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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업계의 피바람 ‘소비자’는 불안하다

정부 진입장벽 높여 강제 퇴출 수순 돌입…업계 폐업하면 선수금 어쩌나

정락인 객원기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6.09.20(Tue) 14:41:10 | 14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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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던 국내 상조업계에 피바람이 불고 있다. 상조업체의 비리가 만연하고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자 정부가 칼을 빼들어서다. 진입장벽을 대폭 놓여 재무건전성이 낮은 업체들은 강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회원들의 장례를 책임지기 전에 업체들이 줄초상으로 죽어나가는 모양새다. 반면 소비자들의 상조 서비스에 대한 불신과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조 서비스에 가입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미 가입했다면 어떻게 해야 손해를 보지 않을까. 소비자들은 궁금하기만 하다.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내 상조업체 회원 수는 419만 명이다. 국민 12명 가운데 1명꼴로 상조 서비스에 가입한 셈이다. 한 가족 구성원을 4인으로 볼 때 세 집 건너 한 집이 상조 서비스에 가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히 ‘국민 1인 상조 시대’가 열린 것이다. 

 

상조 서비스 가입자들의 연령층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다. 이들은 부모상이나 자신의 사후 장례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상조회사의 상품에 가입하고 있다. 막상 일이 닥쳤을 때 본인이나 자녀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상조회사의 서비스는 나이나 병력에 가입 제한이 없고 타인에게 양도가 가능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한때 전 국민을 대상으로 상조 가입 바람이 불면서 상조업체들은 막대한 돈을 벌었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최대 호황을 누리면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제도적으로 상조업계를 제어할 브레이크가 없는 게 문제였다. 업체들을 관리하는 주무 기관도 없었고, 회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보증 시스템도 전무했다. 이렇다 보니 자본금 5000만원만 있으면 누구든지 상조업에 진출할 수 있었고, 그 뒤부터는 경영진 마음대로 전횡을 일삼을 수 있었다.

 

이를 보다 못한 검찰이 나섰다. 지난 2010년 서울 남부지검은 상조업체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당시 업계 1위 보람상조를 비롯해 현대종합상조·국민상조·한라상조 등 상위권 업체들이 검찰수사를 통해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상조업체들의 비리 실상을 보면 ‘하수구’에 비교될 정도로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특히 경영진들의 전횡과 비리가 도를 넘고 있었다. 

 

이들은 회원들의 돈을 마치 주머니 쌈짓돈처럼 물 쓰듯 사용했다. 부동산을 구입하고, 호화 주택에 살며,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녔고, 자녀들의 유학비도 고객의 돈을 빼내 조달했다. 또 차명 계좌 등을 이용해 거액의 고객 돈을 빼돌리고 정기예금이나 펀드 등에 들기도 했다. 고객의 돈을 ‘개인 금고’처럼 사용했던 것이다. 경영진이 야금야금 돈을 빼내는 사이에 회사는 경영 부실에 빠졌다. 

 

회원들의 회비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여기저기서 새나갔다. 반면 회사 운영과 서비스 제공은 살얼음판 위에 놓여 있었다. 재정이 열악한 업체들은 회원을 끌어들인 후 그 납입금을 가지고 기존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일명 ‘돌려막기 식’이다. 신규 회원 모집이 잘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존 회원들에게 돌아갔다. 일부 부실한 상조 업체들은 고의 파산하고 선수금을 떼먹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상조업체들의 부정과 비리는 제도권의 관리·감독 밖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비리로 얼룩진 상조업계 

 

그러자 뒤늦게 정부 당국이 관리·감독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해 9월18일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할부거래법) 개정법을 공포하고, 설립 요건 등을 까다롭게 변경했다. 우선 자유업이던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거래’로 명시했다. 등록제를 도입해 자본금 3억 원 이상인 회사만 등록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자본이 영세한 업체들이 진입하는 것을 차단했다. 또한 소비자 피해를 발생시켜 할부거래법을 위반한 경우에는 5년간(벌금형은 3년) 다시 회사를 차려 영업할 수 없도록 했다. 상조업체들의 자산·부채 등 재무 상태와 선수금 합계액 및 선수금 보전 방법, 취급 상품 등도 공개하도록 했다. 

 

선수금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 또는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했다. 공정위는 소비자 보호 장치를 대폭 강화하고 재무 상태 등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 아래 놓이고,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업체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섰다. 여기에다 대명그룹(대명라이프웨이)·한국교직원공제회(예다함상조) 등이 상조업계에 뛰어들면서 생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폐업하는 업체들도 속출했다. 그러나 상조업계의 폐단은 여전했다. 너도나도 상조업계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난립했고, 소비자 피해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자 정부 당국은 상조업체에 대한 고삐를 더욱 세게 조였다. 지난 1월25일부터는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할부거래법을 시행했다. 기존 설립요건을 자본금 3억원 이상에서 15억원 이상으로 진입장벽을 대폭 높였다. 다만, 현재 등록된 상조업체의 경우 유예기간을 둬 법률 시행 후 3년 이내에 재등록하도록 했다. 그러니까 오는 2019년까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자동 퇴출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상조업체는 지금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진입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영세업체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2013년 297개에 달하던 업체 수가 올해 204개로 3년 사이에 80개 이상 줄어든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신규 등록하는 상조업체가 단 한 곳도 없다. 

