다. 때문에 올림픽 스타들의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와일드카드였던 손흥민이 20.9%의 지목률로 2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선수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선수답게 지난해 9위(8.4%)에서 껑충 뛰었다. 축구선수 가운데 영향력 최정상에 있던 박지성마저 넘어섰다. 그는 올림픽 축구 4강 진출에 실패한 뒤 ‘패배의 원흉’ ‘거품 수준의 기량’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차츰 그의 역할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신태용 감독은 고개 숙였던 손흥민에 대해 “대회 내내 자신을 버리고 헌신했다”며 “그런 모습을 국민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인 손연재와 ‘마린보이’ 박태환의 영향력도 그대로 이어졌다. 이들은 각각 6위(10.8%)와 8위(8.5%)를 차지했다. 국민들은 이들이 올림픽에서 비록 메달을 걸진 못했지만 그동안 준비 과정에서 흘렸던 땀의 성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올림픽 여자골프에서 엄지손가락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딴 ‘골프여제’ 박인비는 10위(6.5%)를 차지하며 3년 연속 10위권 내에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 ‘배구여신’ 김연경(4.9%), 여자양궁 간판스타 기보배(2.8%), ‘사격전설’ 진종오(2.2%) 역시 20위권 내에 자리 잡으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역 메이저리거들의 영향력은 올해도 계속됐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는 지난해와 똑같이 4위(11.8%)에 랭크돼 영향력을 이어갔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은 부상으로 인해 장기간 등판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5위(10.9%)를 기록했다. 불방망이를 휘두른 시애틀의 이대호 역시 9위(7.2%)로 새롭게 10위권에 진입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당시 지친 마음을 미국에서의 선전(善戰) 소식을 들으며 달랬던 추억을 여전히 바라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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