 

전체 회원 수는 지난해 하반기 정보공개 때보다 1만여 명 준 것으로 파악된다. 회원들의 쏠림 현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현재 상조업체 중 가입자가 5만 명 이상인 업체가 23곳인데, 이는 전체 가입자 419만 명 중 77.5%(325만 명)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상위 업체들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가 약 4만 명 증가했다. 반면 5만 명 미만인 업체의 가입자 수는 5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에 업계 10위권인 국민상조 대표인 나아무개씨(47)가 횡령과 배임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 직전인 8월31일 회사 옥상에서 자살했다. 국민상조는 가입자가 8만7000여 명에 달했으며, 2003년부터 가입자들로부터 거둬들인 상조회비가 945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과 경영자의 개인 비리 등으로 지난 7월 폐업했다. 나씨는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끼리 통합하거나 폐업하면서 회원들을 다른 업체로 이관하는 경우도 생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월24일부터 상조업체가 다른 업체로 회원을 이관할 때 업체 정보 등 관련 내용을 신문·인터넷 등에 반드시 공개하도록 명시했다.

 

 


폐업 시 선수금 못 받을 수도

 

상조업체가 폐업하면 회원들은 그동안 불입한 돈(선수금)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까. 현행법상 모든 상조회사는 회원들에게서 받은 회비의 50%를 공제조합이나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회사가 부도나거나 폐업할 경우 공제조합은 이 예치금으로 회원들이 낸 선수금의 절반을 보상하도록 돼 있다. 

 

재정 건전성이 우수한 업체는 은행이 지급보증을 통해 보장한다. 현재 상조업체 204개 중 68개가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고, 129개는 은행과 예치 계약을 맺고 있다. 4개 업체는 은행이 지급보증을 통해 회원들이 낸 선수금의 50%를 보전한다. 

 

이론적으로는 업체가 폐업해도 회원들은 최소한 선수금의 절반은 보상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이 기준대로라면 국민상조는 가입자들이 미리 낸 선수금 940억원의 50%인 470억원을 회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국민상조가 공제조합에 예치한 돈은 90여억원밖에 되지 않아 전형적인 먹튀로 분류된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380억원은 결국 조합이 채워 넣어야 한다. 공제조합의 재정이 튼튼하면 가입자들이 50%를 돌려받는 데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폐업하는 업체들이 국민상조처럼 예치금이 현저히 적을 경우 조합의 부실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지금같이 상조업체들이 줄도산하고 예치금이 바닥을 보이면 그나마 50%도 받지 못할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아야 한다. 공제조합에도 가입하지 않고 은행예치 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업체가 폐업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소비자들은 상조 서비스에 대해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가입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상조업체를 선택할 때 몇 가지 기준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라고 권유한다. 공정위는 매년 두 차례 상조업체들에 대한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업체들의 재정이 얼마나 튼튼한지를 알 수 있다. 해약하거나 폐업 시 선수금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지의 척도인 ‘선수금 지급 여력’도 볼 수 있다. 보증체결 기관이 공제조합인지 은행인지도 알 수 있다. 회원들은 분쟁상황에 대비해 계약서·회원증서약관·영수증은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상조 서비스’의 불편한 진실

 

상조업은 초창기만 해도 진입장벽이 낮았고, 대기업도 상조업에 눈독을 들이지 않았다. 상조업이 호황을 누린 이유는 자본 흐름상 절대 손해 볼 수 없는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장례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도 회원 납입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장례가 발생하기 전까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선수금을 받기 때문에 그 돈으로 엄청난 이자를 불릴 수도 있다. 그러니까 경영만 제대로 하면 상조업은 돈 되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물론 시장이 난립하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각종 부대 서비스와 광고비 등의 지출이 커졌다. 그렇다 해도 상조 서비스 자체만 가지고는 여전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문제는 상조업체들과 경영자들의 배임·횡령 등 비리, 무리한 사업 확장 등에 부실 원인이 있다. 

 

 

경찰이 2014년 10월1일 고가의 장례용품을 사용해 그 대금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주고받은 혐의로 상조회사 대표 등 13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은 증거품 © 연합뉴스

 

그리고 ‘상조’는 보험이 아니다. 보험은 사고가 나면 그 순간에 보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상조는 그렇지 않다. 수십 회를 불입했더라도 장례가 발생하면 일시불로 잔금을 모두 납부해야 한다. 그래야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상조에 가입하면 미리 돈을 나누어서 낸다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일부 업체들은 광고를 통해 모든 물품을 보장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지만 실상은 꽃·관·수의·도우미 등을 제공하는 데 불과하다. 업체의 상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를 기준으로 원가를 따져봤을 때 많은 비용이 들지는 않는다. 

최근에는 ‘후불제 상조 서비스’도 등장했다. 선불제가 잦은 사회문제를 야기하자 장례를 모두 치른 다음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이것을 이용하면 미리 상조에 가입해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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